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울산시의회 전 의장의 뇌물은 빙산의 일각일 겁니다. 우리가 수십년간 겪어온 바로는 엄청난 비리가 잠재돼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수차례 건설현장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는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장현수 사무국장은 이렇게 확신했다.
전 울산시의회 의장이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파문이 일고 있지만 이는 잠재된 비리의 일부분뿐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되면서 묵혀져 왔던 토착권력에 의한 비리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은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공사비 부풀리기를 강요받아왔던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억눌렸던 응어리가 폭발하면서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덤프트럭, 굴삭기, 포크레인 등 중장비인데 이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노동자지만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다. 이런 노동의 특성상 업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서는 다음 일을 장담할 수 없거나 당장 쫓겨나야 한다는 것이 중장비 노동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이들에게 허위 서류 작성 등을 강요해 검은 돈을 축적해오면서 실상 이들 노동자들이 어렵다며 차량 임대료를 높여달라는 요구에는 "건설경기가 어렵다"는 말로 10년 넘게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올해 2월 4월 6월, 세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관행들을 폭로했다. 이를 통해 권력형 토착비리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 것.
특히 이번 울산시의회 의장의 뇌물 혐의를 통해 드러난 북구달천아이파크아파트의 경우 뇌물의 대가성으로 의심되는 공사재개가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현장인 울산 북구 달천동은 과거 철 생산지로 유명한 곳으로 철에 섞인 비소가 주민을 위협한다는 안전상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후 별다른 해결 없이 공사가 재개돼 현재 이 아파트는 공사가 완료돼 입주한 상태다.
문제는 건설노동자들이 폭로한 바와 같이 한 트럭에 1만원 가량하는 사토를 20만원이나 되는 모래로 속여 전표를 작성해 공사비를 부풀렸는데 이 사토에 비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큰 데도 수자원공사가 건설중인 경주의 모화댐 조성 토사로 사용된 것.
토사를 운반해오면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료 채추 후 환경오염 여부를 검사해야 하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댐 조성용 흙으로 사용돼 또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할 관청인 울산시는 당시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류상 이 토사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관할 관청의 답변은 관청이 직접 토사에 대한 환경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받아온 서류에 의해 허가를 결정하는 구조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건설현장 비리 파헤치면 나온다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장현수 사무국장은 "건설현장에서 건설기계노동자들에게 '전표를 몇 장 더 끊자'고 하는 것은 일상사"라면서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강요받아왔다"고 말했다. 만약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일을 끊고 나가라는 응징이 돌아온다고 한다.
특히 이같은 관행들이 이번 아파트 공사 외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관급공사에서도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검찰이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 더 큰 이유다.
그동안 건설노동자들이 비리를 폭로한 관급공사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강동산하지구 등 수두룩하다.
장현수 사무국장은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건설사는 우리 노동자들과 반드시 체결해야 할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작성하면 검은 돈 모으는 것이 들통날 우려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현장은 100% 비리의혹대상"이라면서 " 차량작업일보, 세금계산서, 통장지급내역서 3가지만 비교해 수사하면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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