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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나무.

 

  버섯이 나무를 점령하였다. 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버섯나무가 되었다. 밑동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무의 끝까지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나무는 찾아볼 수가 없다. 처음부터 버섯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버섯의 왕성한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앞선다. 버섯나무의 매력에 빠져든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서 만난 버섯나무는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실감한다. 만약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 할지라도 저리도 오묘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생명력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이 왜 겸손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나무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생명을 다하였다. 그 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 바로 버섯 균이다. 나무를 생명의 터전으로 여기고 그 곳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낸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막이 어찌 한 두 가지뿐이겠는가?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버섯나무를 바라보면서 인생을 생각한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다보면 아스라하다. 어찌 살아왔는지,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숱한 고비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좌절을 맛보아야 하였었다. 그 것을 극복하기도 하였고 그냥 우회하여 지나치기도 하였다. 흔들거리는 구름다리를 건너온 느낌이다. 어찌 그 험한 길을 걸어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겪어야 하였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갈등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다. 조금만 더 주의하고 세심하게 대처하였더라면 잘 해결할 수 있었을 문제들이었다. 실패하게 되면 그 결과로 인해 겪어야 하는 절망감은 이루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온 몸에 엄습해 들어오는 아픔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었다.

 

  어디 그 뿐인가? 능력과는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야기되는 재난이지만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크기만 하였다. 거기에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서 아프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고통 또한 컸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모든 일들의 원인은 바로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음을 비우게 되면 될 일이었다.

 

  버섯나무를 바라보면서 삶을 생각하게 된다. 버섯나무는 이모든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욕심을 줄이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인생은 안개가 짙게 끼어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안개가 걷힌 맑은 날이 그렇게 좋을 수 없지 않은가? 행운이 넘치는 날이 된다.

 

 

  버섯나무를 바라보면서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이란 밖이 아닌 내 안에 숨어 있다. 단지 그 것을 알지 못하고 밖에서 헤맬 뿐이다. 삶의 철학을 정립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이 바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버섯나무는 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행복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라고.<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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