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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향문화체험마을. 담양의 대표적인 누정과 대밭이 어우러진 '작은 담양'이다.
 담양 죽향문화체험마을. 담양의 대표적인 누정과 대밭이 어우러진 '작은 담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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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땅 담양은 가볼 만한 곳이 많은 고장이다. 죽녹원, 대나무골테마공원 등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밭이 여러 군데다. 송강정, 식영정 등 누정도 많다. 명옥헌원림 등 민간정원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관방제림 등 나무거리도 빼어나다.

이 곳에 눈도장만 찍으려고 해도 하루 일정으로는 불가능하다. 담양땅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저기 발품을 팔지 않고도 한 번의 방문으로 담양의 문화유적을 대충 둘러보고 그 분위기까지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한나절 일정으로 담양으로 간다. 목적지는 담양읍 운교리에 있는 죽향문화체험마을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 곳은 담양의 정자문화를 대표하는 누정들이 들어서 있다. 9만8750㎡(2만9800평)에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광풍각, 면앙정 등 누정을 축소된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연못과 어우러진 면앙정. 빨갛게 채색되고 있는 나뭇잎이 가을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연못과 어우러진 면앙정. 빨갛게 채색되고 있는 나뭇잎이 가을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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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된 명옥헌. 죽향문화체험마을을 찾은 가족이 이른바 '이승기연못'을 따라 걷고 있다.
 재현된 명옥헌. 죽향문화체험마을을 찾은 가족이 이른바 '이승기연못'을 따라 걷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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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앙정은 연못 위로 난 나무데크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는 나뭇잎과 잔디가 가을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송강정에선 임금을 향한 송강 정철의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명옥헌 앞에 서니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지난 봄에 방송됐던 '1박2일'이 떠올라서다. 이 명옥헌 앞 연못은 이른바 '이승기연못'으로 이름 붙은 곳. 그 프로그램에서 강호동과 이승기, 이수근 등 출연자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연못 위에 있는 대나무 지팡이를 가져오는 게임을 진행했고, 여기에 이승기가 걸려들었다.

추운 날씨 탓에 연못은 얼어 있었다. 하지만 이승기는 겁 없이 연못에 뛰어 들었고, 얼음이 깨지면서 허우적거려 폭소를 자아냈다. 이 장면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승기가 빠졌던 연못'이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날 이후 담양을 찾는 이들은 이 연못을 찾았고, 이날도 보는 이마다 그 장면을 떠올렸다.

시비도 군데군데 서 있다. 면앙 송순의 면앙정가,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미암 유희춘의 헌금가, 하서 김인후의 소정빈란, 서은 전신민의 독수정 원운, 제봉 고경명의 어주도, 석천 임억령의 추성우제, 서하당 김성원의 열구름, 박동실의 안중근 열사가 등이 시비에 새겨져 있다.

재현된 식영정. 죽향문화체험마을에는 담양의 대표적인 누정들이 축소 재현돼 있다.
 재현된 식영정. 죽향문화체험마을에는 담양의 대표적인 누정들이 축소 재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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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향문화체험마을에 있는 죽로차 제다실. 죽로차를 만들고 시음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죽향문화체험마을에 있는 죽로차 제다실. 죽로차를 만들고 시음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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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볼 곳은 우송당. 일제강점기 대부호였던 우송 국채옹이 1920년대 지은 건물로 정면 다섯 칸, 측면 세 칸, 팔작지붕 형태의 전통한옥이다. '1박2일' 출연자들의 베이스캠프로 쓰였던 이 곳은 명창 박동실의 판소리 무대를 옮겨 복원해 놓았다.

명창 김영희씨가 살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김씨는 명주실로 전통자수를 놓으며 색다른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우송당은 열사가가 만들어져 불리기도 했던 곳이라고.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이준 등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들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엮은 게 '열사가'이다. 명창 박동실이 곡을 붙였다. 시비 '열사가'가 우송당 앞에 서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마을에는 또 전통한옥 형태에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춘 한옥민박 체험장도 들어서 있다. 대숲에서 자생하는 죽로차를 만들고, 이것을 맛볼 수 있는 죽로차 제다실도 있다. 잔디광장도 넓고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

대밭과 어우러진 한옥민박 체험장. 요즘 각광받고 있는 웰빙 주거공간이다.
 대밭과 어우러진 한옥민박 체험장. 요즘 각광받고 있는 웰빙 주거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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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가는 길. 죽향문화체험마을은 죽녹원과 연계돼 있어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죽녹원 가는 길. 죽향문화체험마을은 죽녹원과 연계돼 있어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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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또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군락을 이룬 죽녹원과 연결돼 있어 더 좋다. 죽녹원은 너른 땅에 꼿꼿이 선 대숲을 걷는 것만으로 죽림욕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싸목싸목 걸으며 댓잎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연주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운수대통 길 등 색다른 이름의 산책로도 정겹다.

팬더곰, 우마차, 팔각대나무정자, 인공분수 등 휴식공간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방문자를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죽향문화체험마을과 연계된 죽녹원은 짧은 시간 호젓한 분위기에서 누정과 원림을 둘러보고 죽림욕까지 즐길 수 있는 호사스런 코스다.

죽녹원. 평일에 가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죽녹원. 평일에 가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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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지난 5일 죽녹원을 찾은 한 가족이 죽림욕을 즐기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죽녹원 내 인공분수대 앞 풍경이다.
 죽녹원. 지난 5일 죽녹원을 찾은 한 가족이 죽림욕을 즐기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죽녹원 내 인공분수대 앞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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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죽향문화체험마을 찾아가는 길
○ 죽녹원을 찾아가면 된다. 죽녹원과 죽향문화체험마을은 입구는 다르지만 서로 연계돼 있다. 죽녹원으로 들어가서 죽향문화체험마을까지 돌아볼 수 있다. 죽녹원 반대편으로 돌아가 죽향문화체험마을로 들어가도 죽녹원까지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 어디로 가나 입장료는 1000원이다.



태그:#죽향문화체험마을, #담양, #죽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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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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