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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아래부터 교과부)는 이주호 제1차관이 9월 10일에 연 '2009 개정 교육과정 추진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12월에 확정·고시해서 2011년에 적용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10일 이주호 차관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8년 경력의 현장교사가 볼 때 이번에 발표한 '2009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이주호 차관이 '2009 개정 교육과정 추진' 설명을 하고 있는 방송 장면 지난 9월 10일 이주호 차관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8년 경력의 현장교사가 볼 때 이번에 발표한 '2009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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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이날 처음 일반인들에게 공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그동안 여러 가지 면에서 현장교사와 학계의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 속에 있던 '미래형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과부 발표대로 확정·고시 때까지 3개월 남은 지금까지도 '기자 간담회 자료' 외에 교과부 '홍보자료'라고 할 수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 알기'만 내보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에 대해서는 예전 '미래형 교육과정 토론회' 자료나 '국가교육기술자문회의 교육과정 특별위원회 연구 T/F 자료' 그리고 이번에 교과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알기' 자료를 통해 대강의 내용만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교육과정에 관심있는 현장교사로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다보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교육과정은 바뀌지만, 교과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교과서를 그대로 쓴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은 바뀌어도 교과서는 절대 바꾸지 않는다, 책임지겠다!'

이런 말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교과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 알기'자료(3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4. 현재 사용하기 시작한 교과서는 어떻게 되는가요?
⇒ 현재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초1-고1 교과서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며, 초등학교 일부 교과서와 선택과목만 개편합니다.   ○ 현재,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교과서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됨.
  - 단,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고등학교 선택과목 교과서는 '12년에 새롭게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고,
  - 초등 1, 2학년 통합교과 교과서는 현재의 교과서를 사용하다가 '13년 새롭게 개발된 교과서를 적용할 예정임. 
                                                          * 자료출처 :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 알기' 3쪽

둘째,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바탕이 된 '미래형 교육과정' 연구와 '2009 개정 교육과정 개발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를 담당한 '국가 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교육과정 특별분과 연구 T/F' 팀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홍후조 교수가 쓴 '교과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발행)' 2009년 8월호에 '2009 교육과정 총론 개정안과 교과서의 변화 전망'이라는 글에도 나와 있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 개선안에 따른 교과서의 변화
크게 볼 때 학년군이나 교과군 개념의 도입은 교과서 개편을 초래한다. 특히 초등학교 통합교과에서 과학과 체육이 별도로 분리되고, 사회와 도덕, 음악과 미술을 합해야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재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과학 교과서를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체육 교과서는 초등학교용 다학년용, 비치용, 대여용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수업과 학습에 절실하지 않는 교과서 개발을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교실 수업을 하라고 체육을 독립시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아래 줄임)

*자료출처 : 홍후조, '2009 교육과정 총론 개정안과 교과서의 변화 전망', '교과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발행)' 2009년 8월호, 56쪽.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교과서 선진화 T/F'팀에서 마련한 이 토론회 제목은 원래 '교과서 선진화 정책방향 토론회'였습니다. 교과부 홈페이지 공지사항 제목도 그랬고, 학교에 온 공문도 '교과서 선진화 정책방향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왔습니다. 그러다가 토론회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교과부 홈페이지 공지사항 제목이 '미래형 교과서 정책 토론회'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형 교육과정'과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 9월 15일 열린 '미래형 교육과정 정책 토론회'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교과서 선진화 T/F'팀에서 마련한 이 토론회 제목은 원래 '교과서 선진화 정책방향 토론회'였습니다. 교과부 홈페이지 공지사항 제목도 그랬고, 학교에 온 공문도 '교과서 선진화 정책방향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왔습니다. 그러다가 토론회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교과부 홈페이지 공지사항 제목이 '미래형 교과서 정책 토론회'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형 교육과정'과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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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9월 15일 교과부 주최로 열린 '미래형 교과서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출판사 관계자와 초등교사가 '교육과정이 바뀌는데 교과서는 안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하는 질문에 대해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ㅊ교수는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답변했습니다.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교과서를 안바꿔도 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6차와 7차 교육과정과 다른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교과서를 절대 바꾸지 않을테니 출판사 여러분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건 책임지고 말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바뀌는데 교과서를 바꾸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교육과정은 바꾸지만, 교과서는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자들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과연 교육과정이 바뀌는데 교과서를 바꾸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교육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말입니다.

