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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한 뒤 오신 거라 덕담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겠다."

 

12일 오전 취임 후 민주노총을 인사차 찾은 임태희 노동부 장관에 대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의 발언은 처음부터 날이 서 있었다. 임 위원장은 기자들의 요청으로 애써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내놓은 임 장관이 취임 후 했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유럽에 나가 있는 동안 간간히 소식을 들어보니 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엄연히 법에 의해 단결권을 갖고 있는 노동단체임에도 정부가 이들의 노동3권을 제한하려는 등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장관께서는 기업 대표자로 인식되면서 '노동부 장관' 명함만 갖고 다니시는 게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지난 5일 한국노총과의 '상견례'에서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나 처한 상황을 볼 때 우리의 노사문화는 후진적인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임 장관은 이번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임 장관은 임 위원장의 '선공'에 "이제 상생의 관점에서 서로를 봐야 한다"며 "선입관을 갖지 마라, 여러가지 현실을 봤을 때 국민들 다수가 한국의 노동운동도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방어'했다.

 

"대화와 소통? MB정부가 민주노총 최소한의 대화 파트너로 인정 안 해"

 

 

이날 얼굴을 맞댄 노·정 모두 '대화'와 '소통'을 말했지만 현안에 대한 시각차는 현저했다.

 

임 장관은 "그동안 제일 문제가 됐던 것이 (정부와 노동단체 간의)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민주노총도 일방적으로만 요구만 하지 말고 제도적으로 함께 논의할 것이 있다면 논의하자"고 '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대화와 소통을 중요시한다, 우리가 일방적인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가 민주노총을 최소한의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사회 발전에 대한 공동의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는데 민주노총이 변해야 한다고 하면 변화할 수 있는 조건을 줘야 한다"며 "노동운동 때문에 국가발전이 안 된다고 하는 지금까지의 관행과 선입관부터 모두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위원장은 "이영희 전 장관은 차관급과의 핫라인을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100만 해고 대란설과 같이 노동행정이 현장의 노조를 통하지 않고 사용자의 자료를 활용하다보니 관계 부처와 협상도 제대로 못하고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노정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부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방침과 관련해 "외국의 대부분도 이를 노사 자율에 맡기고 있고, 채용된 노조 간부에 한해서 노조에서 임금을 지급하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정부에서 외국의 사례를 제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에서 그런 문제점 때문에 13년 간 유예됐던 법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그는 '싸우자, 한번 붙어보자'는 이야기"라며 "장관은 그 방침을 취소하고 노사 자율의 문제로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임 장관과 '상견례'를 했던 한국노총은 지난 8일 이와 관련해 "정부의 방침은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노사정위 불참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노동자들이 우리의 고객이기도 하면서 대화상대 파트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직원들도 탁상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후 30여 분 간 진행됐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질책은 계속됐다.

 

이와 관련해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후 간담회에서 ) 노동부가 계속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게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이고 계속 이렇다면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역시 강경투쟁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며 그런 조건을 조성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또 "임 위원장이 노동조합은 엄혹한 독재정권에서도 살아남았던 조직이다, 노조에 대한 탄압은 사회갈등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며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노동운동이 사회발전의 한 축임을 인정하고 항시적인 대화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태그:#민주노총, #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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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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