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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 기초단체 수를 60~70개 정도로 대폭 줄이면서 광역자치단체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정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며 자치단체 간 자율 통합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인근 마산-창원-진해-함안이 발 빠르게 통합논의를 벌이는 것을 비롯, 전국적으로도 통합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사천시의 경우 겉으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지난 사천-삼천포 통합 경험에 비춰 봐도 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듯하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합 필요성이 거론되는 정도다.

 

 행안부 홈페이지에게 게시된 행정통합 절차.
행안부 홈페이지에게 게시된 행정통합 절차. ⓒ 행정안전부

이런 상황에 지난 주, 지역의 한 언론이 한 대학 교수의 논문 속에 든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사천의 시민과 공무원들이 사천-진주 간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사천시민 56.2%, 사천시 공무원 55.3%, 진주시민 62.2%, 진주시 공무원 40.0%가 두 자치단체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것이다.

 

지역 일간지인 이 언론은 또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양 도시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행정통합을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음을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그 설문조사가 언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함에 있어 조사시기와 표본규모, 오차범위 등을 밝히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논문 저자와 인터뷰한 결과 "설문조사는 3년 전 진주에 있는 다른 언론사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현재 진행되는 행정구조개편 논의 이전에 실시한 것이라 그대로 접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논문 인용 보도 이후 사천시의원 등으로부터 항의전화도 여러 차례 받았음을 털어놨다.

 

결국 해당 언론사는 3년 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지역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므로 행정통합을 늦출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셈이다.

 

물론 이 신문사는 사설에서 그밖에 통합이 가져올 여러 가지 타당한 이유도 곁들였다. 또 두 지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도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같은 언론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이 신문사의 보도행태와 시각에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무엇보다 행정통합이 대세인 양 결론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3년 전 설문조사 내용까지 억지로 갖다 맞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해당 언론사는 3년 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지역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므로 행정통합을 늦출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셈이다.

 

물론 이 신문사는 사설에서 그밖에 통합이 가져올 여러 가지 타당한 이유도 곁들였다. 또 두 지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도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행안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그동안의 지자체 통합 관련 경과.
행안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그동안의 지자체 통합 관련 경과. ⓒ 행정안전부


적어도 지금의 분위기에서 사천-진주 통합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100년 전까지는 한 뿌리였다고는 하나, 흐른 세월이 적지 않고 저마다 자존감이 다르다. 행정에 효율성이 더 생기고 도시계획 짜기도 쉬워져 시너지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크기가 시민들에게 와 닿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통합에 상대적 반감이 더한 사천시민들에게는 사천과 진주 경계지역에 설치된 광역쓰레기매립장을 사천시가 쓸 수 없게 한 점, 진주의 혁신도시 위치가 사천시와 가까운 정촌면이 아니라 문산읍으로 지정된 점 등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또 이미 사천-삼천포 간 통합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통합에 따른 기대효과 못지않게 진통과 시름도 크다는 사실을 잘 안다. 따라서 그저 찬성 논리만 들이대는 것은 시민들에겐 막연한 '부추김'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사천시와 진주시 로고.
사천시와 진주시 로고. ⓒ 관련 지자체

반면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고 그에 발맞춰 인근 지자체들이 통합논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남의 일'로만 여기고 뒷짐만 지는 자세도 적절하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행정구조개편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만 4건이다. 내용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크게는 현행 중앙-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3단계 구조를 중앙-지방 2단계 구조로 바꾼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사실 이런 변화가 옳냐 그르냐를 두고 국가차원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는 의심이 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오히려 중앙 예속이 심해질 것이다' 등으로 의견이 상반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온갖 인센티브를 걸고 통합을 부채질 하고 있고 그 파장도 만만찮다.

 

이런 현실에 사천-진주 통합문제가 놓여 있다. 3단계 행정구조를 2단계로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한가. 그리고 그 시기로서 지금이 알맞은가. 통합이 대세라면 사천은 어느 어느 지자체와 통합하는 것이 유리한가. 혹은 굳이 통합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가. 이런 문제에 답을 찾아야 한다.

 

이를 거쳐 통합 상대가 진주시로 결정되더라도 어떤 전략으로 유리한 통합 조건을 만들 것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이는 진주시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밀고 당기고 하는 힘겨루기의 시간이 필요하다.

 

3년 전 두 도시의 상공계를 중심으로 통합논의가 일었던 적이 있다. 앞서 언급된 설문조사 결과도 그 당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당시 통합논의를 이끌었던 사람들은 두 지역 단체장과 지역정치인들의 '의도적 무관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안부 홈페이지 지자체 통합 관련 배너.
행안부 홈페이지 지자체 통합 관련 배너. ⓒ 행정안전부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문제여서 가만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을 넘어 검토단계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자치단체는 관련 연구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을 불러 통합에 따라 어떤 장단점이 있겠는지 토론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을 시민들에게 전달해, 토론의 장이 시민사회 전반으로 자연스레 넓혀져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 스스로 찬성 또는 반대 의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통합문제를 결정짓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주민자치의 실현이요 정부가 말하는 '자율 통합'이 될 것이다. 또 때에 따라서는 '자율 비통합'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뭐? 바로 논의의 시작이다. 물론 2010년 7월 1일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1단계 행정통합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행정통합 논의를 피해갈 수는 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이런 논의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스사천#행정구역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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