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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 괜찮은 맛집입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정말 꿀맛입니다, 그려!
썩 괜찮은 맛집입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정말 꿀맛입니다, 그려! ⓒ 조찬현

불갑사 꽃무릇 붉은 물결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이제 허기진 배를 달래야 합니다. 불갑사 초입에 많은 식당들이 마주보고 늘어서 있습니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일까요. 대부분 한가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할매집(보리밥)은 들어설 자리가 없네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사실 관광지에서 음식을 썩 잘하는 집을 찾기란 참 힘이 듭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소문난 집도 뭐 그저 그렇고요. 그런데 지인의 말에 의하면 이 집은 꽤나 보리밥을 맛있게 잘 한다고 하네요. 글쎄.

 할매집(보리밥)은 들어설 자리가 없네요.
할매집(보리밥)은 들어설 자리가 없네요. ⓒ 조찬현

속는 셈 치고 한번 기다려볼까요. 그런데 이집에서 밥 한 끼니 얻어먹으려면 진득한 인내심이 필요할 듯합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자리가 영 나질 않네요.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내친김에 카메라를 챙겨들고 주방으로 들어섰습니다.

주인장(60·김영자)이 겉절이를 맛깔스럽게 무치고 있네요. 애기배추와 애기열무 참나물을 갖은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냅니다. 주인장 왈 이렇게 하면 맛있을 거 같아서 세 가지를 섞어 무쳐냈더니 손님들 반응이 의외로 좋다고 하네요. 풋풋한 싱그러움에 고소한 참기름 향까지 가미했으니 그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손님들이 정말 좋아해요. 특별하게 만든 육수국물에 무쳐내요."

 주인장(60.김영자)이 겉절이를 맛깔스럽게 무치고 있네요.
주인장(60.김영자)이 겉절이를 맛깔스럽게 무치고 있네요. ⓒ 조찬현

 민들레나물이 양은쟁반에 가득합니다.
민들레나물이 양은쟁반에 가득합니다. ⓒ 조찬현

겉절이에 사용하는 육수는 이 집만의 비법입니다. 표고버섯, 통마늘, 사과, 배 등을 넣어 푹 고와 육수를 낸다고 합니다. 식당 경력 30년이라더니 진짜 장인의 내공이 엿보입니다.

식당 한편에는 마른 민들레나물이 양은쟁반에 가득합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어찌나 바쁜지 더 이상 말을 붙이기가 미안해 이 정도에서 그냥 나왔답니다.

이제나 자리가 나왔을까.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한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리밥(6천원)을 주문했습니다. 보리밥이 한상 거나하게 차려졌습니다.

 보리밥에 나물을 적당히 넣고 고추장으로 쓱쓱 비볐습니다.
보리밥에 나물을 적당히 넣고 고추장으로 쓱쓱 비볐습니다. ⓒ 조찬현

 보리밥(6천원)을 주문했습니다. 보리밥이 한상 거나하게 차려졌습니다.
보리밥(6천원)을 주문했습니다. 보리밥이 한상 거나하게 차려졌습니다. ⓒ 조찬현

보리밥에는 고명으로 새싹과 김 가루가 올려져있습니다. 접시에는 갖가지 나물이 담겨져 나옵니다. 취나물, 민들레나물, 목이버섯, 겉절이, 가지나물, 열무김치, 무생채 등등 가짓수도 다양합니다. 보리밥에 나물을 적당히 넣고 고추장으로 쓱쓱 비볐습니다.

오래도록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갖가지 나물이 어우러져 내는 조화로움이 대단합니다. 향긋한 감칠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보리밥에 한가득 담긴 맛에 나도 모르게 빠져듭니다. 관광지에서 만난 곳으로는 썩 괜찮은 맛집입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정말 꿀맛입니다, 그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 'U포터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보리밥#꿀맛#불갑사#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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