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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는 풍년이지만 농심은 흉년이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바쁜 일손을 놀려야 할 농민들이 쌀값 폭락으로 한숨은 깊어지고 주름은 늘어가고 있다. 정부와 농협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지는 형국이다.

 

충북 음성 삼성농민회 회원들은 8일 오후 4시 20분경 삼성농협 앞에서 볍씨 500kg를 불에 태우고 '쌀값 보장'을 요구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일부 농민은 농협 안으로 진입해 '농협의 선지급금 4만 원 결정을 철회하라'며 볍씨를 뿌렸다.

 

흉년 든 농심, 볍씨를 태우다

 

노장식(47) 삼성농민회장은 "농협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올 뿐"이라며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농민을 위한 조직인 농협이 농민의 고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이어 "음성농협이 쌀값보장과 수매 확대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며 만든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은 10억여 원의 적자를 내고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회원농협(조합원)에 떠 넘기려하고 있다"며 "재고미를 핑계로 수매가 하락과 수매량 축소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민 유선씨는 "농협 RPC에서 건조 벼 40㎏들이 한 포대에 4만 원을 선지급 하겠다고 한 것은 농촌의 현실을 외면하고 농민을 얕잡아 본 처사"라며 "적어도 지난해 수준인 5만7000원은 보장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30%나 낮게 수매가를 책정한 것은 쌀 농업을 죽이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지금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전쟁 중"이라며 "정부는 대북 쌀 지원 재개와 대북지원법제화를 비롯해 공공비축물량 2배 상향조정, 쌀 목표가격 인상을 통해 전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민회원들은 이날 "나락 값 폭락이 수확기를 맞이해 현실이 됐다"며 "노란 들판을 보며 풍년의 기쁨을 누릴 농민들의 마음은 원망과 한숨만이 가득 차 있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땀 흘리고 열심히 노력해봐야 오히려 걱정과 근심만 쌓여간다"며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세상이 됐고, 말로만 중도서민 농민 정책"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우리가 봄부터 수차례 쌀 대란 대책을 요구했는데도 정부는 쌀 소비를 늘리자는 헛구호가 고작이었다"며 "(정부는)4대강 사업에 혈안이 되어 쌀국수와 쌀라면만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쌀값 하락의 주범은 이명박 정부며, 중앙만 눈치 보는 농협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농협은 농민과 함께 쌀 대란 해결을 위해 지역 농민단체와 함께 대 정부투쟁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볍씨 태우는 농민, 자식 태우는 심정일 것"

 

여성농민회원 임창희씨는 "농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농민들이 연대 보증서서 망했지만 지금은 뭐가 좋다라고 하면 모두 한 작물만 심어 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쌀 한 가지로만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작물도 심고 있지만 그마저도 시원치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녀는 "예전에는 논 30마지기만 농사지어도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자기 땅이 아니면 100마지기를 지어도 힘들다"며 "현실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이 벼를 태우기 시작하자 이곳을 지나던 한 주민은 "농사 안 지어 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1년 내내 어렵게 수확한 벼를 태우는 농민은 자식을 태우는 심정일 것"이라며 "농민과 쌀이 대접받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예전에는 논바닥에 벼이삭까지 줍고 밥상에 밥풀이 떨어져도 주워 먹었다"며 "농민과 쌀이 천대받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날 삼성농민회는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농민을 기만하는 선 지급금 4만 원 결정을 즉각 철회 ▲통합 RPC의 선명한 운영공개, 손익에 대한 책임을 밝힐 것 ▲농민이 신청하는 물량을 품종에 상관없이 전량 수매 ▲대북지원 40만 톤 재개와 대북 쌀 지원 법제화 실시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음성농협측은 우선 4만 원씩 선 지급하고 앞으로 가격 변동에 따라 수매가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수매가는 음성군 쌀값보장대책위원회가 음성통합RPC(음성·금왕·생극·대소·맹동·삼성농협)에 6만5000원을 요구했으나 진통 끝에 5만7000원으로 결정됐다.

 


태그:#쌀값 폭락, #삼성농민회,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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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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