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 오전 제주중소기업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제주지방변호사들이 주최한 '해군기지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도민대토론회'가 열렸다.
▲ 도민대토론회 12일 오전 제주중소기업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제주지방변호사들이 주최한 '해군기지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도민대토론회'가 열렸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10월 12일 오전 10시 30분 중소기업센터에서는 지방변호사들이 주최한 '해군기지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도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장은 변호사들을 비롯하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 강정마을주민들,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해군기지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제주도변호사회, 제주도와 상호 설전 후 토론회 제안

이날 토론회가 열리게 된 계기는 해군기지를 연내에 밀어붙이려는 김태환 도정에 대해 제주도변호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마찰을 빚게 되면서다. 변호사회가 제주도정에 반기를 든 시기는 환경영향평가의 심의가 졸속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난 직후였다.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9월 26일(토) 저녁에 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 해군측이 보완하여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심의하여 보완을 전제로 동의하였다. 23일 심의회에서 해군측이 제출한 영향평가서 심의를 보류한 지 불과 3일만이었다. 이날 재심의는 휴일인 토요일에 회의를 소집한 점, 심의위원회가 소집되기 바로 전날인 25일 밤에야 심의위원들에게 회의소집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한 점 등을 근거로 위법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변호사들은 9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자치도는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서 실효성 있는 보상을 약속할 때까지 해군기지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제주도의회를 향해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제주도가 상정한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에 대하여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수면 매립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안건처리를 무기한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변호사들의 기자회견에 제주도는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지역변호사들이 행정절차를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민들을 현혹한다며 변호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조훈 환경부지사가 이와 관련하여 직원조회에서 남긴 "변호사들이 후까시를 한다"는 발언이 며칠 동안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자 변호사들이 다시 성명서를 발표하여, 10월 12일 오전 제주중소기업센터에서 '해군기지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도민대토론회'에서 공개토론하자고 제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성윤 변호사가 사회를, 고창후· 신용인 두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다. 그리고 문대림 제주도의회의원, 양조훈 제주자치도 환경부지사, 김대휘 시비에스(CBS)기자, 김현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해군기지의 행정절차상의 법적 문제점(고창후 변호사 발제),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현실성이 없는 점(신용인 변호사 발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해군기지 행정절차 위법투성이, 당장 중단해야"

처음 발제를 한 고창후 변호사는 2009년 1월 국방부장관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되지도 않았고 사업부지 일부가 절대보전지역에 포함되어 있는 상황에서 해군참모총장이 제출한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관한 실시계획을 승인한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사안과 관련하여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군기지 행정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와 해군이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상 위법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발제에 참여한 고창후 변호사 제주도와 해군이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상 위법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환경영향평가 심의와 관련해서도 9월 23일 보류된 평가서가 26일에 졸속으로 동의처리되는 과정에서 위원들이 검토서를 송부 받고 7일 이내에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한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멸종위기 동물인 붉은발말똥게 서식지가 발견되자 해군은 수변공원을 조성해 서식지 원형을 보존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해군이 제출한 토지이용계획도(안)에는 수변공원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며, "환경영향평가서는 중대한 결함이 있음에도 심의위원들은 이를 보완동의로 처리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심의위원들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조훈 부지사는 고창후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적 절차에는 문제점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 부지사는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실시계획을 승인한 것은 보상절차를 밟기 위한 것으로 현재 소송이 걸려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고, 9월 23일과 26일 사이의 일만을 두고 보면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이 일 수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마련된 것은 지난 4월 7일이었고, 본안이 제출된 것도 7월 8일인 만큼 심위위원들이 이를 심의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대림 의원은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주도가 기술적·환경적·법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며, "동료의원들의 뜻을 정확히는 알 수는 없지만 의회가 도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도록 노력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신용인 변호사는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평택시는 '평택지원특별법'으로, 방폐장이 들어서는 경주시는 '경주지원특별법'을 제정하여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고 피해보상을 명문화했지만, 제주해군기지의 경우는 '업무협약서(MOU)'만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시가 강정마을 지원책? 정부가 나서서 지원특별법 제정해야"

