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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빌딩이 즐비하고 사람과 차량들로 넘쳐나는 안양1번가 일대. 안양을 대표하는 거리지만 60년대만 하더라도 5층 이상 되는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고 썰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초가집도 당시에는 외진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주거였다.

 

비포장 길에 과수원이 즐비했던 안양6동과 금성방직이 있던 안양3동 일대의 60~70년대 풍광 역시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고층 오피스텔이 즐비한 평촌지역도 논밭에 비닐하우스가 전부였던 80년대와 비교해 보면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다.

 

경기 안양시가 이번에 개최하는 '안양 옛 사진전'(이하 사진전)은 지난 1950년대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안양이라는 도시의 발달과정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일뿐 아니라 아련한 추억과 고장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안양 옛사진 개막전은 주말인 오는 17일 오후 2시 문화의 날이자 안양문화원 준공식에 맞춰 안양문화원을 시작으로 동안청소년수련관(28~30일), 안양역(11월 4~6일) 범계역(11~13일), 만안청소년수련관(18~20일), 인덕원역(25~27일) 등 6차례 순회 개최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은 흑백과 컬러를 포함해 총 100점으로 안양 곳곳의 옛 모습과 전경 그리고 시가 주도했던 각종 행사 등을 연도 별로 분류했다. 이 100점의 사진들은 단순히 옛 추억을 넘어서 당시의 생활상과 현재까지 발전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애향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한 매우 소중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안양시민들에게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1977년 7월 대홍수'. 안양대교를 두 동강 냈고,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던 안양유원지가 처참하게 파괴되고, 안양3동 일대 산사태와 안양시내 전역이 물바다로 수백명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냈던 당시 참상과 박정희 대통령이 안양시청을 찾아 피해상황을 브리핑 받는 장면(77. 7. 10)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 안양읍 당시의 시흥군 청사 전경(59. 2)과 안양읍민의 날 행사(59. 10. 22), 안양시청사 개청(73. 7. 1)당시 기념식, 중앙로 일대 지하상가 착공(79년)과 비산대교 준공식(78. 4. 1), 평촌지역 개발당시(90년)의 모습도 도시변천사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된 '퇴비왕 시상식'(61. 10. 4), '반공 궐기대회'(74. 6. 25), '절미저축'(80. 11), '보이스카웃 대회'(76. 6), '새마을 청소', '우량아 선발대회'(61. 5. 5) 등을 담은 모습도 추억을 넘어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는 안양의 옛 모습에서 내 고장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추억도 떠올려보는 기회를 갖게 하고자 이번 사진전을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양시 임건택 홍보실장은 "이번 전시회가 끝난 이후에도 시민축제와 안양문예회관 리모델링 준공식 등 각종 행사에도 옛 모습 사진전을 열 계획이며, 특히, 전시회가 끝나면 민간단체에서 전시 목적으로 활용 시에는 무료로 대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안양시는 지난 2000년 10월 '안양의 어제와 오늘' 사진전시회를 개최했으며, 2003년에는 미국인 '닐 미샬로프씨'의 기록 '안양 풍물 사진전'을 개최했다. 또 2007년 12월 안양지역 건축사회 주최로 '안양건축(安養建築)의 어제 & 오늘' 사진전시회가 열린바 있다.

 

 

한편 각종 시정 자료들이 보유기간이 지나면 파기돼 사라지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발생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안양시는 행정자료와 지역의 대소사를 전산으로 기록해 인터넷을 통해 제공할 예정으로 있어 주목을 받고있다.

 

역사정보시스템 구축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업으로 그간 추진해온 행정 각 분야와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행사, 사건 등 다양하고 방대한 기록들을 체계있게 정리해 제공하는 기록으로써 미래발전을 위한 지침서로도 활용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추진되어 왔다.

 

이에 안양시는 지난 2008년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국 지자체로서 처음으로 역사기록물 관리를 전담하는 '역사정보팀'을 신설하고 그날 그날 시정과 관련하여 일어났던 모든 상황을 기록, 체계화하고 안양 관내에서 발생한 발자취를 수집.기록해 오고 있다.

 

내년 1월 역사정보스템 홈페이지가 오픈되면 인터넷이 가능한 각 가정이나 직장에서 50여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정 전반은 물론, 주요 사건들과 사진 기록들에 대해 검색해 볼 수 있다. 또 현재 문헌자료들도 전자책으로 구현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안양의 역사 기록에 담은 이정범씨와 닐 미샬로프 그리고 고 이한기 선생

이번 옛사진 전시회에 나오는 사진들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안양시 역사를 사진에 담아와 '살아있는 안양 기록 사진작가'로 불리우던 이정범씨가 대부분 찍은 사진들이다. 

 

또한 안양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 인물로는 지난 1967~68년 주한미군으로 안양 석수동에 자리했던 미군부대에 근무하면서 안양의 풍물을 당시로서는 매우 귀했던 컬러슬러이드 필름에 담아냈던 미국인 닐 미샬로프씨, 그리고 지역 향토사 수집에 몸 바친 고 이한기 선생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안양의 역사 사진으로 기록한 '살아있는 사진작가' 이정범씨

 

이정범(61)씨는 지난 1981년 9월 일용직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 1988년 구 공보실(현 홍보실) 기능직 10급으로 특채 임용되어 2005년 퇴임하기까지 안양시 기록을 사진으로 남겼으며 안양시 역사 사진자료 전산화를 위해 임시직으로 다시 근무하기도 했다.

