GM대우가 내수판매망 강화를 위한 '지역총판제' 운영을 본격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GM대우가 사실상 대우자판을 고사시키고, 독자적 내수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GM대우는 지역총판제를 통해 국내 내수시장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지역총판제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내수 시장 망이 혼란에 빠져 GM대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GM대우는 16일 부평 본사 홍보관에서 대한모터스, 삼화모터스, 아주모터스 등 3개 지역총판사와 본계약을 체결했다.GM대우는 본 계약 체결에 앞서 지난 7월 3개 지역총판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지역총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GM대우는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눴다. 이 중 대한모터스는 부산과 경남을 포함한 영남권역을 담당하고, 삼화모터스는 서울 강북, 일산 지역을 포함한 경기 북부 등 수도권 북부권역의 판매를 맡게 됐다.
아주모터스는 분당지역이 포함된 경기 동남부와 강원 등 수도권 동부 권역의 판매망을 갖게 된다. 경북권역(대구, 울산 포함)도 3개 지역총판사가 4개 권역을 각각 관리하며, 차량을 판매하게 된다.
GM대우는 판매 준비가 갖춰진 권역부터 해당 지역총판사를 통해 차량 판매를 시작하고, 2010년 1월부터는 지역총판제를 전국 단위로 본격 가동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GM대우는 총 8개 권역 중 이미 계약된 4개 권역을 제외한 나머지 권역에 대해 대우자동차판매㈜의 참여를 논의하고 있으며, 대우자판 이외에도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법인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GM대우 부평 본사 홍보관에서 열린 지역총판제 본계약 체결식은 GM대우 판매·마케팅 총괄 릭 라벨(Rick LaBelle) 부사장과 대한모터스 하재현 사장, 삼화모터스 김연호 회장, 아주모터스 이상원 사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릭 라벨 부사장은 "GM대우는 출범 당시부터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인식, 내수판매 증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향후 2~3년 안에 GM대우는 다양한 신차를 출시,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하고 선진적인 판매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GM대우 내수 판매는 대우자판이 담당해 왔다. 대우자판은 1993년 대우자동차에서 분사돼 국내 대우차 판매 업무를 맡아왔으며, 2002년 10월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출범하면서, GM대우는 대우자판 지분 11%를 모두 매각했다.
대우자판은 직영 영업사원과 관리직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1500여 명에 이르며, 이와는 별도로 전국에 300여 곳의 개별 법인인 대리점과 3천여 명의 대리점 영업사원이 있다. 현대, 기아자동차에 비해 대우자판의 판매망이 열세인 것은 사실이나, 대우 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한 대우자판은 GM대우가 지역총판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에서 GM대우 차량판매를 도맡아왔던 대우자판은 영업소와 판매물량 축소와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해 어려움은 불가피해 보인다.
GM대우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경쟁 시스템으로 공존하겠지만, 한 지역에서 한 개의 총판으로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지역 총판제는 현재 시스템으로 내수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해 추진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자판 "지역총판제 성공 의문" 대우자판은 GM대우가 지역 총판제를 실시하는 것과 관련, "성공이 의문스럽다"면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우자판도 16일 "자동차 판매 경험이 없거나 미약한 업체가 자동차 판매 사업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역총판제의 시도가 국내 자동차시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심도 있게 짚어 보아야할 문제"라며 지역총판제 실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대우자판 측은 "수입차를 제외한 국내 자동차유통시장에서 동일한 브랜드를 놓고 판매망을 달리할 경우 그 성공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GM대우의 지역총판제 도입은 모험"이라며, "타 메이커 대비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경쟁력에 대한 개선 없이 총판제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규 참여딜러들은 기존 대우자판이 제공하는 전국적 판매 인프라 및 전후방 판매서비스, 상용차 판매권이 없다면 수익성 악화로 독자적인 생존은 어려울 것"이고 "한정된 지역 내에서의 대리점간 경쟁이 격화되어 과다 서비스 제공 및 이면할인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딜러의 경영악화로 A/S 및 고객관리 부실 등이 우려 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우자판 측은 "GM대우 출범당시 제조와 판매사로서의 상호작용과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해 당시 전국 600여개 영업점을 현재 320여개의 자동차판매 전문매장으로 육성하고, GM대우 요청으로 '판매 20만~30만대 시대`를 대비해 막대한 비용과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이를 무시한 채 기존 영업소를 통째로 넘기라는 것은 공급자로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GM대우 출범 후 복수 딜러 구축을 위한 시도를 했으나, 당시 관심을 보이던 몇몇 업체가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특히 지난해 말 GM대우가 인천과 경기 일부지역에서 직접 판매를 시도했으나 판매시스템 부족 등으로 인해 철수하기도 했다.
"GM대우 대우자판 고사, 수출과 신차개발에 신경써야"
GM대우가 지역총판제를 통해 내수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대우자판을 고사시켜 국내 판매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GM대우는 신차개발과 국외 시장 확보에 전념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은 "GM대우에서 내수를 강화하기 위해 총판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작년 대우자판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촉발된 일"이라며서 "GM대우나 자판 모두 서로에서 불만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GM대우는 자판이 없어도 된다는 분위기로, 초강수를 둔 것이기 때문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협력관계로 성장한 회사들인 만큼 국내 시장에 안정을 주면서 내수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M대우 차량을 10여 년째 판매하고 있는 J씨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내수 판매망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직원들은 해석하고 있다. 쌍용 자동차도 그러다가 망했다"면서, "GM대우는 신차 개발과 수출 시장 확대에 전념해야지 작은 내수시장도 이렇게 혼탁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판제로 인해 오히려 GM대우 브랜드 이미지만 시장에서 하락해 장기적으로 판매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SK도 외국 차량을 직수입해 판매하다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오랜 노하우가 축적되어야만 가능한 것이 자동차 딜러망"이라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대우자판 소속 한 딜러는 "지역총판제가 도입되더라도 대우자판이 오랜동안 축적한 판매 전산시스템과 출고하치장 등 다양한 인프라와 노하우는 GM대우가 쉽게 따라오지 못 할 것"이라며, "지역총판제가 만약 실패한다면 GM대우 브랜드는 더욱 땅으로 추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평지역 국회의원인 조진형(부평갑) 행정안전위원장은 "상식적으로 GM대우에서 잘한 일"이라면서 "내수시장에서 안이하게 대처한 경향도 있기 때문에 경쟁을 붙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