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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찻잔에 담겨진 가을이 은은한 향으로 유혹합니다. 국화차입니다.
 예쁜 찻잔에 담겨진 가을이 은은한 향으로 유혹합니다. 국화차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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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부르는 바람소리' 이정표를 따라 고샅길을 걷습니다. 시적인 이미지의 이름이 이 가을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찾아가면 뭔가 별다른 만남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집일까. 무척 궁금하기도 했고요. 나그네를 압도하는 고목들과 정감어린 돌담장이 서정적인 분위기입니다.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마을입니다. 마을길을 지나 개울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진 골에 이르자 갈바람이 '쏴아~' 스치고 지나갑니다. 자미화(배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10년을 가꾸었다는 이곳은 경치가 아주 그만입니다. 건물 곳곳에 배치된 벤치에 앉아 좋은 사람과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뒤란의 300여년 된 배롱나무와 장독대가 세월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가을분위기로 압도하는 한정식집, 담양의 ‘햇살 부르는 바람소리’입니다.
 가을분위기로 압도하는 한정식집, 담양의 ‘햇살 부르는 바람소리’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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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행지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 이곳은 한정식집 '햇살 부르는 바람소리'입니다. 메뉴는 달랑하나 한정식만 있습니다. 이 가을에 연인과 차 한 잔이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에다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가을분위기로 압도하는 집, 이곳의 음식은 어떤 맛일까요. 함께 시식을 해볼까요. 그런데 한정식집에 웬 월남쌈이죠. 베트남 음식으로 쌈의 일종인 라이스페이퍼(바인차이)가 식탁에 놓여있습니다. 라이스페이퍼를 미지근한 물에 20초정도 담가 불려서 갖가지 채소를 얹은 뒤 소스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쌀 종이가 있네!"
"허참 그거 별미네, 상큼한 맛이 좋아"

베트남 음식으로 쌈의 일종인 월남쌈입니다.
 베트남 음식으로 쌈의 일종인 월남쌈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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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기본 상차림입니다.
 한정식 기본 상차림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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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하고 상큼한 쌀 종이 쌈, 그것은 색다른 별미였습니다. 이집은 손님들의 건강을 무척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물 한잔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습니다. 웬 탁배기에 사발이 놓여있나 했더니 구기자, 결명자, 대추를 넣어 끓여낸 물이라고 합니다.  

본 메뉴에는 떡갈비도 있습니다. 갈비의 순살 만을 곱게 다져 숯불에 올려 양념장을 발라 구워낸 떡갈비는 전라도 음식에서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맛이 깔끔하고 참숯 향이 그만입니다. 곁들여 먹는 치커리초무침과 떡갈비의 궁합도 잘 맞아요. 며느리 떡갈비 다지는 솜씨를 보면 효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던가요. 떡갈비 맛을 보니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상추와 깻잎 오이 양파 쇠고기 등과 이집만의 특제소스로 버무려 낸 쇠고기야채샐러드도 식감이 괜찮습니다. 토란나물과 고춧잎 가시오가피 나물로 구성된 삼색나물 무쳐내는 솜씨는 수준급입니다. 특히 말린 가시오가피 잎으로 만들었다는 가시오가피 나물은 자꾸만 손이 갑니다.

떡갈비 맛이 깔끔하고 참숯 향이 그만입니다.
 떡갈비 맛이 깔끔하고 참숯 향이 그만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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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도 잡냄새가 전혀 없고 맛있어요.
 게장도 잡냄새가 전혀 없고 맛있어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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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나물과 고춧잎 가시오가피 나물로 구성된 삼색나물 무쳐내는 솜씨는 수준급입니다.
 토란나물과 고춧잎 가시오가피 나물로 구성된 삼색나물 무쳐내는 솜씨는 수준급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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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도 잡냄새가 전혀 없고 맛있어요. 당귀잎 장아찌, 오이장아찌 등 모든 음식에 전라도 고유의 맛이 듬뿍 배어 있습니다. 그 맛이 빼어납니다. 기분 좋은 행복감이 스르르 밀려옵니다.

도우미가 진짜 좋은 잡곡밥이라고 소개한 잡곡밥과 알큰한 된장국은 먹는 순간 '밥맛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천연조미료만을 고집하며 건강 식단으로 꾸미려 노력한 정성이 곳곳에 담겨져 있는 듯합니다.

이제 진짜 가을을 맛볼까요. 후식으로 가을이 나오거든요. 예쁜 찻잔에 담겨진 가을이 은은한 향으로 유혹합니다. 국화차입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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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화장실에 걸려있는 '시사만평'의 글을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소님들이 쓴 글 같습니다.

"음식이 깔끔하고 생소한 느낌이에요. 다음엔 애인과 함께"
"환상적이에요. 아름다운데다 맛있는 음식, 음~ 좋아요."
"풍경이 참 좋다."

손님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한정식은 1인분에 12000원입니다. 사실 처음엔 다소 의아했습니다. 헌데 이게 웬일입니까. 색다른 퓨전 한정식이라고나 할까요. 맛이 아주 그만이에요. 지인이 웰빙음식이라고 소개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몸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한정식의 별다른 경험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정식, #담양, #가사문학관, #국화차,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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