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대한 섭정을 즉각 중단하라."
엄기영 사장과 MBC 경영진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지나친 경영간섭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정상모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7일 오후 제13차 임시이사회 도중 회의장을 뛰쳐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MBC는 90년 방송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엄기영 사장의 뉴MBC플랜 보고는 방문진의 월권행위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유감스럽게도 방송섭정진흥회가 되고 말았다"며 "엄기영 사장의 자진사퇴와 경영진 교체, 프로그램 통폐합 요구는 물론 보도프로그램 내용까지 질타하는 등 특정 이념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폭력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한 "엄기영 사장이 2주에 1번씩 방문진 이사회에 뉴MBC플랜 이행상황을 일일이 보고하는 방송섭정사태는 방송민주화 이후 최초의 사태"라며 "80년대 전두환정권 시절 보도지침처럼 단체협약을 바꿔라,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라,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라는 등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가 노영방송이면 KBS·SBS도 노영방송이다"
심지어 "최근 MBC 내부에는 '김우룡 사장, 엄기영 이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며 "이는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태"라고 못 박았다.
일반 기업도 자본과 경영은 분리하는 원칙이 있는데 방문진이 금지선을 넘어 경영에 대해 직접 간섭하고 지시하고 지휘한다면 과연 자율경영, 책임경영, 올바른 방송언론이 나올 수 있겠냐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방문진 한나라당측 이사들은 공정방송 조항이 회사의 인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노영방송'이라고 낙인을 찍었지만, 사실 공정방송 조항은 언론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MBC뿐만 아니라 KBS도, SBS도 노사 동수로 사실과 진실보도를 위한 공정방송협의회는 모두 갖추고 있다"며 "MBC가 이 조항 때문에 노영방송이라면 KBS, SBS도 모두 노영방송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사실과 진실보도,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국민의 알권리, 사실과 진실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존재하는 공정방송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 "엄기영 사장 저자세 일관하면 섭정에 휘둘리는 허수아비"
이와 관련,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들은 MBC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사회 대변인격인 차기환 여당측 이사도 "정상모 이사의 개인 생각"이라며 "다른 이사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문진법과 방송법 상에 최대 출자자로서 방송에 대한 공적 책임을 관리감독할 업무규정이 있기 때문에 지난달 23일과 이날 열린 '뉴MBC 플랜 보고'는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차 이사는 "오늘 정 이사의 발언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정치행위"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뉴MBC플랜에 대한 보고는 당분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방문진의 과도한 경영간섭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경영진도 방문진에 항의 한 마디 하지 않고 저자세로 일관하면 섭정에 휘둘리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문진과 경영진 모두 방송의 공적 책임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내는 데 있음을 주시하라"며 "방문진은 그 오만한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MBC 전 구성원들의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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