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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학생한테 교육과정에도 없는 일제고사를 치는 바람에 학교 현장은 쑥대밭이 되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은 0교시 수업을 하며 문제를 푼다. 교육장한테는 평가시험 권한이 없는데 왜 했나."(교육시민단체).

 

"일부 학부모들은 시험을 자주 보게 해 달라고 한다. 교실수업을 도와 주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앞으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전국학력평가에 대비한 일제고사는 보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강재인 창원교육장).

 

17일 오후 창원교육청 교육장실. 강재인 교육장과 황금주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 양재욱 전교조 창원초등지회장, 정영주 창원시의원, 장성국 창원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이 만났다. 지난 10일 창원교육청이 초등 6학년과 중등 3학년을 대상으로 치른 '일제고사'와 관련해 이야기 했다.

 

창원교육청은 '교실수업개선 특화사업 중간점검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고사를 친 것. 시험문제는 장학사들이 냈는데, 이날 창원지역 모든 초등 6학년과 중등 3학년생들이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같은 날 고성교육청도, 다음날 진해교육청도 창원과 똑같은 시험지로 일제고사를 봤던 것. 이는 당초 공개된 교육과정에 들어 있지 않았던 시험으로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시·군교육청은 평가권한이 없는데 일제고사를 실시해 더 문제가 되었고, 오는 10월 13~14일 실시 예정인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한 모의시험을 치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험 치른 뒤 학교 현장은 쑥대밭"

 

양재욱 지회장은 지난 10일 일제고사를 치른 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부터 설명했다. 그는 한 마디로 '쑥대밭'이라고 표현했다. 전교조 창원초등지회는 조만간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상황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완전히 쑥대밭이다. 교육과정의 예정에도 없던 시험을 치러는 바람에 엉망이 돼버렸다. 앞으로 정책 전환을 하지 않으면 교육 현장은 죽는다. 문제를 풀기 위해 초등학생까지 심지어 0교시 수업을 하거나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도 수업을 하기도 한다. 1학기에 했던 내용을 다시 수업하기도 한다."

 

시험문제지의 수준도 낮았다고 지적도 나왔다. 양 지회장은 "시험지 수준이 낮았고, 전 단원에 걸쳐 고르게 출제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 집중이 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험 감독을 학부모가 하거나 스포츠 강사가 하기도 한 학교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황금주 수석부지부장은 "창원에서 선도적으로 나가다보니 고성과 진해 등 다른 교육청에서도 그대로 받아서 일제고사를 치렀고, 그것으로 교육현장은 파행을 빚고 있다"면서 "현재 규정에 보면 평가권은 교육감이 갖도록 되어 있고 시·군교육장한테는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또 그는 "연초에 교육과정을 세울 때 없던 시험을 왜 보게 했느냐"거나 "최소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도록 해야 했다",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시험을 보도록 해 파행을 빚고 있다", "어느날 불쑥 시험을 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교육장 "평가는 아니다"-전교조 "학교에서는 평가한다"

 

강재인 교육장은 전국적 현상이라며 이해해 달라고 했다. 창원교육청은 '교실수업개선 연구활동 활성화 특화사업'을 실시했고, 그 사업이 잘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험을 치도록 했다는 것.

 

강 교육장은 이번 시험은 '평가'가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험은 성적이 공개되지도 않고 평가도 하지 않으며, 시험을 치른 뒤 그 결과를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수업개선 사업에 대한 점검 차원의 시험이었으며, 평가시험이나 일제고사가 아니다"거나 "규정을 어긴 사항이 없다", "진해와 고성은 특화사업도 없이 시험을 친 것인데 창원과 별개 문제다"고 밝혔다.

 

'평가가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 양재욱 지회장은 "학교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시험을 치른 뒤 통계를 내는 학교가 있고, 평가 결과에 따라 대책을 세우는 학교도 있다"면서 "교육장만 평가가 아니라고 하지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교육이 달린 문제다. 시험을 주먹구구로 볼 수는 없다. 시험지의 난이도가 맞지 않았다. 계획을 세웠더라도 여론 수렴부터 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아이들이 치지 않아도 되는 시험으로 쳐 힘들어 하고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업성취도평가 대비 모의시험은 치르지 않기로 검토"

 

황금주 수석부지부장은 "시·군교육장은 평가권이 없는데 일제고사를 치도록 한 것이기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고발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장성국 집행위원장은 "시험을 친다고 하면 누구나 긴장을 하게 되고,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서 "교육청은 평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학생과 교사들은 그 시험으로 인해 엄청나게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관계자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 현장과 교육청이 되어야 한다"면서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한 모의시험을 앞으로도 치를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해 대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강 교육장은 "다르게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면서 "앞으로 '교실수업개선 연구활동 활성화 특화사업'은 계속하게 될 것이지만,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한 일제시험을 치지 않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국에 걸쳐 학력평가를 하고 성적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라는데 입을 모았다. 강 교육장은 앞으로 교과부 관계자와 접촉할 기회가 있으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일제고사, #전국학성취도평가업, #창원교육청, #전교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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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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