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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개월간 참 기뻤다, 행복했다. 16부로 어제 막을 내린 드라마 때문이다. 10월이면 100일을 맞이하는 아기의 엄마이기도 한 나는 주말 7시 55분이 되면 어김없이 아기를 신랑에게 맡기고 tv앞에 앉는다. 첫 아기여서 육아에 어설픈 난 뉴스도 아침 드라마도 심지어는 오락프로그램도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외롭다며 친한 친구와의 전화 한 통화 하는 것도 내겐 큰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초보 엄마에게 산후우울증을 확 날려주고 행복감과 기쁨을 매주 안겨주었던 드라마였다. 어젠 일요일 저녁 8시 조금 넘어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언니, 나 지금 드라마 보고 있어, 전화통화 나중에 해"

언니 왈 "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해?"

나 말하길 "엉,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야"

 

그리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마지막회를 시청했다. 이렇게 멋진 드라마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며 요즘 생각하는 중이다.

 

내 진정 그대들을 탐했도다.

 

"탐나는 도다"

 

mbc에서 주말 저녁 7시 55분부터 9시 뉴스 시작 전에 방송한 드라마다. 제목부터가 어찌나 탐나던지.... 주말 저녁 주로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나였다. 그런 내가 집에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 무심코 앉은 tv 앞, 그리고 느닷없이 만난 드라마. 탐나는 도다

첫해부터 흥미진진했다. 그 화려한 영상미, 아 드라마에서도 이런 영상미를 맛볼 수 있구나. 대단했다. 또한 여자 주인공 장버진(서우)의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의 귀여운 매력, 그리고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귀양다리 박규(임주환)의 치명적인 매력, 그리고 눈부시게 하얗고 순수한 이양인 윌리엄(황찬빈), 그리고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뻑가는 외모 얀(이선호)

 

처음부터 이 매력덩어리들이 그 맑고 고운 탐나(제주)에서 구수하고 정다운 사투리 펄펄 날려가며 드라마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 어찌 그 속에 매료되지 않고 배길 수 있으리요. 정녕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를 만났구나 하는 이 희열,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요.

 

 

선덕여왕은 버릴 수 있어도 탐나는 못 버린다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시작이 이렇게 좋은데 끝이 안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런 행복한 불안감을 나를 계속해서 주말저녁 tv앞으로 이끌었다. 드라마에 빠진 걸로 치면 '선덕여왕'과 '밥줘'에 먼저 빠졌다.

 

그러나 이 탐나를 만난 이후로는 어느 샌가 '밥 안 줘도 돼'가 됐고 '아 맞아, 어제 선덕여왕 했지?'하면서 다른 드라마에 대한 애정마저도 순식간에 앗아갔다. '탐나는 도다' 이 드라마와 깊은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럴 때 접한 소식이 낮은 시청률 때문에 조기 종영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기사에 덧글을 달아보고 조기종영 반대 글을 열심히 써대도 방침에는 결국 변화가 없더라. 아. 이렇게 완성도 높은 거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간만에 좋은 드라마 봐서 행복했는데 그 행복을 앗아가다니...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근 한달간의 행복을 말이다. 8회 분량(원래는 24부라고 하는데 16부로 조기 종영했다)이 잘려졌으니 얼마나 재밌고 신나고 가슴 벅차는 장면들이 잘려나갔겠는가. 이미 끝난 일, 하는 수없이 난 원작을 돈 주고서라도 사서 볼 생각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사실 나 드라마 또 보고 싶어서...주중에는 하나티비에 돈 500원 지불하고 몇 번 봤다. 안 아깝더라. 그렇게 아까워서 심지어는 유선방송료도 아까워서 그것도 안 봤던 내가 하나티비까지 신청해서 돈주고 볼 정도니... 맛이 가도 보통 간 게 아닌 건 확실하다.

 

상사병 걸리기 일보직전 나를 구한 여인

 

얼굴 빨개지는 고백을 하나하건데 나 박규 좋아했다. '애딸린 유부녀가 이래도 되나?', '에이 맘 속으로만 그러는데 뭐 어때?'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심지어는 신랑한테 죄책감 안 갖고 싶어 박규를 향한 내 마음을 신랑에게 말하기도 했다.

 

신랑 그냥 웃더라, 그래서 맘껏 좋아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가면 갈수록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것이었다. 아. 박규를 향한 게 연정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상사병 걸리면 어떻게 해, 탤런트라 좋아한다고 어쩔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말여 하는 마음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나를 진정시켜 준 인물은 극중 후반에 나를 감동시킨 여인이다. 말 할 나위없이 귀엽고 발랄한 여 주인공 버진(서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내게 질투심마저 앗아가버린 여인 버진, 바로 그녀의 어머니다. 대상군 최잠녀(김미경)

 

극의 중간중간에 나타나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하는 대상군 최잠녀, 그는 눈 동그랗고 조그만 딸년 버진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그리고 버진이 그것이 싫다고 한양에 왔을 때도 뒤늦게 버진이 한양이 싫다고 할 때까지 살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박규를 향한 마음으로 힘들어할 때도 술을 따라주며 지그시 딸의 얘기를 듣는다. 또 박규와 버진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눈치채고 확신한 그녀는 그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게 소소하고 정감이 가는 언행들을 일삼는다. 화가 나고 서운하면 화를 내고 표현하는 그 소박하고 강직한 대상군 최잠녀. 아 그녀의 매력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나. 결국 극 마무리 시점에 나는 대상군 최잠녀를 1순위에 올려놓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 작은 몸집에서 품겨 나오는 삶을 일구고 헤쳐나가는 엄마,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강직함, 그게 잔뜩 묻어나와서 심지어는 경외심까지 가득찰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즈음해서 그녀의 진짜 이름이 궁금해지더라. 김미경. 이름 찾다 들어간 탐나는도다 홈페이지...놀라워라. 아마도 이제 이 행복감을 이 홈페이지에서 마니아들과 함께 오랫동안 나누게 될 것 같다. 재방영도 혹시 되나? 그렇게 되면 참 좋으련만.

