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산,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희끗한 뭔가가 보입니다. 뭐지? 좀 더 다가가니 파란색 글씨가 써진 흰 판자가 걸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뭐라고 써놨을 까? 글씨의 내용이 궁금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았습니다.
한자로 '白頭山高松下在'라는 글씨가 세로로 써져있고, '백두산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소나무 아래 있나니 잘난 척 하지마라. 자네보다 잘난 사람 숱하다네'라는 설명도 옆에 세로로 달려있습니다.
'꼴값 떨지 마!'하며 후려치는 몽둥이에 한 방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떨 꼴값도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소나무에 걸린 그 글을 읽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선승을 일깨우는 고승의 일갈, 사정없이 내려치는 장죽소리만 같았습니다.
산길에서 만난 짧은 글이지만 잘난 척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백두산만큼이나 높아 보이는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를 위시한 고관대작들에게 선물하고픈 글귀기에 글귀의 일부를 바꾸며 읊어 보았습니다.
잘난 척 하듯 '고관대작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국민 아래 있나니 잘난 척 하지마라. 자네보다 잘난 사람 숱하다네'를 반복하며 소나무 숲길을 걸어 산길을 내려옵니다.
기껏 소나무 아래였던 높은 산을 내려오니 산도 아니고 소나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평평한 길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흐르는 물과 벗하며 터벅터벅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