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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소호동 바닷가에서 홍합 까는 사람들.
 여수시 소호동 바닷가에서 홍합 까는 사람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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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해변을 걸었습니다. 선착장에 가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났습니다. 뭐하는 곳일까? 아주머니들이 홍합을 까고 있었습니다.

"추석 연휴 끝나자마자 바로 일하시네요. 일손이 그렇게 달려요?"
"우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일해야 돼."

"누구나 받아줘요?"
"일 한다는데 안받아줄 리 있어. 놀면 뭐해? 돈도 벌고, 인생 공부도 하고 좋아. 요즘 여편네들 할 일 없이 모여 남 욕이나 하고, 그거 안 좋아. 일이 최고여."

선창에 들어선 가건물.
 선창에 들어선 가건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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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것도 힘들어서 못해 사양길이야!"

이런 일은 추석 대목 반짝 했다가 추석 지나면 며칠 쉬는데 홍합 물량이 달리나 봅니다. 여수시 소호동 요트장 인근 해변에서 주인장 오점복(56)씨를 만났습니다. 깐 홍합을 씻어 저울에 무게를 재고, 박스에 넣기까지 손놀림이 날랩니다.

- 추석 연휴 뒷날인데도 일하는 걸 보니 홍합 물량이 달리나 봐요.
"올해는 없어서 못해. 서울에서 주문량이 많은데 홍합이 없어 다 못 보낸다니까."

- 태풍도 없었는데도 양식 홍합이 귀해요?
"태풍은 없었어도 태풍 대신 폐사해 떨어지는 홍합이 많아서 그래. 킬로에 7~8천원 했는데 요즘은 1만1000원이나 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일 하지만 풍년일 때가 좋아."

- 애환도 많았겠네요. 애환 하나 말해 주세요.
"바다(양식장)에서 일할 때 신랑한테 욕 많이 들었지. 나는 한다고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는 거야. 태풍 불 때는 목숨 내놓고 일했지. 그걸 어찌 말로 다 하겠어."

- 사업 전망은 어때요?
"이거 해서 자식 가르치고 먹고 살았는데 이젠 이것도 힘들어서 못해 사양길이야. 다 기계화 되는데 이건 아직도 일일이 손으로 직접 해야 돼. 그러니 누가 하려고 하겠어."

김귀순 할머니.
 김귀순 할머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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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눈치 보여 앉아서 용돈 받기도 미안해"

힘든 일을 꺼려하는 여파가 여기에도 있었습니다. 홍합 까기에 열심인 김귀순(74)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지 왜 안 힘들겠어. 가만 앉아 있으면 자식이 용돈 주나? 며느리 눈치 보여 앉아서 용돈 받기도 미안해. 내 몸뚱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움직여야지."

"몇 시부터 나와 일하시는 거죠?"
"시간은 대충 없어. 일할 물량이 있으면 언제든 일 해야 돼. 오늘은 새벽 5시에 나왔어. 이게 다 끝나야 집에 가. 집에 가려면 한 저녁 7시 쯤 될라나."

"일이 그렇게 많아요?"
"날마다 일이 있는 게 아니라 때가 있어. 어떤 날은 물량이 많다가 어떤 날은 없고 그래. 한 달에 한 20일 정도 일할까. 이렇게 일하면 하루 3~4만 원은 벌어."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십 오륙 년 됐어. 여기서 웃으면서 일해 번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고, 병원에도 다니고, 손자들 용돈도 주고 그래. 놀면 뭐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쉽게 대하는 홍합 하나에도 이런 정성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많이 웃는다고 합니다. 방귀만 끼어도 웃는다나요.

여수시 소호동 가막만의 홍합양식장.
 여수시 소호동 가막만의 홍합양식장.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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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U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홍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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