 

"자네는 안양시정 홍보지 '우리안양'에서 가장 먼저 무엇부터 보는가?"

 

"그야 맨 뒷면에 있는 안양의 과거를 담은 흑백사진이지. 옛날 어렷을적 우리가 뛰어놀았던 마을과 동네 곳곳의 흔적과 추억들이 담겨있어 향수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어느 동창회 모임에서 오고가던 대화처럼 이정범씨가 찍어놓은 옛 사진들은 1999년부터 발행되는 시정홍보지 '우리안양' 뒷면에 연재되어 오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지난 2000년에는 평촌신도시 개발 전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해 시선을 잡기도 했다.

 

기록사진 분야(포토 르포르타주)에서 손꼽히는 작가들은 많이 있겠지만, 한 지역 내에서 그 지역을 주제로 삼아 40년간의 세월을 담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안양의 흔적과 역사를 카메라 앵글로 바라보며 공직에 들어오기 전인 1968년부터 안양만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왔다.

 

자신은 사진작가가 아닌 '직업'이라고 말하지만 1974년 경기도 관광협회의 사진공모전부터 시작해 1998년 안양사진공모전, 2002년 도민포토제안공모전 등 수많은 대회에서 화려한 입상경력을 갖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진들이 안양의 정서가 담겨있는 작품들이다.

 

평생을 지역향토사 수집에 몸바친 아키비스트 故 이한기 선생

 

1973년 7월 1일 안양읍이 안양시로 승격되고, 1984년 시흥군이 74년만에 해체됨과 동시에 행정 명칭에서 그 이름이 사라지는 등의 행정구역이 바뀌는 과정에서 행정문서, 지도, 사진 등 각종 자료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과 풍물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다행히 평생을 향토자료 수집과 연구에 몸바쳐 지방사 최초의 아키비스트로 불리우던 故 이한기 선생(전 시흥시 향토사료실 전문위원)의 수집 노력 덕택에 시흥군 당시 행정자료 등 근.현대사를 조명할 수 있는 10만여점이 넘는 향토 문화 자료들을 수집해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1988년도 마지막 시흥군수의 임용장을 비롯 과거 시흥군의 행정지도, 신문에서부터 잡지, 포스터, 삐라, 광고전단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에 선을 보이는 시흥군청, 안양읍사무소 등도 포함돼 있다.

 

이와관련 시흥시는 故 이한기 선생이 생전에 연구해 오던 의왕시 향토사료실에 보관한 자료는 모두 7천929건으로 서책류 1천771건, 행정자료 2천817건, 신문류 681건, 잡지및 홍보물 336건, 팸플릿 및 안내문 1천854건, 박물류 470건 등 이라고 밝힌바 있다.

 

시흥시와 시흥문화원은 '故 이한기선생 수집자료 전시회'를 지난 2002년 10월 시흥시청 국제회의장 별관에서 개최한바 있으며 경기도향토사연구협의회는 국사편찬위원회 후원으로 과천시민회관서 '근현대 지방자료와 이한기의 삶'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는 "故 이한기 선생의 자료를 어떻게 정리.보존.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노의를 통해 자료를 소유한 '시흥시'가 중심이 되어 '이한기 향토자료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 일치를 보았으나 현재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60년대 안양의 풍물 인터넷 통해 전세계에 전한 '닐 미샬로프'

 

닐 미샬로프씨는 1968년 3월부터 1969년 4월까지 주한미군으로 안양 석수동에서 근무하며 당시 주민생활생과 인물, 거리 풍물들을 담시로서는 귀했던 컬러슬라이드에 담았다가 본인의 홈페이지(www.mishalov.com)를 통해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알린 이방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거주하는 닐 미샬로프씨(Neil Mishalov. 67세)는 당시 주한미군 제83보급대대에서 우편물 수송담당으로 근무하며 오고가던 안양뿐 아니라 서울 광화문, 용산 거리, 한강의 풍경과 인천, 오산 시가지의 모습을 컬러슬라이드 900여장에 담았다.

 

당시 안양읍 곳곳의 모습을 가장 많이 기록으로 남겨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안양유원지 풀장, 안양 최초의 영화관이었던 읍민관, 안양역과 거리뿐 아니라 당시 주민들의 일상 생활상을 렌즈에 담아 전함으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더욱이 헬기를 타고 찍은 1968년도 항공사진 역시 컬러슬라이드로 기록으로 남겨 당시의 안양 시가지의 전경과 도로, 건물의 모습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농촌의 촌로(村老)나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서정성 짙게 담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10월 34년만에 안양시 초청으로 한국을 다시 찾아 안양시민축제에서 명예시민증을 전달받고 안양의 역사와 과거를 담은 '닐 미샬로프 특별전'의 개막테이프를 절단하기도 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아리랑' 음악이 흐르고 지도에는 East sea를 명시한 명예 한국인이다.


태그:#안양, #사진전, #1960-70년, #옛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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