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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 한 쌍이 23일 새벽 카메라에 잡혔다.

도심 속 공원에서 수달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수달은 인적이 드문 깊은 산이나 맑은 물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경 뿌리공원에서 처음 발견된 수달은 지금까지 이 공원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없는 수달의 출현 시간. 긴장과 초조, 기다림 속의 지루함…
이날은 수달이 며칠 전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들은 터라 긴장과 기대감이 배로 증가됐다.

새벽 2시 30분.

우당탕…!

수달 한 마리가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한 마리는 그물망 안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 경계중인 수달 수달 한 마리가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한 마리는 그물망 안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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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할 수 없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먹이가 있는 그물망 쪽으로 접근하는 물체가 포착됐다. 수달이었다. 황달이와 황순이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이었다.

족제비 과에 속하는 수달은 은밀하게 다니는 습성을 지닌 야행성 동물이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수달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4개월을 기다린 끝에 모습을 드러낸 수달 한 쌍.

먹이를 먹고 그물망 위로 올라와 있는 수달 한 쌍.
▲ 수달 한 쌍 먹이를 먹고 그물망 위로 올라와 있는 수달 한 쌍.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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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달 한 쌍은 주위를 살피며 먹이(미꾸라지)가 들어 있는 그물망 안으로 들어갔다. 그중 한 마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잡아 입에 물고 고개를 내밀며 주위를 경계하며 먹이를 먹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가 발광하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도망치지는 않았다.

수달이 미꾸라지를 먹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다. 맛있게 먹어대는 소리가 사람이 음식을 맛나게 먹을 때 내는 소리와 흡사했고 소가 콧김 내뿜는 소리와 흡사한 소리를 가끔씩 내기도 했다. 먹이를 한 참 먹어대던 수달 한 쌍은 먹이가 있는 그물망을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수달 한 쌍이 먹이를 다 먹은 후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 떠나는 수달 수달 한 쌍이 먹이를 다 먹은 후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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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이 수달 한 쌍은 오리배 선착장 주위에서 사냥하는 듯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짙은 어둠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수달이 나타난 지 한 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그들의 행적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유등천 상류 쪽에는 5마리의 수달이 살고 있었다 한다. 그중 어미격인 황달이와 황순이 사이에 태어난 두 마리의 새끼와 대전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건너던 중 수달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숨졌는데 이 수달이 황달이의 할아버지 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달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는 시민은 뿌리공원에서 오리 배를 운영하고 있는 황의삼(56세,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감시원 겸 금강유역환경청 환경 감시원)씨.

황씨는 '수달아저씨' 통한다. 황씨는 자신의 성을 따 달이와 순이로 지었다 한다.

"안타깝게도 황달이는 3년 전에 숨졌다. 이 황달이의 사체는 뿌리공원 방아미 다리 아래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황달이와 황순이 사이에 태어난 자식에게도 이름을 지어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수달이 그물망 위로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경계하며 미꾸라지를 먹고 있다.
▲ 식사중인 수달 수달이 그물망 위로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경계하며 미꾸라지를 먹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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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도심 속 공원을 자주 찾아오게 하려면 사람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서 "낚시, 어업, 폐수, 폐기물을 하지 않고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전지역에서는 갑천, ○○천, 유등천, ○○○○원 일대에서 수달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람의 눈에 자주 띄게 나타나는 지역은 유등천 상류다. 또 일조 때 산책하는 시민들이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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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미꾸라지, 빠가사리,  메기 등 비닐 없는 물고기를 좋아한다.  붕어도 먹는데 비닐을 골라 벗겨가며 먹는 모습이 지능성이 높은 동물임을 입증하며 광경이 일품이라고 귀띔했다.

뿌리공원관리사업소 석종호 계장은 "수달이 뿌리공원에 자주 찾아 올 수 있도록 순찰을 강화하여 불법 어업․낚시, 자연훼손, 쓰레기 투기 등을 지속적으로 단속 하겠다"고 말했다.

- 수달 모습 관찰 일지(9월 23일 새벽)
02시 30분  수달 한 쌍 모습 드러냄.
02시 43분  인기척을 알아 챈 수달 한 쌍이 자리를 피함.
03시 40분  수달 한 쌍이 다시 돌아와 남아 있는 먹이 먹음.
03시 43분  먹이 다 먹은 수달 한 쌍이 떠남. 이후 모습 보이지 않음.

수달 한 마리가 그물망 위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 수달 보초병 수달 한 마리가 그물망 위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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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수달이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로 1982년 11월 지정됐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멸종된 걸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서는 400~5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정확한 마리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태그:#수달, #천연기념물330호, #유등천수달, #뿌리공원수달, #오리뱃터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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