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매체에서 간간히 개인전, 초대전 소식을 보거나, 그의 개인블로그나 동호회 카페등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붉은 발 도장을 찍는 남자를 직접 보게 되었다. 석창우 화백이라고 검색하면 적지 않은 언론들과 블로그에 그의 활동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 분야에서는 독창적이고 인지도가 큰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붉은 발 도장을 찍는 좋은 아빠'라고 제목을 단 것은 원래 예술가가 꿈이어서 그 길을 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다가 문득 불의의 사고를 당하였다. 사고를 당하여 두 팔을 잃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는 그림이라든가 먹글씨라든가 하는 붓을 잡는다는 것은 전혀 꿈꾸지 않았다.
그가 붓을 잡게 된 계기는 아이의 아빠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아빠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도와달라고 할 때 두 팔이 없다고 해서 "얘야! 아빠는 팔이 없어서 못 가르쳐준단다!" 하는 대답을 하는게 좋은 아빠가 못 된다고 생각하고 붓을 잡았고 그림과 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통서법과 그림을 배웠지만, 두 팔 대신 팔에 끼운 의수로 섬세한 그림 대신 크로키 형식의 필묵이 더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것 같다. 그는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잘 표현한다. 그냥 상상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닌 현장을 직접 수도 없이 가서 스케치를 하고, 그 스케치선을 간결하게 크로키선으로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필치로 창조해낸다.
어저께(14일) 그가 현장에서 의수에다 붓을 끼워 현장퍼포민스를 한 작품 내용은 경륜 모습이었다. 그냥 가볍고 부드러운 모양으로 종이위를 물고기가 헤엄치듯 붓이 지나갔는데, 표현되는 것은 독창적이고 활력있는 강한 터치의 필묵 크로키였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보통사람이 작품을 마감하며 하는 낙관의 형식을 두 손이 없어 도장을 잡기도 그렇고, 안중근 의사처럼 손바닥을 하기도 그랬던지 나름대로 강구한 독특한 방법으로 발도장을 찍었다. 작품을 마감하였는데, 마지막 발도장을 찍을 때는 가슴안에서 절로 뭉클하고 뭉게구름이 일었다.
이번에 그린 경륜 그림은 경륜협회의 요청으로 그가 올 봄에 다양한 자전거경주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다. 이 경륜 작품들을 제작하기 위하여 그는 작년 1년 내내 경륜장에 가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여태까지 외국의 각 나라에서 초대전을 10여 회, 개인전 26회, 각종 초대전 형식의 전시는 180회를 하고 있다.
무척 마른 몸에 수염을 길렀지만 나이보다 10년은 더 젊게 보이는 그에게서 나는 장애작가라는 느낌보다, 그에게 붓을 잡게 한 아이에 대한 가슴 깊은 곳의 따스한 부정이 작품안에서 살아나고, 장애와 무관하게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은 강한 남자의 기운이 어필했다. 수년 간 소와 누드크로키에 이어 경륜을 주제로 그린 그가 내년에는 어떤 것을 주제로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또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