정말 교과서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지 초등의 경우를 따져 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바탕이 되는 '미래형 교육과정'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 1·2학년 교과목에 가장 큰 변화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앞에 인용한 홍후조 교수의 글에도 나와 있습니다.

저학년 통합 교과 조정
◦ [슬기로운 생활] 폐지 : 과학은 분리, 사회는 바른 생활과 통합, 슬기로운 생활은 폐지 ◦ [바른 생활] 개선 : 도덕과 사회를 통합
◦ [즐거운 생활] 개선 : 체육을 분리
◦ [우리들은 1학년] 개선 : 학교의 실정, 학생집단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

  *자료출처 : '국가 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교육과정 특별분과 연구 T/F', '미래형 교육과정' 자료


 
이 자료에 의하면, 1·2학년 교과에 새로운 과목으로 '과학'과 '체육'이 등장합니다. 과학과 체육만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내용이 포함되어 있던 '슬기로운 생활'이 없어지는 대신에 '슬기로운 생활'에 있던 내용이 '바른 생활' 내용에 포함되고, 또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관련 내용이 빠지니, '바른 생활' 교과도 '즐거운 생활' 교과도 이름만 같을 뿐이지 내용은 예전과 전혀 다른 교과로 탄생하는 셈입니다.

'미래형 교육과정' 내용으로 볼 때, 1·2학년에서 달라지지 않는 것은 국어와 수학 뿐입니다. 그렇다면 수학과 국어도 예전과 똑같은 수학과 국어일까요? 아직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연구'자료를 볼 수가 없어서 시수가 어떻게 배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교과목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교과목별 주당 시수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당 시수가 달라지면 당연히 교육과정에 편성되는 학습 분량과 내용이 달라집니다.

교육과정이 개정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단순히 교과목 이름과 시수와 내용과 학습 분량만이 아닙니다.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까닭이 달라진 시대상황에 따른 철학을 구현하고자하는 것이니만큼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철학에 맞게 각 교과 내용도 그에 맞게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공인된 자료이기 때문에, 교과목과 시수가 예전 교육과정과 같더라도 바뀐 철학에 맞게 교과서를 바꾸어야 하는데,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어떻게 교과서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쓴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새로운 교과가 생기고, 그에 따라 교과의 내용과 시수가 눈에 확 띄게 달라지는데도 어떻게 예전 교육과정 체제에 맞춰 나온 교과서를 새 교육과정 체제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교과서는 절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지만, 2013년부터는 바꾼다?

교과서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교과서를 개발해서 2013년부터 적용할 예정(위 자료,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 알기')이라고 합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이 초등 1·2학년부터 2011년에 시작한다고 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도 예전 교과서를 그대로 써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교과서를 개발해서 2013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요?

교과부는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발에 대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순된 모습은 결국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꼴입니다.

교과부 발표대로 보면 2011년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난 뒤,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교과서가 나오는 2013년까지, 2011년과 2012년 2년 동안에는 교육과정과 다른 내용의 교과서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초등학교 1·2학년 교실과 아이들이 겪을 혼란과 혼동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교과부는 정말 모르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요?

'교육과정은 바뀌어도 교과서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쓴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새롭게 개발된 교과서를 적용한다'는 교과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바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이 될 수 없는 세 번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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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과부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그 내용을 도무지 알 도리가 없군요. 그래서 일단 발표한 자료만을 보고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 #미래형교육과정, #교육과정과교과서, #미래형교과서정책토론회,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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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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