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농민들이 쌀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농협연합RPC(종합미곡처리장)에 대한 봉쇄투쟁을 결의했다.

화순군농민회 등은 7일 도곡면에 위치한 농협연합RPC에서 올해 매입할 농협자체매입곡에 대한 5만원 선지급과 정곡 4만원이하 판매 중단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농협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공비축미 출하거부는 물론 농협의 자체수매에도 응하지 않을뿐더러 농협연합RPC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농협연합RPC와는 별도로 소형정미기를 보유하며 RPC를 운영하고 있는 이양청풍농협과 화순농협 RPC도 원천봉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시위는 오는 19일경부터 농협연합RPC 등에서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되면서 농민들이 각 농가에 배정된 이외의 물량은 농협연합RPC에 판매하는 등 사실상 농협자체수매가 시작됨에 따라 올해 생산된 나락의 생산비를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갈수록 나락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공공비축미 수매가 시작되기 전에 농협으로부터 저가미 판매 중단과 올해 생산된 나락에 대한 5만원 선지급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이다.

당초 농민회 등은 오늘(7일)부터 농협연합RPC에 대한 봉쇄시위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RPC가 오는 12일까지 내부수리 중으로 사실상 휴점상태에 있어 봉쇄시위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봉쇄는 차후로 미뤘다.

하지만 벼 생산비 보장을 위해 농협연합RPC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관내 6개 지역농협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오는 12일부터 농협연합RPC 등에 나락을 야적하고 본격적인 생산비 보장 투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농민회 등은 내일(8일) 조합장들로 구성된 RPC운영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기로 하고 농협측에 요구사항 등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농협연합RPC측은 "농협자체수매가는 RPC운영협의회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시세대로 4만3천원선에 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혀 농민들의 감정을 격하게 했다.

최인근 농민회장은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쌀'때문에 생겨난 농협이 쌀값폭락에 속타는 농민들을 모른채 하고 폭락한 시세대로 나락을 매입하려는 것은 농협의 본분을 외면한 벗어난 처사"라고 비난했다.

농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농협이 쌀 가격하락에 신음하는 농민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폭락한 시세대로 쌀을 매입한다면 이는 더이상 '농협'이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농민회 등이 참석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협연합RPC운영을 맡고 있는 천운농협 조합장이 조합에 대한 중앙회 감사를 이유로 불참한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농민들은 "가격결정 여부를 떠나 농협연합RPC의 저가미 방출 중단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시위현장에 RPC관리농협의 조합장이 불참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농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분개했다.

한편 농민회는 쌀값 하락의 주범을 이명박 정부와 농협으로 보고 쌀 생산비 보장을 위한 정부와 농협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회 등은 "쌀값 하락의 주범은 농업말살정책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이며, 저가미경쟁으로 쌀값 폭락에 동조하는 농협도 책임이 있다"며 "농협이 현재와 같이 저가미를 계속 판매한다면 농민과 농협은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쌀 생산비 보장을 위해 농협은 농민과 손을 잡고 쌀대란 해결을 위한 대정부투쟁에 나서고, 정부는 중단된 대북쌀지원을 재개하고 쌀 직불금 목표가격을 21만원으로 인상하는 한편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현재 화순 농협연합RPC에서는 지난해 생산된 20kg 정곡을 36,500원에 회원농협에 판매하고 있다. 회원농협은 각 농협하나로마트 등에서 37,500원 안팎에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대량구매처에 대해서는 이보다 낮은 가격에 출하하면서 저가미 판매로 이어져 나락값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