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마다 5~8명의 교사가 채점위원으로 선발되어 3박4일 기간동안 합숙하여 주관식 채점을 하겠다는 예비군 동원령 같은 공문으로 인해 학교 현장은 정상적인 학사운영에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의 수업 결손 등의 사태가 속출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10월 13~14일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주관식 채점(검토)위원 추천에 대해 전교조가 이같이 지적했다. 교과부는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른다. 창원교육청을 비롯한 몇몇 교육청은 지난 10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고사에 대비한 모의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학업성취도평가에는 객관식 문제도 있지만 주관식(단답형, 서술형) 문제도 과목마다 4~10문항 정도 들어 있다. 교과부는 주관식 채점을 교육청에서 '채점관리본부'와 '과목별 채점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다. 지난해는 학교별로 채점했는데 부작용이 생겨 올해는 운영방식을 바꾼 것.

이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은 오는 10월 30일(금)~11월 2일(월) 사이 창녕 부곡에 교사들을 모아 놓고 채점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140명, 중학교 302명, 고등학교 280명 등 총 722명이 채점위원으로 구성되었다.

교사들은 3박4일간 합숙하면서 주관식 채점을 한 뒤 오엠알(OMR)카드에 점수를 입력하는 작업을 한다. 도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채점(검토)위원 추천을 받았다.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는 반강제적으로 교사들이 추천되는 일도 벌어졌다.

중학교 3학년의 고입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교사가 들어갔는가 하면, 기간제 교사가 추천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교사가 채점위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채점으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 결손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교육청은 지난 10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창원교육청은 지난 10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전교조 경남지부 "교과부가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느냐"

전교조 경남지부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입시험에 버금가는 정도로 일제고사와 관련한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며 "성취도평가를 통해 뒤처지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에 이토록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는 "공문 시행 후 하루만에 3박4일 합숙할 채점교사 명단을 학교별로 할당하여 강제적으로 교사를 차출하는 행위는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전근대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육청이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답안지를 수거해서 채점하기 위해 수업결손을 강행하여 3박4일 합숙까지 해야 하는 비교육적인 행태에 대해 교과부와 도교육청은 분명히 책임을 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일제고사는 학생-학교-지역을 한 줄로 세우려는 무한경쟁 시험임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학사운영 파행, 예산낭비, 학생들의 과도한 수업 부담, 교사들에게 문제풀이식·암기식 교육방식 강요,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책임은 경쟁과 획일적 교육을 강화시키는 현 정부와 교과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지부는 "수업 파행을 조장하고 교사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도교육청의 지침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이의 시정을 요구한다"면서 "나아가 일제고사 방식의 학업성취도평가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 "교과부 지침이기 때문에... 주말에 채점하는 것"

경남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주관식의 경우 이전에는 평가원에서 모아 채점해 왔고, 지난해에는 학교별 채점을 했는데 부작용이 생겨 이번에 집합채점을 하기로 했다"면서 "3개 학년이 한꺼번에 시험을 치다 보니 대입시험의 3배 정도의 수준으로 업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다 보니 학교별로 희망 교사만 받으면 전공별로 인원이 맞지 않아 전공과 인원을 배정했다"고 덧붙였다. 수업 결손에 대해, 그는 "교과부의 시험을 받아서 하는 것으로, 수업결손이 없어야 한다고 교과부에 건의하기도 했다"면서 "평일에 채점할 경우 더 어려움이 있어 압축해서 주말에 단기간으로 채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그:#학업성취도평가, #일제고사, #교육과학기술부, #경남도교육청, #전교조 경남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