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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와 기업 간의 은밀한 거래 의혹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1일과 22일 이틀간 진행된 청문회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두산그룹 창업주 일가인 박용현 현 두산그룹 회장과 '모자왕'으로 널리 알려진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으로부터 '자금 스폰'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박용현 회장의 스폰(후원) 의혹은 부인했지만, 백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00만 원을 용돈 명목으로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에 야당은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삼성으로부터 '비공개 자문위원' 제안 받아

 

그런 가운데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인사청문회 막바지에 '정 후보자가 삼성의 비공개 자문위원이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신뢰할 만한 곳으로부터 제보가 왔다"고 운을 띄운 뒤, "정 후보자가 2000년 이후 삼성화재 비공개 자문위원을 지냈다"며 "삼성에 비판적인 학자들에게 그런 직위를 맡겨서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그냥 자문활동을 하기 어려우니까 강연이라도 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삼성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최 의원의 의혹 제기에 정 후보자가 보인 반응이 문제였다. 그는 최초에는 "아니다"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최 의원이 "그런 제안을 비공식적으로 받아본 적은 없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 삼성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게 기억이 안 난다고요?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맡지는 않았다."

 

결국 삼성으로부터 비공개 자문위원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자신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이에 최 의원은 "정 후보자가 삼성으로부터 자문위원 제안을 받은 것은 2000년 이후로 서울대 총장에 취임하기 이전"이라며 "예스24보다 인지도가 큰 굴지의 기업에서 자문위원 제안을 받은 것"이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저는 그동안 대기업, 정치인, 고위관료 등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며 "이는 객관적 사고를 위해서였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어렴풋한 건가, 그런 제안이 있었는데 거절했다는 건가?"라며 "두산도 대기업이고 영안모자도 규모가 큰 기업인데, 정 후보자보다 (더 많은) 기업인 만나온 총장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총리'라는 딱지가 싫어서 진실을 감추려 했나?"

 

23일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삼성의 비공개 자문위원 의혹을 잡아뗐다가 제안받은 사실 자체는 바로 인정한 점을 파고들며 "삼성의 비밀장학생인지 양심선언하라"라고 압박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정 후보자는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신뢰할 만한 제보에 따른 것이라고 하자 기억이 나니 안 나니 하며 사실을 감추려 했다"며 "왜 처음에 삼성으로부터의 고문직을 제안받은 사실을 숨겼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변인은 "혹시 정 후보자가 감추고 묵인하려는 것이 삼성의 스폰서를 받은 것이 밝혀질까 봐 부담스러웠기 때문은 아닌가"라며 "삼성이 밀고 지원한 삼성 총리라는 딱지가 싫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 대변인은 "도대체 삼성의 비공식 고문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도 궁금하다"며 "비공식 고문이 삼성의 '비밀장학생'은 아닌지 모든 것에 대해서 양심선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정 후보자가 삼성의 지원을 받았다면 '대기업 프렌들리'를 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기조에는 맞을는지 모른다"며 "그러나 하나씩 벗겨지는 정운찬 후보자의 삼성 스폰서 의혹에 대해 국민의 실망은 점점 커져만 간다"고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태그:#정운찬, #삼성화재 비공개 자문위원 의혹, #최재성, #노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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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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