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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방대학 취업박람회에 취업상담을 나갔다.

상담을 받으려던 대다수의 학생들이 내 부스 앞에서 머뭇머뭇 거리다가 자리에 앉는다. 4학년이 되어 졸업이 코앞에 닥쳤건만 준비해놓은 것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상담에서 만난 한 학생의 이야기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공개한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전문가와 상담 중인 사람들
 한 채용박람회에서 전문가와 상담 중인 사람들
ⓒ 정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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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8살의 경제학도다. 나이가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서 2년간 휴학을 해버려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나서려는데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소위 '스펙'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학점은 겨우 3점대를 넘기고, 자격증은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위해 따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밖에 없고, 토익 시험은 본 적도 없어 점수도 없다.

휴학이라도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싶은데 나이도 나이거니와 이미 휴학 제한 기간을 모두 다 써버려서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입사지원이라도 해봤느냐고 하니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금융권 들어가고 싶었는데, 자격이 안 되어서 취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 스펙이 안 좋아 어차피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공채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입사지원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1, 2월경에나 토익 점수라도 나온 상태에서 입사지원 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라도 코칭해 주려고 써둔 것이 있느냐고 하니 아예 없다고 한다. 내년에 쓸 생각이었다고 한다.

현재 자격으로 금융권이나 대기업이 안 되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20대의 젊은이가 도전 한 번 없이 포기하는 것은 젊은 청춘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취업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도전해보라고 했다.

시장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보라고 했다. 그래야만 오기도 생기고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인해 불쾌한 경험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삶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상담을 하는 친구가 남자라 울지도 못한다. 마음으로 울먹울먹하는 것이 느껴진다. 눈시울이 붉다.

사실 이 친구의 당장의 문제는 취업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짙은 패배의식'이다. '나는 안 돼. 나는 늦었어. 나는 못난 인간이야. 어차피 안 될 거야'라고 자리 잡은 자포자기의 마음 상태. 어찌해야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사실 나 역시 나이 스물아홉에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이었다. 벌써 20여 년 전이다. 정말 죽고 싶었다. 300번이나 입사 탈락을 했다. 겨우 취업한 곳도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이었다. 연봉은 친구들 절반 밖에 안 되는 곳이었다.

나는 이리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죽도록 일에 매달렸다. 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누구에게든 배우려고 노력했다. 남들보다 2배는 못하더라도 1.5배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잘난 놈들이 쉬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보다 연봉을 많이 받던 친구들을 뒤늦게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현재는 신입초봉으로 받았던 연봉보다 5, 6배가량 더 벌 수 있게 되었다.

상담 온 학생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고. 그러나 스스로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인생의 게임이 끝날 것이라고. 삶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앞으로 도전하는 자에게만 길이 열릴 것이라고.

졸업을 앞둔 4학년 여러분에게 한 마디하고 싶다. 지금 비록 극심한 취업난에 힘들고 어려움이 느껴져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한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직접 겪어봤기에 보장한다.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 일어서서 꾸준하게 전진하라.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삶의 여정에 올라가 있는 자신을 마주하리라.

상담을 받은 대학생에게서 뜨거운 눈빛이 느껴진다. 그 열정과 다짐으로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도전하며 돌파해 나가길 기원하며 힘차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나 역시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 젊은이들이 바르게 일어서는데 내 영혼을 바칠 것을 다짐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다음뷰에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자포자기한 취업준비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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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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