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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매주 이맘때면 아이스 박스통을 들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환한 웃음의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박스안에는 순두부와 여러가지 색깔의 두부가 담겨 있다. 콩두부, 녹차두부, 당근두부 등이다. 맛이 너무 좋아 혼자 먹기 아까워 직원들에게 권유해서 몇몇을 빼놓고 거의 모든 직원들이 1-2개씩 사간다.

내가 출장가서 두부를 받지 못한 날에는 과장님이 대신 결제하고 두부를 냉장고에 잘 보관해두고, 다른 사람이 자리에 없을 때는 내가 대신 결제한다. 처음에는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두부를 받아 먹기 시작했는데 일단 먹기 시작하니까 그 두부맛이 식당에서 먹는 것과 달리 너무 고소하고 담백하여 절로 끌리게 된 것이다.

두부만들기 갓 만든 두부를 들고 한 컷!
▲ 두부만들기 갓 만든 두부를 들고 한 컷!
ⓒ 충북여성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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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관 뿐 아니라 지역 여성시민단체, 사회복지기관, 학교 등에도 점점 납품망을 넓혀가고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찾기 어려운 절이 우여곡절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다함께 우리라는 말을 줄인 '다울'이라는 이름의 두부이름이 꼭 우여곡절 두부같다.

순 우리콩으로 만든 두부인데 이 콩을 공급하는 곳은 순 우리말로 잉홀이라는 모든것이 태어나는 좋은 땅이라는 뜻의 음성에 사는 회원이다. 그리고 이 두부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긴 하지만 정신연령이 낮은 지적여성장애인들이다.

지적여성장애인들은 사회에서도 최약자이다. 이들 최약자 지적여성장애인들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 가족을 비롯해서 이웃에 힘을 내세워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한 성폭력과 노동착취 등을 당하고 솔루션같은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노예같은 삶이나, 인신매매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회적인 보호울타리가 있다면,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아이같이 웃으면서 나름대로 잘하는 것들 한 두가지라도 교육받아 즐겁게 살아갈 수가 있다.
지적장애라도 그 지적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통해서 사회일자리창출을 하는 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장일터 완성된 면제품을 정성껏 다림질하는 지적여성장애인
▲ 여장일터 완성된 면제품을 정성껏 다림질하는 지적여성장애인
ⓒ 충북여성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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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천진하게 날마다 정해진 시간이면 어김없이 꽃에 물을 주는 맑은 영혼의 아가씨도 있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싱글벙글 함박웃음을 지으며 몸을 아끼지 않는 아줌마같이 보이는 노처녀도 있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통해 들어오는 피해자들을 쉼터에 보호하다가 보호기간이 끝나면 사회속의 일원이 되어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심해서 만든 것이 일자리작업장이었다. 일자리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자립에 대한 의지를 배우기 위해 장애고용촉진공단을 비롯 전국 각 기관의 자립작업장을 많이 찾아 다녔다.

여장자립 일터와 자립을 위해 장애고용촉진공단을 찾아 직능평가를 익히는 모습
▲ 여장자립 일터와 자립을 위해 장애고용촉진공단을 찾아 직능평가를 익히는 모습
ⓒ 충북여성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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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자리작업장에서는 두부 말고도 황토염색팬티, 손수건, 지갑, 다포 등을 만든다. 값이 약간 비싸긴 하지만 이익금은 이들 여성장애인들의 개별수익과 일자리작업장 운영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후원하는 셈치고 사람들은 사기에 후원금을 내었는데 과하고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여장물건홍보 다양한 일터생산품
▲ 여장물건홍보 다양한 일터생산품
ⓒ 충북여성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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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곳을 운영하기까지 **시와 줄다리기를 하고 많이 힘겨웠지만, 우여곡절끝에 문을 열고 두부를 생산하면서 너무 보람차서 그동안의 힘든 것이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착잡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한다.

왜냐면 현재 지적여성장애인이 포함된 여성장애인이 15명이 이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지만 받아 들일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동네마다 늘어나는 시니어작업장처럼 여성장애인작업장도 늘어나서 희망이 씨앗들이 곳곳에 꽃이 피면 좋겠다.


#지적여성장애인인식개선#여성장애인일자리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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