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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귀향길 차표를 못 구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졌고, 쏟아지는 추석 선물 광고 앞에서 사람들은 선물 고르기에 한창이다. 다들 추석 준비에 분주해진 이때, 어느 누군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추석 준비로 분주했다. 사회복지법인 우양재단(이사장 정의승, 이하 우양)이 한 예이다.

우양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청기와예식장에서 지역 독거노인 120여 분을 모시고 한가위 잔치를 벌였다. 가족이 한데 모여 정을 나누는 한가위라지만 홀로 추석을 보내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전국에 90만 명가량이나 있다. 이 분들에겐 명절이 오히려 더 외롭고 서럽다. 우양은 "고립된 분들의 외로움을 줄여드리고 환한 미소를 선물해 드리기 위해" 추석잔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양은 지역 독거노인 120여 분을 모시고 한가위 잔치를 벌였다.
우양은 지역 독거노인 120여 분을 모시고 한가위 잔치를 벌였다. ⓒ 이대암

우양은 1999년부터 '돈안내는쌀가게'를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쌀과 정서지원을 제공해온 재단이다. 단순히 쌀을 제공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담당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과 가족 같은 결연을 맺는다. 이 외에도 우양에서는 독거노인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게 하는 '스스로 도움망' 및 노인들에게 무료로 이발·식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가게 도움망', '노인우울증예방교육', '임종준비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독거노인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잔치에 참석한 노인 분들은 동별로 모여앉아 뷔페식사로 푸짐하게 점심을 드셨다. 자원봉사자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식사를 도와드리는 다정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식사 후 열린 창 공연 시엔 흥이 올라 자원봉사자와 함께 더덩실 춤을 추는 분도 있었고, 마술사의 마술공연과 끊임없는 재담엔 모처럼 큰 웃음들을 터트리셨다. 이어진 동 별 노래자랑에는 열 분이 넘게나와 각자 한 가락씩을 뽑았다. 음정과 박자 모두 엇나가는 분들이 다수였지만 노인 분들의 박수와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사실 거동이 불편하고 먼 외출도 드문 독거노인 분들을 잔치자리로 모시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서례미 자원봉사자는 "(노인들이) 불편해하셔도 애써 모시고 온다. 단 몇 시간이지만 이럴 때라도 같이 박수치고 웃으실 수 있다"며 이런 잔치가 노인 분들에게 "사회에서 소외받지 않았단 느낌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참석한 독거노인 몇 분에게 추석계획과 추석소망을 물으니 다들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홀로 보내셔야 할 추석의 계획·소망을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의 추석잔치에 대해 물을 땐 얼굴이 마냥 밝아지셨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류제민 할머니는 "우양 아니면 누가 늙어빠진 노인들이랑 놀아주냐. (집에선) 막상 대화할 사람도 없는데 (잔치가) 편안하고 좋다"고, 경기도 동두천이 고향인 김형준 할머니는 "살 맛 난다. 추석이 덜 외롭겠다"고 말하며 웃으셨다.  

 정의승 우양 이사장. 그는 11년 전부터 직접 어깨에 쌀가마를 메고 독거노인지원 활동을 해왔다.
정의승 우양 이사장. 그는 11년 전부터 직접 어깨에 쌀가마를 메고 독거노인지원 활동을 해왔다. ⓒ 이대암

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 분들에게 일일이 추석용돈을 건네는 정의승 이사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보였다. 11년 전부터 직접 어깨에 쌀가마를 이고 독거노인지원 활동을 해온 정 이사장, 그는 "노인 분들이 잔치에 올 수 있게 건강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노인 분들의 명절이 덜 외롭길 소망했다. 또한 그는 "노인 분들이 아무리 어려우셔도 남을 돕는 활동을 하고 나면 눈빛부터 달라지신다. 이 분들이 보람과 자존감을 갖고 여생을 사시게 돕고 싶다"며 "돌고 도는 행복"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우양은 25일 서대문구, 29일 강서구·양천구에서도 독거노인을 위한 추석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추석 10여 일 전, 이렇게 어느 누군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추석 준비로 분주했다.


#독거노인#우양#정의승 이사장#한가위잔치#어려운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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