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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제기한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재판의 두 번째 공개변론이 22일 열린다. 이번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사건의 올바른 판결을 위해 헌법학자 3인의 릴레이기고를 싣는다. 첫 번째는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다. [편집자말]
 헌법재판소가 오는 10일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의 효력에 대한 심리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항의하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10일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의 효력에 대한 심리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항의하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의회민주주의'란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국가정책의 결정이나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헌법원리를 말한다. 우리 헌법도 '의회민주주의'를 통치구조의 기본원리들 중 하나로 채택하여 여러 규정들 속에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공개와 이성적 토론의 원리'나 '다수결의 원리'가 자주 거론된다. 구성원의 다수가 찬성한 의사를 전체구성원을 구속하는 집단의사로 간주하는 '다수결의 원리'는 '공개와 이성적 토론의 원리'의 작동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의회 내의 소수파를 설득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설득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의회 내 다수파가 수의 힘만 믿고 차분한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생략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표결을 강행한다면 이는 의회민주주의가 의사결정의 기본원리로 삼는 '다수결의 원리'라 할 수 없다.

미디어법의 국회 파행통과의 핵심도 바로 미래의 미디어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중요한 법안에 대해 의회 내 다수당이 이성적 토론없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를 통과시켰다는데 있다고 믿는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법통과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케 하기 위한 여러 법률안 심의 및 표결절차들에 대해 우리 국회법은 상세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입법과정의 적법절차를 미리 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과거의 결정들에서 이러한 국회법상의 적법절차를 어긴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 행사가 야당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 판시하면서 입법과정에서의 적법절차원칙 준수를 당당히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 미디어법 통과과정을 둘러싸고 국회부의장의 의사진행권 행사가 야당 국회의원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사건에 대해 첫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핵심 쟁점은 미디어법 표결과정에서의 재투표 및 대리투표 행위의 위법성 여부였다.

그날 국회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미디어법에 대한 국회 표결 당시의 상황을 한 번 정리해 보자. 국회부의장이 미디어법에 대한 표결 개시를 선언하고 표결이 진행된 후 투표종료선언까지 했다. 그런데 투표종료선언 직후 전광판에 나타난 결과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헌법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한 의결정족수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의결정족수 중 전반부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마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국회부의장이 "재석의원이 부족해 표결 불성립되었으므로 다시 투표해 달라"며 서둘러 '표결 불성립'을 선언하고 곧장 재투표에 돌입했다. 그런데, 국회법상 국회부의장의 투표종료선언은 전자투표에서 '투표의 종결'과 동시에 '개표'를 의미한다.

따라서 투표종료선언 후 즉각적인 개표와 함께 의결정족수에 미달된 투표결과가 전광판에 떴다면, 이것은 '표결의 불성립'이 아니라 '부결의 성립'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상황에서의 '표결의 불성립'이란 국회법 어디에도 근거규정이 없는 개념이다. 재투표도 앞선 투표가 여러 가지 이유로 무효가 되었을 때 정당간의 합의를 거쳐 할 수 있는 것이다.

투표의 결과가 의결정족수에 못 미쳤다고 국회부의장이 일방적으로 서둘러 선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선례집에도 "의장이 투표종료를 선포한 때에는 더 이상 투표를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나와 있지 않은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무시할 텐가

 민주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시작되자 '언론악법 원천무효',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시작되자 '언론악법 원천무효',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우리 국회법은 한번 부결된 법안은 같은 회기에는 다시 심의, 표결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중요한 의사절차상의 원칙들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회기에 같은 국회에서 동일 법안에 대해 두 개의 서로 다른 의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하는 원칙이다.

만약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이 가결될 때까지 끝없이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면 일사부재의의 원칙은 있으나마나한 것이 된다. 지난 10일의 공개변론에서 국회측 소송대리인도 국회부의장의 투표종료선언은 극도의 혼란 속에서 일어난 '착오'라고 주장하면서 투표종료선언이 있었음을 자인했다.

'착오'로 이루어진 투표종료선언이라고 그 법적 효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결된 법안에 대해서는 국회법상의 일사부재의의 원칙상 다음 회기에 다시 심의, 표결할 수는 있을지언정 부결 즉시 재투표로 나아갈 수는 없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미디어법 국회 통과과정에서는 대리투표도 행해졌다. 야당측이 확보한 영상자료와 당시 국회 전자투표의 로그인 기록을 대조해보면 국회의원들이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국회의원의 자리에서 대리투표를 한 증거들이 나온다.

만약 한 건의 대리투표라도 행해졌다면 그 표결 전체가 무효가 된다. 대리투표된 표만 무효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국회법상의 일인일표제가 일인이표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적법절차 위반이 되어서 표결 전체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것이다.

1인 1표제가 1인 2표제로 둔갑이라도 한 것일까

국회측에서는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재투표 한 것은 국회 자율권, 의사진행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국회부의장의 의사진행권 행사가 국회자율권으로 보호받아야 할 부분이지 사법부가 개입할 부분이 아니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자율권은 의사절차와 관련해 법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그 한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국회법에 명시된 부분을 분명히 위반한 경우에까지 주장할 수 있는 만능 면책수단이 아니다. "국회의 자율권은 의사절차나 회의운영 또는 의사결정의 형식적인 요건 중 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국회법에 명시된 부분을 분명히 위반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의 법적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민주주의를 수호할 방법이 없다"고 한 것은 필자의 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나오는 말이다.  

12년 전인 1997년 7월 16일에도 헌법재판소에 의해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심판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국회의장과 의회 다수당에 의한 법률안의 밀어붙이기식 강행처리를 다룬 점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점이 적지 않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당시 국회의장이 여당의원들에게만 본회의 개시 통지를 하여 야당의원들의 회의참석을 불가능하게 한 가운데 새벽에 여당의원들만으로 본회의를 소집해 야당이 반대하던 법안들을 서둘러 무더기로 통과시켰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파행적인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 행사가 야당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고 국회법에 규정된 적법절차들을 위반한 위법한 것이었음은 인정하면서도, 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어서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 자체가 위헌무효는 아니라는 이상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누가 보더라도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희한한 판결로써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률안 날치기 통과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헌법이 야당의원들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에게 부여한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는데 위헌무효가 아니란 말인가. 법률안 날치기 통과가 위반한 국회법상의 규정들도 모두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의회민주주의와 적법절차원칙을 구체화한 규정들이다.

그런데, 의회민주주의와 적법절차를 유린한 법률안 날치기 통과가 국회법 규정을 위반한 위법은 있지만 위헌은 아니라는 말인가. 이 판결의 악몽이 이번에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국회 입법과정에서의 파행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당당히 위헌무효선언을 통해 반복의 고리를 끊어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절차적 정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헌법재판소가 판결로 말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에서 민주주의도 살고 헌법재판소도 사는 길이다. 헌법재판소로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를 믿는다.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일사부재의 원칙#국회법#의회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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