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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 겉표지
<남겨진 자들>겉표지 ⓒ 시작

잘 만든 미스터리 소설이 그렇겠지만, 그 중에서도 '추격전'을 다룬 작품은 특히 재미있다. 쫓고 쫓기는 긴박감과 상대적으로 빠른 전개가 더욱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생생한 등장인물들까지 더해진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추격전을 바라보면서 쫓는 쪽이나 쫓기는 쪽 어느 편이건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도 있다.

 

제프리 디버의 2008년 작품 <남겨진 자들>은 이런 추격전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제프리 디버는 전신마비 법과학자가 등장하는 '링컨 라임 시리즈'로 유명하다.

 

<남겨진 자들>에서는 법과학이나 치밀한 추리를 제쳐두고 독자들을 미국의 광활하고 어두운 숲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달리게 만든다. 때로는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숲 속의 짐승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두려운 존재는 바로 사람이다. 쫓는 사람이나 쫓기는 사람 모두 이 사실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숲 속을 질주하는 것이다. 두려움에 떨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숲 속 별장을 찾아온 살인청부업자

 

작품의 무대는 미국 위스콘신 주의 몬덱 호수. 호숫가의 별장에 주말을 즐기기 위해 젊은 부부가 찾아온다. 부부의 친구 한 명도 시카고에서 오기로 했다. 한가한 주말을 보내려는 기대감도 잠시, 이 별장에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쓴 괴한 두 명이 나타난다.

 

전문 살인청부업자인 이들은 이 부부를 죽이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주위의 다른 별장은 모두 비었고, 집에는 두 사람뿐이다. 반경 몇 킬로미터 내에는 경찰이나 산림감시원도 없다. 부부의 직업은 변호사와 공무원으로 별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야말로 살인청부업자에게는 손쉬운 목표물인 셈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항상 계획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괴한들은 부부를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에 부부의 친구인 젊은 여성 미셸이 나타난다. 충격도 잠시,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미셸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달아난다. 괴한들로서는 목격자를 살려보낸 것이다.

 

또 한가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부부는 살인자들이 침입한 순간 911에 긴급신고 전화를 했다. 통화를 제대로 끝맺지는 못했지만 이 신고가 지역 경찰서로 접수되고, 부보안관인 브린이 위치를 추적해서 별장으로 다가온다.

 

브린은 뛰어난 지역경찰이지만 혼자서 전문 살인청부업자 두 명을 상대하기에는 벅차다. 그녀는 휴대전화와 타고 온 승용차, 권총을 모두 잃고 숲 속으로 도주하고 그곳에서 숨어있던 부부의 친구 미셸을 만난다.

 

이제 숲 속에서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두 여자를 추적하는 두 남자, 살인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목격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총을 들고 달려간다. 반면에 아무 무기도 없는 여자들은 매번 기지를 발휘해서 추적자들을 속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통신수단을 모두 잃어버려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브린은 커다란 짐을 짊어진 셈이다. 나약해 보이는 미셸을 데리고 살인자들을 따돌려서 달아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변호사와 공무원 부부가 과연 누구에게 어떤 원한을 샀기에 살인청부업자들이 노리는 것일까?

 

제프리 디버가 묘사하는 숲과 사람들

 

제프리 디버는 반전과 트릭을 잘 사용하는 작가다. <남겨진 자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에 무슨 반전이 있을까. 이런 의문도 생길테지만 제프리 디버는 작품의 후반부에 커다란 반전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다른 장기인 크고 작은 트릭도 곳곳에 심어두었다.

 

숲 속에서의 추격전이기 때문에 디버는 숲의 풍경도 상세하게 묘사한다. 숲에는 참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호두나무 등이 널려있다. 가시가 손을 뚫어버리는 쥐엄나무와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 나무 밑동도 있다.

 

브린과 미셸은 이런 나무들 때문에 애를 먹지만 때로는 커다란 나무가 추적자의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야생동물들의 천국인 이 어두운 숲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모두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 존재인 셈이다.

 

숲과 함께 디버는 인물들 또한 생생하게 묘사한다.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에게도 온전한 역사와 정체성을 만들어준다. 이런 요인들이 디버의 작품을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 소설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디버는 '악당을 창조하는 일은 재미있다'라고 말한다. 그가 만든 악당을 바라보는 것도 역시 재미있는 일이다.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악당과 마주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남겨진 자들> 제프리 디버 지음 / 남명성 옮김. 시작 펴냄.


남겨진 자들

엘리야 케이 지음, 풀아머북스(2017)


#남겨진 자들#제프리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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