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해서 고향발전에 이바지해야 혀…"
지난 14일 오전 11시경 논산시 연무읍 소재 연무읍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는 70∼80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 같은 어린 꿈나무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고 장학금이 들어있는 하얀 봉투를 건네며 격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갈채를 받았다.
게다가 이날 장학금 수여식을 참관하던 학부모와 지역대표들은 장학금을 건네던 70∼80대 할머니들의 모습도 신기했지만 장학회 명칭도, 정관도, 대표자도 없다는 데 더욱더 의아해 했으며, 지역에 입주하려던 축산단지업체와 투쟁, 업체에서 기부한 장학금을 전액 지역 내 모범 학생들에게 나눠줬다는 데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장학금이 조성된 경위는 지난해 12월 국내 닭 가공 굴지업체인 '(주)하림(대표 김흥국)'이 연무읍 봉동리 구 신기농장을 매입, 대단위 축산단지를 조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기초의원인 김형도 의원(논산다선거구 강경·연무·채운)과 지역민들이 축산단지 조성에 따른 수질 오염과 물 고갈, 악취 발생 등에 의한 생활환경 파괴와 영세 축산 농가들의 피해 등을 우려해 축산단지 조성 반대 투쟁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축산단지조성에 나선 '(주)하림'에 대한 대투쟁은 소득 없는 시간 낭비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팽배했고 일부 지역민들은 집회 중 이탈 현상까지 빚었다.
그러나 하림의 축산단지 조성이 논산시에 단 1%의 이익은 고사하고 엄청난 피해만 안겨 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김 의원은 주변의 비관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엄동설한의 강추위 속에서 건설현장에 홀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지역민들조차 외면한 반대 천막시위에서 김 의원이 지쳐갈 쯤 어느 날, 이른 새벽 양손에 장작개비 한두 개 씩을 들고 농성현장에 나타나 모닥불을 지피며 김 의원을 응원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88세의 남하자 할머니를 비롯, 16명의 지역 내 할머니들이었다.
이때부터 할머니들은 김 의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공사현장에서 작업인부들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축산단지조성 반대투쟁을 벌였고 업체 측에서 고발,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까지도 농성장에서 김 의원과 함께 했다.
이 결과 급기야는 (주)하림 김흥국 대표로부터 축산단지는 예정대로 조성하되 단 한 방울의 축산오염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최첨단시설을 갖추는 등 자회사격인 대형 식품가공 회사 건립과 함께 하림문화재단으로부터 해당지역 학생들을 위해 연 1000만 원씩의 장학금 지급 약속을 받아 냈다.
이에 따라 할머니들은 가칭 '봉동리어머니장학회'를 구성, 장학회 정관과 대표도 없이 연무읍 봉동리에 거주하는 남하자(88), 박귀임(85), 유태예(83), 진상예(84), 진금섭(84), 임성남(81), 오복자(76), 김화주(71), 이남임(75), 김영자(68)씨 등 16명의 할머니들이 중심이 돼 연무읍에 의뢰, 선발된 지역 내 초중고생들 31명에게 1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김형도 의원은 "지난해 외로운 투쟁 당시 양손에 장작 한 개씩을 들고 농성장을 찾아 자신과 뜻을 함께해주신 어머니들의 의지가 연간 논산시에 3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까지 지급하게 뙜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투쟁할 때 끝까지 힘이 되어 주신 어머니들의 힘이 결국엔 우리 고장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고령이 남하자 할머니는 "시의원에 앞서 우리의 아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추운 겨울날씨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데 그대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며 "어쨌든 하림측이 당초 약속을 지켜주고 우리 지역 발전과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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