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왜 집회·시위, 그것도 과격 시위가 많다고 보십니까?"한 여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물었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조금 머뭇거리며 답했다.
"법 집행이 공정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이날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오전 질의 시간에 높은 목소리와 고압적인 태도로 답변했다가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던 주 청장. 오전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목소리의 답변이었지만 태도는 단호했다. 이후 주 청장은 "국법 수호" "법 집행" 등의 수사를 자주 사용했다. 불법 시위자들에게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용산참사는 전철연의 폭력 시위 때문"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집회·시위의 과격성, 그리고 경찰 진압의 문제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감을 진행하는 행정안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주로 집회·시위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지적했다면,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진압 방법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지난 1월 발생한 용산참사와 관련 전국철거민연합 등의 불법적 행위를 지적하며 경찰의 진압 방식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용산 참사가 왜 벌어졌다고 보느냐"고 주 청장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주 청장은 "전철연이 (재개발 지역에서) 늘 망루를 세우고, 방화 물질을 가지고 과격 폭력시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참사의 책임을 전철연 등 철거민들에게 돌렸다.
이어 주 청장은 "남경남 전철연 의장이 없었다면,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도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이 중요하지만 법질서 확립이 더욱 우선인 것 같다"며 "도심에서 일어나는 불법 폭력집회는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해체해야 합니까?" 질문에 주 청장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 역시 "하루 평균 39.2회의 집회가 열리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우리나라는 '집회 공화국'이라 해도 될 정도로 집회가 많다"며 "평화적 집회는 보장해야 하겠지만 불법시위는 엄중히 처벌해 잘못된 시위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청장 역시 "특정 부분만 축소해서 말하는데 경찰관에 대한 폭행, 공공질서에 대한 심각한 피해 등에 대해선 (야당 의원들이) 말하지 않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김 청장은 "국가인권위는 해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찰들이 있는데, 본인 견해는 어떤가"라는 최규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다. 또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불온 서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