 

그대들은 조선의 숨결을 지켰습니다

 

개방에 맞선 제주 좀녀부대의 활약, 그리고 지켜낸 멋진 섬, 탐라 그렇게 첫 시작이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탐나는 도다'는 더 멋진 탐라의 모습을 보이며 종영했다. 그렇게 귀엽고 예쁜 버진과 가슴떨리게 멋진 박규는 탐라에서 행복하게 잘 살 것이고 그렇게 멋지고 재밌는좀녀들은 바닷속을 헤엄치며 빛나는 해산물을 캘 것이.

 

"그대들은 조선의 숨결을 지켰습니다. 그대들이 지켜온 조선, 그리고 이어진 지금 이 땅. 이 땅을 지키고 이 땅의 숨결을 지키고 후세에 이어주는 일은 저희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탐나는 도다'에는 숨결이 있고 역사가 있다. 그리고 꿈이 있다. 극중 악역이지만 대단한 지략과 추진력을 가진 서린(이승민)의 꿈도 조선의 숨결을 지키고자 하는 박규의 꿈도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꿈들이 함께 있다. 그 꿈들이 함게 어우러져 행복하고 아름답게 사는 땅, 바로 이 땅의 숨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 그 꿈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그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다.

 

박규 도령네 노비 오빠, 언니, 사랑해요.

 

나 참 한양에서 잘 나가는 양반댁 노비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해대며 돌아다니는데그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고 되려 극중 재미를 더하더라... 봉삼이었던가?

"아이고 봉삼씨 볼때마다 그 성실한 모습에 반하더이다. 고백하건데 박규도령은 버진과 잘될 것 같아 맘을 접었소만 봉삼씨에 대한 마음은 아직 못접었소이다. 보니까 아직 솔로인 것 같드만 누나가 쪼깨 좋아해도 되지라이"

 

봉삼씨 못지 않게 박규도령네 노비 언니도 처음 보는 언니인데도 그 살갑고 재밌는 연기에 볼 때마다 박장대소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 저 오빠 언니 참 재밌는 분들이네...그러다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그러다가 둘이 친해졌음 좋겠다...그런 생각 말이다. 어느새 극에 몰입하다보니 거기 들어가서 아는 척하고 싶고 통성명도 하고 싶고 같이 손잡고 놀고 싶은 마음마저 들더이다. 당신들을 발견해서 좋더이다. 그런데 홈피에서도 당신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죠. 내 당신들을 꼭 찾아내고 말겠소.

 

오늘도 맘 속으로 드라마에 나온 인물 하나하나를 되새겨본다. 임금역을 맡은 이 또한 그렇다. 무슨 저런 임금이 있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눈과 입과 볼에 괴기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연기, 최종회에서 박규가 사약을 앞에놓고 벌어졌던 장면에서는 거의 압권이었다. 박규를 살려준 도공 또한 어찌나 큰 웃음을 선사했는지... 끝분언니랑 좀녀언니들 그리고 이방의 활약만큼이나 이 드라마를 탄탄히 받쳐주는 인물들이다. 아,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이들을 일일이 열거하고픈 맘 간절하다.  대체 캐스팅은 누가 한 거야. 이런 완벽한 캐스팅이라니...

 

이 드라마는 재방영되야 한다

 

한권의 멋진 책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한편의 멋진 드라마 또한 그렇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는 내 인생을 조금은 바꾸게 될 것 같다. 거침없이 매력을 발산해대는 사람들하며 자식교육 제대로 하시는 엄마들, 그리고 자신의 일에 열심인 좀녀들과 노비들, 그리고 정작 이 드라마를 멋지게 탄생시킨 분들,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낮아서 20회분을 다 방영하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사람들 밖에서 활동할 시간인 주말 저녁에 드라마를 방송했던 데 가장 큰 원인이 있었던 듯 싶다. 아쉽다. 이렇게 멋진 드라마는 많은 이들과 함께 보면서 공감해야 하는데 말이다. 어찌됐든 최종회에 잠깐 스친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 사진. 이보다 더 멋질 수 있을까. 아, 당신들과 친해지고 싶다.

 

그러니 드라마 내년 여름에 재방영되는 역사를 함께 만들어 봤으면 한다. 아이가 운다. 이 글을 마칠 때가 되었다. 1년여동안 이 멋진 드라마를 만드는데 열정을 다 바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마니아들은 진즉 관련 카페를 만들고 행동에 들어갔단다. 나도 동참하러 간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를 100일 전 아기 엄마가 드라마에 완전 미쳤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탐나는 도다#박규#서우#임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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