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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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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많은 국립대학교 중에서 서울대학교 총장이 주는 사회적 지위는 대학교육의 최정점에 서 있는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대학교 총장이라면 장관급이나 서울대학교 총장은 그 위상이 때로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뛰어 넘을 때도 많다.

궁핍한 정 후보자, 알고보니 18억대 부자

재직 시절 1억대의 연봉을 받았던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에 내정되었다. 어제(21일)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총장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어제 국회 청문회에 나온 정운찬 후보자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그가 과연 국무총리 자격이 있는지 큰 의구심을 보냈다. 그 의구심 중 하나가 그가 말한 '용돈' 문제였다. 그는 어제 그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는 어제 청문회 자리에서 20년 지기이자 형제처럼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한 차례 5백만 원씩 두 번에 걸쳐 1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고 했다. 돈을 받은 이유는 이러했다.

"지인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용돈을 주었다."

학자로서 최고의 명예라고 할 수 있는 전 서울대 총장을 지낸 사람이, 그것도 한 때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사람이 기업 대표로부터 용돈을 받은 이유가 '궁핍하게' 살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그 나이가 되도록 용돈이나 타 쓰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청빈한 학자라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나 싶었다. 하여 그는 교수 시절이나 총장을 지낼 때나 그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으로부터 꽤나 궁핍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졌고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고한 그의 재산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과 예금을 합해 18억이 넘었다. 그 중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금자산만도 4억 8500만 원이나 되었다.

용돈이라며 5백만 원을 선뜻 건네준 기업체 대표가 볼 땐 정운찬 후보자의 재산 규모나 살림살이가 무척이나 궁핍한 재산일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보통의 서민들이 볼 때 그러할까.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벅찬 우리의 이웃들이 정운찬 후보자의 그 궁핍을 인정할까.

정운찬 후보자는 1천만 원을 '소액'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껌값'이라고 말하는 듯 하여 기분이 언짢았다. 그의 말에서 풍긴 뉘앙스가 그러했다. 나는 지금도 가난하지만 예전에도 가난했다. 가난이 불편하긴 했지만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 돈과 상관없이 당당한 삶을 살았다(그럼에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 있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볼 때 1천만원을 용돈으로 받아 쓴 정운찬 후보자는 돈이 없어 궁핍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이 궁핍한 부자'로 보인다.

1천만 원이 소액이면 소액으로 죽어가는 서민은 뭔가?

그가 받은 돈 1천만 원, 출장을 가면서 받았다는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쓴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서민의 입장에서보면 결코 소액이 아니다. 손바닥이 갈라지며 몇 년을 고생한다 해도 마련할 돈이 아닌 것이다. 하여 1천만 원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서민의 살림살이로 입증해 보이고자 한다.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술인 소주가 한 병에 1천 원이라고 한다면 1천만 원으로 1만 병을 살 수 있다. 만 명의 서민이 하루의 고단함과 시름을 달랠 수 있는 금액인 1천만 원으로 1천 원짜리 두부나 콩나물을 산다면 역시 1만 가구가 하루 식사를 반찬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지하철 기본 요금이 900원이니 1천 원이 들어가는 거리를 간다고 해도 동시에 1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며, 한 사람이 출퇴근을 한다면 20년이나 사용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또한 1천만 원이면 돈이 없어 학업을 그만두거나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할 학생 세 명이 등록금(국립대학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한 학생이 사용한다면 3학기 등록금에 해당 하는 돈이다.

이것 뿐 아니다. 급식비를 한 달에 10만 원씩 낸다면 100명의 학생이 한 달 동안 급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돈이며, 한 포에 5만 원하는 20kg쌀을 산다면 200포의 쌀을 살 수 있다. 쌀 200포는 200가구가 한 달 동안 배불리 먹고 살 수 있으며, 1가구의 양식으로 쓴다면 적어도 20년은 쌀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돈인 것이다.

하루 일당 3만 원을 받는 사람이 기계처럼 한 달 꼬박 일해도 돈 1천만 원을 모으려면 1년이 걸린다. 물론 이것도 일당 3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하루 일당 3만 원을 받는 이가 먹고 사는 일도 팍팍한데, 저금할 돈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니 서민이 돈 1천만 원을 모은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돈 50만 원이 없어 연탄가스를 피워놓고 자살을 한 일가족이 있었고, 1백만 원의 사금융 대출을 갚지 못해 육신을 팔아야 하는 일도 있었다.

과포장된 정 후보, 국무총리는커녕 서울대 총장은 어떻게 했을까?

이처럼 큰 액수인 1천만 원의 돈을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용돈으로 받아 여행비로 쓸 정도로 별 문제 없는 '소액'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제(21일) 국회 청문회장에서 어린 시절(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집이 가난하여 6년 정도 밥을 먹지 못했다고 했다.

쌀이 없어 쌀밥 한 번 먹지 못하고 성장했다는 정운찬 후보자. 그는 그 시절 미국에서 넘어 온 옥수수 가루로 한 끼는 반죽을 해 쪄 먹고 한 끼는 죽으로 연명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살았던 정운찬 후보자가 과거를 잊고 돈 1천만원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야 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대 총장에 이어 국무총리까지에 내정된 정운찬 전 총장. 이명박 대통령이 틈만 나면 아이스케끼 장사했던 사실을 멋지게 추억하듯 국무총리 후보자인 정운찬 전 총장도 가난의 고통은 잊고 그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만 하고 있지나 않은 지 의심이 간다.

돈이란 그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가에 대해 그 돈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물과 같이 그가 용돈으로 받았다는 돈 1천만 원이 정운찬 후보자에겐 독이 되었기에 지켜보는 마음 많이 불편하다.

더불어 그 독이 우유라고 주장하는 정운찬 후보자의 얼굴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문회를 지켜본 바 나만의 생각일 지 모르겠지만 그는 역시 국무총리 깜냥이 못된다. 그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만약 서울대 총장을 선출함에 있어 청문회가 있었다면 서울대 총장감도 아님도 여실히 드러냈다.
     
동문서답과 유구무언으로 일관하는 청문회를 바라보며 차라리 정운찬 후보자를 과대하게  포장했던 그 포장지가 벗겨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태그:#정운찬, #국무총리, #이명박정부,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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