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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금) 서울교대에서 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가 주최한 제5회 정기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내세운 "미래형 통합교육과정 개정 방향"이라는 주제는 초등교육과정 연구원인 나에게 너무도 매력적인 주제였다. 게다가 첫 발표자가 홍후조 교수라는 사실은 빠듯한 일정이 문제될 수 없었다.

 
교육부 고시 제1997-15호에 따라,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도입되었다. 표와 같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매년 실시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개월 정도 분석 작업을 하고 그 결과를 연구보고서로 정리하여 학교에 보급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현황(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 '00년: 초6, 중3, 고2의 0.5% (10,000명)

◦ '01년: 초6, 중3, 고1․2의 약 1% (925개교, 29,600명)

◦ '02년: 초6, 중3, 고1 각 1% (575개교, 19,200명)

◦ '03년: 초6, 중3, 고1 각 1% (574개교, 18,930명)

◦ '04년: 초6, 중3은 각 1%, 고1 3% (910개교, 30,689명)

◦ '05년: 초6, 중3은 각 1%, 고1 3% (748개교, 31,320명)

◦ '06년: 초6, 중3, 고1 각 3% (905개교, 60,846명)

◦ '07년: 초6, 중3 각 3%, 고1 5% (1,050개교, 69,900명)

 

 

2008년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표본조사)가 일제고사(전수조사)로 바뀌었다. 도대체 왜 일제고사를 보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교육과정 학자들이 비판을 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했다. 미래형 교육과정(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에 참여한 대표적 학자인 홍후조 교수에게 그 까닭을 묻고 싶었다.

 

 토론 시간에 일제고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고, 홍후조 교수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평가방식은 서술형, 수행평가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선택형도 추가되어야 한다. 결과처리가 석차를 내는 것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다. 3월 일제고사(진단평가)와 10월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 기준에 미달한 기초 미달 학생을 변별하여 국가적 지원을 한다.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결과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는 학생과 학교 서열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선에서 3단계로 결과 처리하여 공개해야 한다. 다만 서열화 문제와 지나친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감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미래형 초등통합교육과정 개정 방향"을 발표하신 강충열 교수는 "결과 공개는 학생과 학교의 서열화를 피할 수 없다. 학교 장학 정도에 활용하는 차원에서만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 … 교육 문제를 정치논리로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교육과정에 대한 몇 가지 논의"를 발표하신 박승재 교수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측정하느냐에 따라 부진 학생은 달라진다. 결국 모든 학생이 어떤 의미에서는 다 부진 학생이다. 역으로 모든 학생이 어떤 의미에서는 다 영재 학생이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발표회가 끝나고 춘천으로 내려오는 동안에 많은 단상들이 떠올랐다.

 

  "그 동안 보았던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보고서의 내용에 교육과정의 기준이 적절한 지에 대해 서술된 내용이 있었나. 그저 지역별로 몇 %의 학생이 맞추고 틀렸는지 통계처리만 한 것은 아닌지. 후속 작업을 통해 특정 기준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까닭을 분석하기 위해 경험적 연구(현장 방문, 수업  관찰, 심층 면접)을 행했다는 내용이 있었나. …"

 

  "전수조사를 통해 기초 미달 학생을 선별하는 일제고사는 교육과정의 질 관리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언론을 통해 232개 지역 교육청이 서열화 되는 나라에서 일제고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을까?  '임실의 기적'이 매 년 두 번씩 이루어지지나 않을까? 반복되겠지. 학교 홈페이지에 결과를 공개한다는 데, '임실의 기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게 대한민국인가."

 

  "일제고사로 기초미달 학생을 선별하겠다는 발상은 빈대 잡으려고 핵폭탄을 사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교사에게 시작이자 끝인 교육과정 해설서에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으로 실시한다고 되어 있는데 전집을 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이기 때문인가? 아하, 정치논리를 언급한 까닭이 이거구나."

 

  "음악 부진학생, 미술 부진학생, 도덕 부진학생, 체육 부진학생은 왜 선별하지 않지. 놀이 부진학생, 대화 부진학생, 인내심 부진학생, 발표 부진학생은 왜 선별하지 않지."

 

  "국가는 뭘 근거로 교사대신 학생을 평가하지. 뭘 근거로 교사를 단순 시험 감독자로 전락시키지. 언제 헌법이 개정되었지."

 

헌법 제 31 조

 

①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덧붙이는 글 | 9월 29일(화) 오후 2시 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가 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미래형 교육과정, #통합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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