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엔돌핀은 강력한 중독증상을 동반한다. 물질조절능력이 없다. 도박 중독, 사회 폭력 등 사회적 정신병은 엔돌핀(신경호르몬) 과잉현상이다. 이에 반해 세로토닌은 폭력, 중독 등 격한 마음이나 화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21세기는 세로토닌 문화시대로 가야 한다."
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갤러리 나우' 주최로 열린 '세로토닌(Serotonin) 시대와 예술작품' 세미나에서 '왜 지금 세로토닌 문화시대여야 하나-세로토닌 문화론'을 발제한 이시형(신경정신과 박사) 한국자연의학연구소장이 강조한 말이다.
정신과 치료영역에서 사회적 치유영역으로 세로토닌을 접목시켜, 우리나라에서 세로토닌을 통한 사회병 치유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는 이시형 소장은 "한국사회에서는 폭력, 도박 등 중독된 사회적 정신병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성인의 9.6%가 도박 중독으로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 세수의 12%가 경마장에서 나온 것이다. 또 시위, 집회 등 사회적 폭력으로 재산 손실도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조절기능이 없는 엔돌핀의 과잉으로부터 비롯됐다"면서 "세로토닌을 분비시킨 뇌과학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세로토닌은 뇌 속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라면서 "신경세포의 소포(작은 주머니) 속에는 50종의 전달물질이 있는데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소포에서 터져 나오는 물질이 다르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면 아드레날린이 터져 나오고, 합격소식으로 껑충껑충 뛸 때는 환희물질 엔돌핀이 터져 나온다. 좋은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세로토닌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로토닌의 3가지 기능으로 ▲조절하는 기능(폭력, 중독, 공부, 행복 등) ▲주의집중(기억력, 창조적, 독창적 뇌 등을 만듦) ▲적정 수준 분비(감동, 행복 등) 등으로 요약했다.
그는 "산 속을 걷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일 맑아지는 것도 세로토닌 효과"라면서 "좋은 집, 아름다운 집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세로토닉적인 효과"라고 피력했다.
이어 "짧은 역사에 엄청난 발전을 한 한국 사람은 원래부터 세로토닌적 삶을 살아왔다"면서 "경쟁체제가 되면서 중독성 문화에 젖어 세로토닌적 삶이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소장은 "세로토닌은 문화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면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로토닌적인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세로토닌 시대 '엔돌핀 과잉사회의 종말'을 발제한 홍사종(숙명여대 교수) 미래상상연구소장은 "천 원짜리 빈 녹음테이프는 부가가치가 없다. 하지만 성악가 조수미씨의 노래가 담겨 있으면 부가가치가 있다"면서 "이런 현상을 문화사적으로 보면 조수미 노래가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세로토닌시대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고 운을 뗐다.
홍 소장은 "한국사회는 선진국이 300~400년 걸어온 길을 30~40년 만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급(압축) 성장했다"면서 "이런 생산성과 고도성장이 중요한 시대에 흥분 유도 호르몬인 엔돌핀 호르몬이 더 중독성을 낳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부동산, 주가지수 등에서 압축성장 버블이 꺼지자 열패 상태에서 사회적 갈등구조가 나타났다. 이제 이런 엔돌핀 과잉시대에서 나타난 현상을 성찰하고, 차분하고 안정적인 세로토닌시대로 가야할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성과 고도성장만을 위한 엔돌핀 과잉시대가 인류 대재앙으로 되돌아왔다"면서 "엔돌핀 과잉시대에서 나타난 몰상식한 드라마 '아내의 유혹', 말도 안 된 대중가요 '총 맞는 것처럼' 등이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볼 때 사회적으로 정상적 에너지가 아닌 비정상적인 에너지가 판을 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 소장은 "다행히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촌로와 수명을 다한 소의 잔잔한 얘기를 담은 영화 '워낭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휘잡으면서 국민들에게 인생성찰의 계기가 됐다. 치매 걸린 엄마의 가출로 시작된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가 팔렸다. 이웃을 섬기며 배려하고 나누는 소위 바보 같은 생애를 살아 존경 받은 삶을 산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면서 "고은의 두줄 짜리 시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네' 행간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로소 국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돌아보기 시작 했다. 사회 여기저기서 엔돌핀 과잉 현상이 움츠러들고 세라토닌 호르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세로토닌 호르몬 현상은 화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작품 소비경향도 내면의 잔잔한 성찰이 담긴 겸손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향하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세상의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그림을 향한 꿈을, 현재 사람들이 갈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로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세로토닌전 '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해'가 성숙한 사회 이미지에 맞는 전시회"라고 추겨 세웠다.
토론자로 나선 김효숙 미술치료학 박사는 "전시회에 와 작가들의 작품을 보니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서 "실제 그림을 그리면서 세로토닌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훈 주성대학 아동문화학과 교수는 "한동안의 국민들이 지나친 흥분상태가 있었는데, 가라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바른 자세와 바른 시각의 마음을 가지면 좋은 파장이 형성돼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임병기(컬렉터) 임병기 정형외과 원장은 "세로토닌 호르몬이 미술과 자연과학을 소통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앞으로 세계미술사에 획을 그은 거대한 사조가 세로토닌이즘이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 열리고 있는 세로토닌전과 세미나는 작지만 거창한 출발이 될 것"라고 말했다.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한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작품을 걸어놓아 공부가 잘된다는 한 중학교 3학년의 말이 단초가 돼 지난 4월 1차 세로토닌 전시에 이어 지난 10월 1일부터 2차 세로토닌전을 열고 있다"면서 "세로토닌 예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세로토닌에 관심 있는 작가 및 관람객 10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이곳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해'전 <세로토닌II>은 안전과 휴식, 상상과 꿈이라는 두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계속된다.
참여 작가로는 구본창, 구성연, 권오철, 김녕만, 김명옥, 김수강, 박준기, 박형근, 손영자, 순리, 원성원, 원종신, 윤명숙, 이명호, 이수연, 이완교, 이정록, 이지영, 이혁준, 임안나, 정소영, 조성연, 최병관(이상 사진), 강홍순, 권영호, 권주안, 김병종, 김선, 김성근, 김승연, 김인옥, 김종학, 김해성, 김형근, 김흥수, 문봉선, 박희숙, 방혜자, 서경자, 신철, 이수동, 이왈종, 이원희, 장현우(이상 회화) 등 4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