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공권력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무덤까지 파헤쳐져 부관참시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국전쟁을 전후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가 경남지역에서 500여구가 발굴됐으나 안장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발굴유해는 안장지를 마련하지 못해 경남지역의 한 대학 컨테이너와 타 지역 대학내 임시안치소에 보관되는 등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김해 진영 등 특정지역에서는 유족들이 유골을 찾아 안장한 합동묘가 1960년대 국가차원에서 파헤쳐져 유골마저 없애버려 지금은 유해발굴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족돼 마산·진주·김해·산청·함양 등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사건 진실결정과 함께 유해발굴작업을 실시했다. 이 유해발굴로 마산(163구)·산청(270구)·진주(111구) 등 544구의 유해가 발굴되고 현재에도 일부지역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마산시 진전면 여항리에서 발굴된 163구의 유해는 안장지를 마련하지 못해 경남대 내의 한 컨테이너에 보관되는 등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에서 발굴된 270여구의 유해와 진주에서 발굴된 111구의 유해는 경남지역에서 보관할 장소 마저 못 찾아 공주 충북대 임시안치소에 보관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정부 시절에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해 진행했으나, 현 정부들어 유해안치시설과 위령사업 등이 이뤄지지 않아 정책의 연속성이 끊기고 있는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계속된 민간인 희생 진실 결정때 마다 위령제 등 위령사업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권고했으나 현 정부 들어 이를 이행하는 곳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예를 들면, 올해 초 김해지역 민간인희생사건(김해보도연맹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졌으나 김해시 등은 위로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진실결정 이후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현지를 방문했으나, 이후 다른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아 김해시 차원에서 임으로 결정할 수 없어 지침을 기다리는 상태다"고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경남지역 유족회(김해·마산·진주·산청·지리산외곡리·부경) 대표 및 회원들은 14일 오후 2시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도와 시·군 지자체들은 경남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자에 대한 공공유해안치시설을 설치하고 국민통합과 화해를 위한 위령사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현 정부는 과거사 기본법에 규정된 '과거사 연구재단'설립 및 미신청·미해결 사건의 진상규명과 유해발굴을 적극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국회는 반인권 국가범죄에 대한 소멸시효를 배제하고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한 보상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김광호 부산·경남 유족회 회장은 "노무현 정부시절 진실화해위원회가 탄생,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진상이 밝혀져 반세기만에 그나마 가족들이 위로를 받는듯 했으나, 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유족들이 비탄에 빠지게 하고 있다"면서 "죄 없이 죽은 자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지역 유족회와 회원들은 오는 16일 마산공설운동장 올림픽기념관에서 마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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