또, 평택지원특별법에는 행정안정부장관이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명문화하여 총 18조 8016억 원에 달하는 평택지원개발계획을 수립했고, 경주지원특별법에는 지식경제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지역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여 지식경제부장관이 총 3조 2095억 원에 달하는 경주시지원계획을 수립한 바 있지만, 제주해군기지 업무협약서에는 지원주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시에 불과한 서귀포시가 강정마을발전계획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는 말로만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훈 변호사가 발제를 통해 "제주도가 제시한 해군기지 피해보상방안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대해 양조훈 부지사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신용인 변호사(좌)와 양조훈 부지사(우) 신용훈 변호사가 발제를 통해 "제주도가 제시한 해군기지 피해보상방안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대해 양조훈 부지사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신변호사는 결론에서 정부는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서 제주도 전체에 대해 현실적으로 도민들에게 이익이 될 만한 보상을 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해군기지로 인해 훼손될 제주의 평화와 생태의 이미지를 복구하기 위해 제주도에 'G20 정상회담' 등 국제회의를 우선 유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가 예산을 투자해서 제주도 친환경농업단지 등을 서울에 건립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며 개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조훈 부지사는 제주도도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지역발전계획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명시하고, 현재 공군이 소유하고 있는 알뜨르비행장을 제주도에 무상양여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제주신공항건설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택미군기지에 비해 보상규모가 턱없이 적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상비를 산정할 때는 사업규모를 반영하는데, 제주해군기지는 평택미군기지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준이고,  평택의 경우 보상비 중 상당액이 500여 세대의 이주비용에 소요된 것이기에 평택과 제주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정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매 사안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군사기지를 만들면서 특별법을 제정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특별법제정 요구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변호사는 "보상액 산정은 사업규모가 아니라 피해정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하는 게 원칙이고, 평택에 국고에서 지원된 특별회계 지원액 9600억 원 중 이주비는 약 500억 원 정도이고 9천 억 원 이상이 지역주민편익시설에 투자되었다"며 양 부지사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문대림 의원도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한 평화의 섬을 지원하고, 알뜨르비행장의 무상양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며, 토론을 주최한 제주도변호사회에게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원특별법' 시안을 변호사회가 나서서 만들어 발표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대휘 기자는 "1988년 제주시 탑동매립과정에서 매립지의 35%를 지역에 환원했고, 사업자가 매년 20억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해서 도내 학생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은 개발에 따른 보상의 범위가 인근지역 주민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또, "사례를 찾아보니 '여수세계박람회지원특별법', '폐광지역지원특별법'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여건이 어렵더라도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얻어오는 것이 정치력인데, 그 정치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해군기지 추진은 중지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현수 교수는 해군기지의 절차논쟁에 대해 '적법한 행정행위 절차의 요건 사전통지, 주민 의견 청취, 결정사유 고시'등으로 규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소개하면서, "제주도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법적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서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신변호사가 주장한 회의산업우선권, 친환경농업단지 등이 과연 해군기지 피해에 따른 보상책으로 적당한지 따져 묻기도 했다.

강정마을회장, "주민화합 없는 피해보상은 사상누각"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상호 토론이 끝나자 방청객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처음 발언을 신청한 양금석 전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도가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자괴감이 들어서 앉아있을 수가 없다"며 양조훈 부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도 발언을 신청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여주신 변호사회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주민갈등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보상이란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주민갈등을 치유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김태환 도정을 비판했다.

이날 토론장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포함하여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 참석자들 이날 토론장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포함하여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토론회는 애초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논쟁이 가열되면서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늦어진 시간에 끝났다. 

한편, 제주도는 10월 7일 개회된 제주도의회 제264회 임시회에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절대보전지역 변경안',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과 '공유수면매립계획에 대한 의견청취의 건' 등 해군기지 관련 3개의 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는 논의 끝에 이번 회기에서는 절대보전지역 변경안만을 심의하고 나머지는 상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도의회가 사실상 9월 29일 기자회견에서 변호사들이 요구한 내용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연내 착공을 시도했던 해군과 제주도가 모처럼 복병을 만났다.


태그:#해군기지, #제주지방변호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