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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화덕헌 작 <AID'S>
 사진작가 화덕헌 작 <AID'S>
ⓒ 화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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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기계공업 육성에 정진하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교직원의 편의를 위해 1975년 1월에 하사하셨음."

이런 표지석도 짓뭉개 버리는 게 재개발이다. 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재개발지역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화씨는 8일부터 17일까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옆 팔레드시즈 2층 '미고' 갤러리에서 <AID'S>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연다.

부산 해운대 와우산에는 1975년 들어선 'AID 아파트'가 있었다. 이곳에는 5층 아파트 45개 동 2065가구가 있었는데, 2003년 폭우로 지반이 내려앉아 주민들이 긴급대피한 뒤 철거작업이 진행되었고, 올해 들어 모든 구역에 대한 철거와 재개발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화덕헌씨는 카메라로 재개발 현장을 기록했다. 굴착기 같은 대형 건설장비가 낡은 건물을 부수는 장면과 어둠이 드리워진 아파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난 뒤 남은 흔적도 역사를 기록하듯 모았다.

대형 사진을 624장으로 조각낸 AID 아파트 철거 광경

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대형 사진을 분할 인화해 붙여 대형 사진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대형 사진을 분할 인화해 붙여 대형 사진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화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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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대형 사진을 분할 인화해 붙여 대형 사진작품을 만들었다.
 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대형 사진을 분할 인화해 붙여 대형 사진작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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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D 아파트 철거작업을 마치 현장 중계방송하듯 사진작품으로 선보인다. AID 아파트 전경 모습을 가로 396cm, 세로 246cm의 대형 크기로 만들어 모두 20여 점을 전시한다.

이 작품은 가로 4cm, 세로 6cm 크기 사진을 624장으로 분할 인화출력해 이어 붙여 만들었다. 대형 카메라로 찍은 전경을 컴퓨터에서 조각을 내 출력했기 때문에 대형 출력비의 1/10 가격으로 작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화덕헌씨는 "처음에는 인화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할 출력했는데, 조각으로 된 사진을 이어 붙여 놓고 보니 마치 벽돌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좋다"면서 "지금까지 대형 사진을 작게 조각낸 뒤 붙여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런 방식으로 한 대형 사진작품은 모두 6점으로 그는 "분할 출력한 사진을 이어 붙이는 삽질을 했다"고 소개했다.

화덕헌씨는 이번 사진전에 '특별한' 전시물을 선보인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생필품을 관에 담아 전시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전시물은 쓰레기를 모은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아파트 동호수 표시물, 교회 표시물, 사진앨범, 어린이용 전동칫솔, 온도계, 옛날 도시락, 병따개 등이다. 이 아파트에는 쥐도 살았던 모양인데 주민들이 더 이상 쥐가 살지 않는 곳으로 갔는지 버리고 간 쥐덫도 있다. 화씨는 "이사를 가고 남은 자리에는 쓰레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삶의 흔적으로, 버릴 수 없어 주워 와서 관에 담아 놓고 보니 더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삶의 흔적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재개발 정책이 과연 온당한지"

사진작가 화덕헌 작. 부산 해운대 AID 아파트는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이 해운대에 왔다가 달맞이가 있는 와우산의 골프장을 보고 아파트를 지으라는 명령에 따라 지었다는 표지석이 있었다.
 사진작가 화덕헌 작. 부산 해운대 AID 아파트는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이 해운대에 왔다가 달맞이가 있는 와우산의 골프장을 보고 아파트를 지으라는 명령에 따라 지었다는 표지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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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부산 해운대 재개발지역에서 이주한 뒤 모은 각종 생필품으로, 그는 이번 전시회 때 이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사진작가 화덕헌씨가 부산 해운대 재개발지역에서 이주한 뒤 모은 각종 생필품으로, 그는 이번 전시회 때 이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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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헌씨는 "재개발이 무조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우리한테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지금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을 보면, 어마어마한 경관들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자연을 해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경관이 소멸되었다가 다시 생겨나는 과정을 담은 사진인데, 우리 삶의 흔적을 송두리째 드러내 버리는 재개발 정책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다. 누구나 전시를 보면서 자연경관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화덕헌씨는 대부분 재개발 대상지이거나 이미 사업이 시작된 산복도로에 대해서도 "부산에는 6·25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지역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볼 때 산복도로는 아름답다고 하거나 특이하다고 한다"면서 "산복도로는 무작정 없앨 것이 아니라 지역의 독특한 문화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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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덕헌, #해운대 달맞이고개, #재개발, #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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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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