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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읽은 책. 즐겨 읽는 것에서 모자라 이들이 제시하는 안을 받아들여 오마바 정부는 저자 중 한 명인 캐스 선스타인을 규제정보국으로 불러들이면서 이 정책을 적극 활용할 의사를 보이도록 만든 책.

 

이런 유명세는 우리나라에 까지 전염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때, <넛지>를 품에 안고 떠났을 정도가 되었으며, 각종 경제 연구기관에서 추천에 추천을 거듭 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만큼 이 책의 파급력은 많은 지도자들이 즐겨 읽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이제는 일반 대중들에게 매우 유명세를 탄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서점가를 돌아다닐 때 마다 산뜻한 노란색표지와 커다랗게 인쇄된 넛지라는 제목은 누구나 한번쯤 이 책을 들었다 놓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엄청난 마력을 갖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책의 두께의 압박으로 인해 호기롭게 한껏 들었다가 이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넛지'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 책에 대해서 대체 무슨 내용인지에 관해서 많은 궁금증을 던지고 있었다. '넛지'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 이야기 하자면 타인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표현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옷을 사기 위해서 친구와 같이 어떤 상점에 들렀다고 하자. 그런데 마침 그 옷 가게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직원이 추천해주는 옷을 가지고, 친구도 역시 진짜 멋지다고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맞장구를 쳐주면 당신은 그 옷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넛지' 는 직원의 추천과 주책없는 친구의 맞장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친구가 이렇게 말하면 참 난감할 수도 있다. "아 거기 여자 진짜 예쁘더라" , "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어" 라고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와 같이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36.5℃ 인간의 경제학>에서 알게 되었던 행동경제학이 <넛지>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넛지>라는 책이 먼저 나왔고, <인간의 경제학>을 쓰신 이준구 교수는 우리들에게 행동경제학의 핵심이론인 '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다'라는 것만을 알려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넛지>의 범위의 일부분만을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인간의 경제학>과는 달리 '호모 이코노미스트'(이 책에서는 '이콘'으로 표기됨)가 아닌 인간이 어떻게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서 <인간의 경제학>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이와 같은 '넛지'에 의거한 정책의 핵심을 몇 가지 단어로 축약해서 표현해본다면 구체적인 정보제공, 접근성의 용이, 디폴트 옵션의 옵트아웃, 가시성을 골자로 한 표기방법. 정도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일반인들이 바람직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 강제적인 규제를 가하기보다는 '넛지'를 활용하자는 이야기인 것이다. 금융상품이나 모기지와 같이 복잡한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는 상품을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제공하고 그것들을 계약하기 위한 조건들을 계약서나 명세서에 알아보기 쉽게 표기해둬야 하며, 연금이나 장기기증 같은 경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하여 거절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실행되게끔 옵트아웃을 이용한 디폴트 옵션(기본 옵션정도로 이해가능)을 걸어두며,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관해서는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들을 '돈'이라는 가시성 있는 요소로 바꿔놓게끔 함으로써 좀 더 합리적인 인간 활동을 돕고자 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무분별한 자유주의를 표방하지도 않고, 또한 무분별한 규제정책을 표방하지도 않는다. 즉, 자유주의적 개입이라고 설명하는 이 '넛지' 라는 도구는 인간을 그들도 모르게끔 어떤 방향으로 몰아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어떤 방향이라는 그 방향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것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을 무분별하게 제공하고, 그것을 가지고 또 여러 가지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거품을 일으킨 월가의 금융인들의 '모럴 헤저드'라는 것을 누구나도 알고 있는데, 저자는 이런 '모럴 헤저드'를 너무나도 작은 변수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상당히 위험한 책일 수도 있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을 이용해서 이'넛지'라는 도구를 마케팅 분야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그것을 실제 판매에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심리를 어떤 상품에 대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당신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러 갔는데, 들어오는 에스컬레이터에 15만 원 구매 시 할인쿠폰 증정이라는 우드락이 크게 달려 있고, 마침 도착한 인라인 매장의  정가 23만 원의 인라인 스케이트가 16만 원으로 할인행사를 한다고 하면, 소비자는 먼저 인식된 15만 원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해서 생각하게끔 유도되기 때문에 16만 원이라는 금액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거기에다가 당신의 무의식에서 할인쿠폰 까지 생각하게 되므로 그 상품을 구매하기가 더 쉽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가 당신이 카드를 사용한다면 이 소비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넛지'가 제대로 발동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제공하는 많은 기관들의 '모럴 헤저드'를 억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처벌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순수한 목적에서의 '넛지'가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리더스북(2009)


태그:#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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