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아이들이 송편을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그냥 선생님이 하는 것을 보고 눈으로 따라한다. 선생님이 하는 그대로 따라했는데 송편만들기 수업을 구경오신 다른 선생님이 만드는 모양을 보고 세차게 도리질을 하면서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천진하게 자기가 하는 것을 따라하라고 그 선생님에게 가르친다. 아이가 만드는 모양은 큰 만두같은 모양이다. 전형적인 충청도식 주물럭 송편 만드는 선생님은 웃으면서 아이가 하라는 대로 따라하고 아이는 신이 났다.
난초반이라고 불러지는 청각장애특수학교 1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과 집에서 엄마가 가르치는 것에서 가끔은 혼란스러워한다.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은 지식적인 것이므로 그것도 필요하고 맞는 것이고, 엄마가 가르치는 것은 지혜에 가까운 것이니 그것도 필요하고 맞는 것이란 것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줄 수가 있다.
그러나 성심학교 아이들은 그런 설명을 해줄 수가 없다. 아직 1학년이라 수화 또한 언어영역이기 때문에 간편적인 단어만 표현될 뿐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 만두같은 송편모양과 전형적인 충청도식의 주물럭 송편모양이 왜 다른 것인지 설명해 줄 수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매일 즐겁다. 아이들이 아무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그 맑은 영혼의 눈빛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는다. 학교지만 가족같은 공동체사랑이 깃든 학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마음놓고 웃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언제나 자유롭게 표현한다. 교과과정은 좀 진도가 늦더라도 자신감의 뿌리는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
한번은 내가 먹가는 것을 오른 쪽으로만 돌리라고 가르쳤는데, 아이 엄마가 무심결에 먹을 왼쪽으로 갈았더니 아이가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질 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랑곳없이 그냥 계속 왼편으로 먹을 갈았고 아이는 엄마가 손을 못 움직이게 잡다가 급기야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아는 것이 맞는데 엄마가 계속 제지하니 답답하다 못해 울음이 나온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갈등이 나오는 것도 소통이 원인이지만, 청각장애아이들은 어릴 때 부터 소통의 힘겨움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대다수는 어른이 되어서도 소통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갈등해소의 대화능력보다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양비론의 사고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청각장애아이들은 사춘기가 되어서 같은 청각장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는 큰 문제가 없지만, 머리좋은 아이를 둔 엄마의 욕심은 이왕이면 아이가 좀 힘들더라도 일반학교에 들어가서 정규진도를 따라가서 일반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가 원하든 원치않든 그것이 아이를 위한 것인 줄 알고 전학을 시킨다.
그러나 아이는 일반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같은 청각장애인친구들과 누렸던 소통의 세상을 잃어버리고, 좀 어눌한 발음이라도 간신히 한 마디씩 배우기 시작하던 언어도 잃어버린다. 그리고 성대는 퇴화하고 비장애아이들과의 소통이 막혀 서로 오해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청각장애아동의 발생율은 해마다 높아지는데, 청각특수학교의 신입학생아이들은 해마다 적어진다. 그리고 성적이 좋은 청각장애아이들의 반학교 전학율은 높아가고 있다. 비장애학교에 들어간 청각장애아이들이 소통의 벽을 깨고, 나름대로 원만한 인성을 키워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생활의 벽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그러나 난초반에 있다가 엄마의 넘치는 의욕으로 일반학교에 간 활달한 아이가 일반학교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 다시 난초반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일반학교 가서 서서히 밥도 잘 먹지 않고 울고 학교 가기를 싫어해서 할 수 없이 되돌아 온 것이다.
일반학교 선생님에게 아이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명랑하고 발음이 서툴지만 자기 표현도 잘 해요!"
그러나 그 학교 선생님이 보기에는 아이가 너무 자신감이 없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싸우고 수업중에 곧잘 울거나 소변도 옷에 싸기도 해서 난감했을 터이다.
아이는 다시 원래의 난초반에 들어오자마자 이틀만에 다시 활달해졌다. 그리고 깔깔거리며 즐겁게 송편을 만든다. 우물안의 맑은 물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올챙이처럼...
일단은 자신감의 뿌리를 깊이 내려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사고를 지닌 개구리가 되고나면 스스로의 마음이 원하는 큰 연못을 찾아갈 가능성도 많으니 이 땅의 청각장애엄마들은 너무 자신의 생각에 아이들을 성급하게 맞추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