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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속도가 가파르다. 주가는 연일 폭등하고, 환율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각종 경기 지표도 파란불이다. 언제 위기가 있었느냐는 말이 돌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회복이 착시현상에 불과하며,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마이뉴스>는 세차례에 걸쳐 경기회복 논란을 들여다 본다. 마지막으로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한국경제의 전망을 들어본다. [편집자말]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같은 재정확장과 금융완화가 계속될 경우 오히려 내년보다 2011년이나 2012년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같은 재정확장과 금융완화가 계속될 경우 오히려 내년보다 2011년이나 2012년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 권우성

"지금 같은 상황이 그대로 간다면… (4% 성장도) 가능하겠죠. 아마 당장 경제가 꼬꾸라지거나, 그렇게 될 확률은 많이 낮아졌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투는 약간 시니컬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에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내년 경제성장률 4% 달성 가능하다'는 말을 전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같은 재정확장과 금융완화가 계속될 경우 오히려 내년보다 2011년이나 2012년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0조 원이 넘는 국가 빚 뿐 아니라 각종 경기부양책에 따른 버블이 터지는 것이 내년 이후라는 점을 감안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한성대 연구실에서 그와 만나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경기회복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출구전략(Exit Strategy, 경기부양을 위해 취했던 각종 완화정책을 거둬들이는 것) 논쟁을 비롯해 현 정부의 각종 경제 정책에 대해, 그의 날카로운 입담은 여전했다.

특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두고, "보수세력의 대변자로서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진보개혁진영의 아이디어를 일정하게 흡수하는 전략이 일정하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일본 자민당처럼 자칫 보수정권의 장기집권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정운찬 총리의 가까운 제자 중 한 명인 그는 그동안 정 총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정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 교수는 "총리 내정부터 청문회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어 "정 총리가 이제는 '경제학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단순한 대독 총리가 아닌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를 완화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역할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시기를 놓쳐버린 출구전략, 왜?

우선, 최근 경기회복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이미 각종 경기관련 지표들은 사실상 'V' 자형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그는 "1년 전보다 회복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정상궤도에 복귀한 것은 아니며, 이 때문에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잘라 말했다.

- 경제의 불확실성이라면.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시장의 버블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의 이른바 '폭탄돌리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 않나. 기업을 비롯한 구조조정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해왔는데.
"(웃으면서) 금감원장이 그런 구조조정 언급이 몇번째인가. 그말은 결국 뒤집으면 구조조정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금융당국에서 업종별, 기업별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 어쩌겠다 했지만, 어느순간 거의 사라졌다."

- 이런 불확실성의 원인은 어디에서 온 것이라고 보나.
"한마디로 정책당국의 출구전략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통화당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서 출구전략을 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기준금리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올려서, 시장에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달 금통위 회의 마치고,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고개를 저으면서) 이 총재의 당시 문제 인식은 정확했다고 본다. 이른바 25비피(BP, 0.25%포인트)씩 조금씩 조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적 완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완화 정책의 '정도'를 줄이는 것 뿐이다."

"당장 경제가 꼬꾸라지지는 않겠지만, 내년 이후가 문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해,"자산시장의 버블을 진정시키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해,"자산시장의 버블을 진정시키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 권우성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의 움직임은 정반대로 나왔다'고 묻자,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김 교수의 말이다.

"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이 출렁였죠. 당장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고 하니까, 윤증현 장관이 나서서 금리인상은 없다고 말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아마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기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G20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다시 한번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을 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결국 자산시장의 버블을 진정시키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됐다"면서 "이런 방향으로는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만 더 악화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윤증현 장관은 "내년 경제성장률 4% 달성할 수 있다"고 공언했는데.
"(냉소적으로) 그럴 수 있다. 지금처럼 재정확장과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과거와 같이 정부와 재벌, 금융의 '삼각동맹' 체제가 확고하다면, (4%)성장도 가능할 수 있다. 당장 경제가 꼬꾸라지거나 그럴 일은 없을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 그 이후라면.
"2011년이나 2012년쯤이면 각종 경기부양에 따른 부작용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정부 재정 악화 뿐 아니라, 가계 부채, 기업들의 부실 문제도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들의 본격적인 출구전략까지 더해지면, 정말 만만치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

"자칫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체제가 오래갈 수도"

이어 기자가 '교수께선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론자라고 생각하시나'라고 묻자, 잠시 눈동자를 올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경제학자는 기본적으로 비관론자"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현재와 같은 불확성이 큰 상황에서, 현재의 한국사회 구조와 지도층에 대해선 지극히 비관적이에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을 보면, 집단적으로 아래로부터 개혁을 요구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죠. 이것을 보면 향후 미래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죠."

'현 정부의 서민정책 때문인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고 말하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 대통령을 보면 정말 실용적인 사람인 것 같다"면서 "순간순간 주어진 상황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매우 익숙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 예를 들어보면.
"(곧장) 나중에 재정이 어떻게 펑크가 나더라도, 대학등록금을 취직한 후에 갚도록 해주는 것이나, 정운찬 선생님을 총리로 발탁하는 것이나, 기업들을 비틀었든 어쨌든 서민금융센터 만드는 것이나… 과거 노무현 정부나 열린우리당 시절에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을 지금 만들어내지 않나."

그의 말 속엔 향후 진보개혁진영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엿보였다. 김 교수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보수세력의 대변자로서 각종 법과 제도 바꾸고, 개혁진보진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중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쓰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죠. 보수정당의 이같은 포섭 전략에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지 못하면, 이 체제가 장기적으로 갈 수도 있어요. 이럴 경우 우리 사회에서 개혁진보진영의 자리는 상당히 좁아질 수도 있죠."

"정운찬 총리는 '경제학자' 잊고, 사회갈등 해결사로 나서야"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그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는 듯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 그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는 "정운찬 선생님의 국회 (임명) 동의안이 처리됐다고 하네"라고 말했다.

어차피 나온 김에 그에게 정 총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정 총리의 가까운 제자로 꼽혀온 김 교수였다.

그는 정 총리가 후보로 내정됐을 때부터 스승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다. 그렇게 썩 내키진 않지만,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정 총리가 이명박 정부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을까'라고 묻자, 김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보였다.

"만약 (정 총리가)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에서 역할을 찾으려고 한다면 아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이유는 뭘까. 그의 말이 계속된다.

"경제 상황은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고, 주변에 강만수 특보를 비롯해 윤진식 실장, 윤증현 장관 등이 있어서, 성과를 낳기도 어려워요. 괜히 경제 문제에 언급했다가 분란만 일으킬 가능성만 크죠.

정 총리 스스로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것을 빨리 잊어야 해요. 그리고 사회갈등의 조정자로서 자신의 역할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용산사태 뿐 아니라 사회갈등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야합니다."

실제 정 총리가 그런 행보를 하게 되면, 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단순한 대독 총리를 떠나 분명한 정운찬의 길을 가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마지막 말이다.

"정 총리가 이같은 행보를 하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정말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분명해 질 겁니다. 단순한 대독 총리로 머물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자율성과 권한을 가지고 일정한 역할을 하는 총리로 인정해주는지… 정 총리가 계속 현 정부가 함께 갈 수 있을지는 그때 가서 판단해도 될 것 같습니다."



#김상조#금융위기#이명박#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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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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