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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아래부터 교과부)는 이주호 제1차관이 9월 10일 목요일 11시, 교육과학기술부 대회의실(1617호)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 추진 설명'을 한 뒤, '2009 개정 교육과정'을 12월에 확정 · 고시해서 2011년에 적용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9월 10일, 교과부 '2009 개정교육과정 추진' 발표 방송 장면  교과부가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공표한 것은 9월 10일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선보인 때는 이보다 한달 빠른 8월 11일입니다.
9월 10일, 교과부 '2009 개정교육과정 추진' 발표 방송 장면 교과부가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공표한 것은 9월 10일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선보인 때는 이보다 한달 빠른 8월 11일입니다. ⓒ KBS 화면

교과부가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공표한 것은 9월 10일이 처음입니다. 간담회 자료(4쪽)를 보면 '2009 개정 교육과정' 시안 개발을 위한 연구를 '국가기술자문위원회 교육과정 연구 T/F팀(고려대 교수 홍후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김성열),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에 위탁하여 추진중'이고, '2009 개정 교육과정 개발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를 국가교육과학기술 자문회의 교육과정 연구 T/F( 고려대 교수 홍후조)에 지난 8월 11일 위탁하여 현재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어난 지 4개월여 만에 세상에 내보내려는 '2009 개정 교육과정'

교과부가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빨라야 지난 8월 11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원안인 '미래형 교육과정'의 연구는 더 오래되었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을텐데, 이름부터 다른 '미래형 교육과정'은 결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될 수 없습니다.

교과부가 '미래형 교육과정'이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바탕이 되기는 하지만, 그동안 연구해 온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을 그대로 쓰지 않고 새롭게 '2009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교과부도 '미래형 교육과정'과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아이가 탄생하면 이름부터 짓습니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 때부터 '존재'한다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까 '2009 개정 교육과정'은 8월 11일 태어나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8월 11일 태어나 겉모습도 갖추지 못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4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초특급으로 속성 재배해서 세상에 내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국가 교육과정 개정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아직 시안도 확정하지 않은 한 나라 국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이 짧은 기간동안 확정해서 고시까지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주호 차관의 간담회 자료 마지막 쪽에 붙어있는 '추진 일정'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추진 일정>
◇ 2009 개정 교육과정 시안 개발     - 1차 시안('09. 9.19), 2차 시안('09. 10. 20), 3차 시안('09. 11. 30)
◇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통한 현장 적합성 검토('09. 9~10)
◇ 교육과정심의회 심의('09. 10~12)
◇ 개정안 확정·고시('09. 12)
◇ 후속 지원 대책
   - 후속 지원 대책 연구('10. 1~6)
   - 적용대비 교원 연수('10. 1~'11. 2)
◇ 초·중·고 적용('11~, 단계적으로)
     2011년 : 초 1 · 2학년, 중 1학년 , 고 1학년
     2012년 : 초 3 · 4학년, 중 2학년, 고 2학년
     2013년 : 초 5 · 6학년, 중 3학년, 고 3학년

                       
추진 일정을 보면, 9월 10일 이후 3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시안마련과 현장 적합성 검토, 교육과정심의회 심의를 후딱 해치우려는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시안 마련이 11월 30일까지이고 1차 시안에 대한 공청회가 9월 29일인데, '교육과정 연구 시범학교를 통한 현장 적합성 검토'를 9 · 10월에 한다는 말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결국 현장 적합성 검토는 겨우 10월 한 달 동안 한다는 얘기인데, 10월 초에는 그나마 추석 연휴가 끼어있어 연구기간이 스무날 남짓 될까 싶습니다. 과연 스무날 남짓한 기간동안 국가 교육과정에 대한 현장 적합성 검토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요? 이 기간은 '현장'이 아닌 문서 적합성만을 검토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기간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고도, 교과부가 제시하고 있는 다급한 추진일정만을 봐도, 교과부가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얼마나 졸속으로 급하게 밀어붙이려는지가 보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정부 시책이나 정치적 입김에 의한 정부정책이 아니라 '교육과정'이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바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이 될 수 없는 두 번째 까닭입니다.

그런데 추진 일정을 보면,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빠짐없이 하는 토론회와 공청회 일정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설마 9월 29일 예정된 1차 시안 확정 공청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토론회와 공청회는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나 지방 분들을 위해서 노는 토요일이나 평일 오후 늦게 시작하는 것은 어떤지요? 또 공청회와 토론회가 열리면 최소한 일 주일 전에는 공고를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과부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그 내용을 도무지 알 도리가 없군요. 그래서 일단 발표한 자료만을 보고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2009개정교육과정#미래형교육과정#장부교육정책#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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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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