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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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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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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건축물 수나 호수밀도(1ha당 건물 수) 등은 따지지 않고 준공된지 일정 기간이 지났다고 모두 노후·불량 건축물로 분류해 재개발사업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경기도 조례는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이 최종 결론났다.

특히 이번 판결은 원고와 피고 모두 상고를 포기하면서 해당 판결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유사한 조례를 기초로 진행되는 각 지방자치단체 주거환경개선사업, 뉴타운사업 등 도심재정비를 위한 재개발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과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윤재윤)는 안양시 안양5·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지사와 안양시장,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상대로 낸 안양 냉천지구 및 새마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판결문(2008누*****)에 따르면 재판부는 "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은 묻지 않고, 노후·불량 건축물이 50% 이상인 지역에 해당하기만 하면 정비계획 수립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기도 조례는 상위법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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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판결 이유없다 결론... 일방적 행정에 쐬기

재판부는 이어 "노후ㆍ불량 건축물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건축연수 기준을 따르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건축물대장에서 20년이 지난 건축물을 대상 건물로 선정해 정비구역 지정처분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또 "각 정비구역이 2007년 3월에 지정됐는데도 사전조사는 1년 9개월, 예비평가는 1년 11개월 뒤에 이뤄진데다 적은 인력이 광대한 면적을 단기간에 제대로 조사ㆍ평가했다고 보기 힘들다.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면 원고들의 토지와 건축물이 강제로 수용당해 막대한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1심 판결 이후인 올해 1월 새롭게 실시한 예비진단용역 자체도 부적절하며, 또 사업이 일정 부분 이상 진척돼 공공복리 등 행정목적상 필요하다고 요구한 사정판결도 사업시행 초기 단계이므로 이유없다고 결론을 내려 일방적인 행정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도는 2007년 3월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 따라 안양5동 냉천지구 12만8천600㎡와 안양9동 새마을지구 19만2천900㎡를 각각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안양시가 지난해 8월과 12월 주거환경개선사업 시행인가를 내주었다.

경기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을 완화해 노후·불량 건축물 수, 무허가 건축물 수, 호수밀도 등의 요건 중 한가지 요건만 갖추면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판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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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기도 조례 규정은 상위법령 위배

그러나 상위법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은 조례를 통해 해당 요건의 세부사항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이들 가운데 한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지 않다.

이에 주민들은 정비구역 지정처분은 부당하다며 건설교통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재판부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9일 안양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지사, 안양시장,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상대로 '주거환경 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경기도 조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규정보다 완화된 것으로 시행령 위임 범위에서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단지 건축시기를 기준으로 1985년 6월 이전의 건축물을 모두 노후·불량건축물로 분류한 것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고법 판결 관련 안양시장 발표문
 고법 판결 관련 안양시장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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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10월부터 모든 절차 새롭게 시작하겠다

이번 판결과 관련 이필운 안양시장은 '주민여러분께 알리는 말씀'을 통해 "행정소송의 패소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게 돼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이제 모든 절차를 새롭게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안양시장은 향후 추진 일정과 관련 "사업추진 요건을 신속히 보완하여 10월부터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공고 등 제반 행정절차를 재이행하여 내년 3월말부터는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더이상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양시는 지난 1일 '냉천.새마을지구 주민설명회 개최' 공지를 통해 6일(새마을지구 신안중 체육관)과 7일(냉천지구 안양대학교 문화관4층) 저녁 8시 설명회를 개최하며 항소심 결과, 향후 일정및 정비계획, 기타 질의 응답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에서 승소한 주민들은 "5동과 9동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임에도 안양시가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동의서를 무리하게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비구역 고시가 되면 다시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안양#주거환경개선사업#재개발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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