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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당시 화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통상 전쟁에서는 적대관계에 있는 군인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예기치 않은 민간인들의 희생도 따른다.

 

적군으로 오인받아 총격에 의해 사망하기도 하고 민간인들이 있던 곳이 적군 기지로 오인돼 폭격되면서 피해를 입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군인들간의 총격전 등이 벌어지고 있는 곳 인근에 있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진다.

 

목숨을 담보로 총성이 오가는 도중에 오인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벌어진 피해라고 할지라도 그 아픔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게다.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관련 민간인의 희생이 발생하면 전세계가 안타까워하며 혀를 찬다.

 

특히 어린이나 여성, 노약자들이 다치게 되면 그 안타까움의 강도는 더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뻔히 아닌줄 알면서도 그래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전쟁 중에는 그런 일도 흔하게 일어나지만 슬며시 묻혀진다.

 

그래서 전쟁은 이긴자나 진자나 모두에게 아픔으로 남는다. 59년 전 화순에서도 그랬다. 당시 화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이념대립이 치열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천여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경찰에 의해 또는 국군에 의해, 인민군이나 빨치산에 의해, 또는 좌우익세력에 의해 희생당했다.

 

이는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나 당시 목격자 등의 증언에 의한 추정치일뿐 실상 훨씬 더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했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 전후에 화순에서 국군에 의한 희생자는 103명, 경찰에 의한 희생자는 62명, 인민군이나 빨치산 등에 의한 희생자는 143명 등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만 308명이다.

 

빨치산과 군경토벌대 간의 교전이 벌어지면서 군경에 협조했다거나, 빨치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좌우세력에 의한 희생자만도 295명에 달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태어났고 자랐고 일구던 땅이 있는 고향을 차마 떠나지 못했거나 피난을 가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나 노인, 여성 등이었다. 

 

신원이 밝혀진 사망자의 수도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가족들의 진실규명 요청에 의해 조사한 결과로 일가족이 몰살당했거나 타지역으로 이주했거나,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희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화순은 전라남도 각 지역으로 연결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백아산과 모후산, 화학산 등에 빨치산이 거점을 두고 전주와 전선을 절단하거나 철로를 폭파하는 등 무장유격투쟁이 많았다.

 

경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화순경찰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화순경찰은 이양면에서 빨치산에 의해 전주가 잘렸다는 이유로 경찰지시에 의해 야간에 전주경비를 맡았던 주민 10여명을 총살하는가 하면, 동면에서는 빨치산에 의해 경찰파출소가 습격당했다는 이유로 10여명의 주민들을 총살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을 왜 죽이느냐"고 항의하는 현직 동면장을 주민들 앞에서 총살하는 잔인함을 보이기도 했다. 피난을 가지 않고 마을을 지키고 있다가 수복을 맞은 주민들도 경찰의 총부리에 희생됐다. 마을에서 인민군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이유를 붙여서다.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국군 11사단에 의해 이뤄졌다. 11사단은 빨치산 토벌이라는 명목으로 30여명의 민간인을 빨치산 협조자로 몰아 사살하는가 하면 작전의 편의를 위해 산간마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피난가지 않은 민간인들을 좌익으로 몰아 사살했다.

 

물론 기지를 발휘해 애꿎은 희생을 막은 군인들도 있기는 했다. 남면에서는 가옥을 수색하던 군인들이 숨어있던 주민들에게 눈짓으로 밖으로 나오지 말도록 신호해 희생을 막기도 했다.

 

인민군이나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는 주로 면장이나 면사무소직원 등 공무원, 대한청년단 간부 등 우익인사나 그 가족들이 많았다.

 

남면이나 북면, 도암면 등지에서는 가족단위 희생사건이 다수 발생해 유아나 여성, 노인, 임산부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해됐으며 이중 도암면 호암리에서는 공무원가족이라는 이유로 10세미만의 어린이 8명과 여성 6명 등 일가족 19명이 한꺼번에 희생되기도 했다.

 

특히 좌익세력에 협조했다는 등의 이유로 희생된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반공법 또는 연좌제법 등에 의해 취업에 제한을 받는 등 사실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연좌제법 등은 이들에게 뗄 수 없는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고 이들은 억울한 죽음을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살아야 했다.

 

한국전쟁 당시 동면파출소가 인민군에게 습격당하자 주민들을 총살하는 화순경찰을 만류하다 화순경찰에 의해 사망한 고 류길현 동면장의 아들 류영달씨는 이를 두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동물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은 유족 등에 의해 추수려지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버려졌다. 상당수는 자신의 죽음에 씌워진 억울함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가족 전체가 몰살당했거나 후손들이 사망하면서 잊혀져 버린 죽음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화순 곳곳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후손들을,  그리고 편안한 안식처에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화순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반도 곳곳에서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진 상태로 외로움과 추위에 떨면서...

 

그리고 그들의 유족들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한국전쟁 전후 화순에서 희생된 민간인 피학살자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5일 유족들에 의해 화순군민회관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합동위령제는 좌익에 의한 희생자, 우익에 의한 희생자, 군경에 의한 희생자 등으로 나누는 여느 위령제와 달리 희생자들을 분류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넋을 위로했다.

 

합동위령제에는 안병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과 구충곤 전남도의원, 전완준 화순군수, 주승현 화순군의장,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장준표 상임대표, 류영달 화순군유족회장, 유족 등이 참석했다.

 

 합동위령제는 무용인 홍금자씨의 살풀이춤에 이어 만연사 자공 주지스님의 종교의식 등 1부 식전행사와 개회식, 추념사, 추모사, 헌화와 분향 등 2부 행사로 나뉘어 진행됐다.

 

안병욱 진실화해위원장은 추념사에서 "59년 전 화순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던 평범한 민간인 300여 명이 국군이나 경찰, 인민군과 빨치산 등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됐다"며 "사건발생 60여 년이 다되어가지만 이제라도 진실규명이 되고 위령제를 봉행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이나 유족,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 같이 잘못된 역사의 피해자며, 민간인희생자들은 가해주체가 누구든 간에 전쟁의 참혹한 희생자"라며 "합동위령제가 상처를 극복하고 화해와 통합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좌우를 구분하지 않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함께 봉행하는 합동위령제는 잘못된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의 평화를 기약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평가했다.

 

류영달 화순유족회장은 "59년 전 한국전쟁 전후로 군경 등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은 억울하게 학살당했음에도 독재정권아래서 반공법, 연좌제법 등으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동물과 같은 생활을 해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류 회장은 "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유족들이 차별과 멸시를 받은 것은 살아 있는 우리모두의 책임이지만 이제는 과거의 비극을 떨쳐 버리고 조국의 발전을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유포터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민간인피학살자 , #합동위령제,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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