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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상징을 말하라면 당연 '대나무'가 1 순위겠고 두 번째를 들라면 아마도 '떡갈비'가 아닐까 한다. 처음 담양 떡갈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갈비에다 떡볶이 떡을 섞어 만든 음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떡갈비 집을 가보니 떡갈비란 게 갖은 양념을 한 다진 쇠고기를 토막 낸 갈비뼈에 동그랗게 붙여 숯불에 구운 것 아닌가. '떡'의 떡조각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음식이었다.

하여튼 고기의 질은 어디 갔든지 명색이 쇠고기라 일인분이 이만 원에 육박하니 자주 먹을 수는 없는 터. 지난 번 문득, 직접 떡갈비나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도했는데 남편과 아들이 아주 떡갈비에 코를 박고 먹을 정도로 대박을 냈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요리 비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양파를 넣고 다진 쇠고기(쇠고기 살만 하면 퍽퍽해서 갈비살 주변에 붙은 심줄을 섞어 갈았다)에 마늘, 진간장, 참기름, 후추 양념을 해서 동그랗게 빚어 숯불 피우긴 귀찮고 에라, 생선 굽는 브로일러에 구은 것이 전부였는데 생각 보다 맛이 괜찮았다는 것이지.

양념해서 동그랗게 빚은 떡갈비를 브로일러에 구웠다.
 양념해서 동그랗게 빚은 떡갈비를 브로일러에 구웠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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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떡갈비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아들놈에게 갖다 줄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데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에 이 떡갈비가 추가된 것이다. 아들은 (제 아빠 닮아) 성격이 섬세하고 자상한 데다 무진장 깔끔쟁이다.

자취를 하면서도 정리정돈을 어찌나 잘 하고 사는지 하다못해 자장면 배달 온 아저씨가 "학생 자취방이 이렇게 깨끗한 데는 처음 봤다"고 놀랄 정도였단다. 게다가 냄새에도 민감해 퀴퀴한 냄새는 용서를 못한다. 제 자취방에 행여 냄새 밸까봐 창문을 수시로 열고 때로는 방향제까지 등장할 정도니까 깔끔쟁이 주부 저리 가라 할 정도고 나와 우리 딸이 발 벗고 뛰어도 못 따를 지경이다.

속에 갈비뼈만 안 붙었다 뿐이지 맛은 떡갈비 전문점 저리 가라다.
 속에 갈비뼈만 안 붙었다 뿐이지 맛은 떡갈비 전문점 저리 가라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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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또 어떤가. 아줌마 보다 더 지성스럽게 밥을 해먹어 반찬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점심도 집에 와 먹고 다시 오후 수업을 갈 정도로 철저하게 집 밥을 고집하는 놈이라 요즘 대학생들과는 유형이 다른 종자인 셈이다. 덕분에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용돈을 덜 쓰는 편이니 졸지에 용돈 대주는 누나한테도 아주 쓸 만한 동생이 되어 버렸다.

며칠 전 추석연휴 뒤풀이 자리에서 엄마,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들이 자취생활의 외로움을 이렇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가 반찬 갖고 오신다고 했을 때 얼마나 좋은지 케이크 사다 촛불 켜고 싶었다니까..."

불쑥 털어놓는 아들의 마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다 큰 자식들은 부모를 가능한 한 뛰엄뛰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남편이 매일 아들, 딸 안부를 챙기고 나한테 아이들과 통화했냐고 점검을 할 때마다 짜증을 냈다. 새끼들이 엄마 목소리가 뭐 그렇게 반갑다고 후딱 하면 전화질을 하느냐는 것이다.

밥순이처럼 집 밥에 매달리는 아들, 남편 주장대로 매주일 갈 수는 없지만 한 달에 두 번은 가기로 마음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대가족 속에서 자란 탓인지 좋아하는 반찬이 김치, 나물, 찌개 등 순 토속적인 입맛이라 반찬 해다 주기도 좋다.

오징어 볶음,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
 오징어 볶음,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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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사다가 고추장, 진간장, 양파, 파, 마늘, 청양고추, 참기름 그리고 약간의 설탕을 가미해 오징어 볶음 준비를 해서 한 끼 분량으로 나눠 냉동시켜 주면 가끔 꺼내서 맛있게 볶아 먹는단다. 오징어 볶음 재료 준비하고, 떡갈비 재료, 멸치 고추 볶음, 고구마 줄거리 볶음, 시금치 나물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딱 한 끼분 시금치 나물도 준비했다.

그리고 또 무엇을 준비할까? 아참, 김치에 깍두기, 파김치도 넣어야지. 우리 아들은 생전의 친할머니가 해주셨던 파김치를 제일 좋아한다. 오리지널 전라도 식으로 멸치 젖 듬뿍 넣어 푹 삭은 파김치. 외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무생채도 좋아하지. 에이~~ 이왕 한 김에 서비스로 고추장 제육볶음도 포함시켜야겠다. 우리 아들은 삼겹살 보다는 제육볶음을 좋아하거든.

어미는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고, 농사꾼은 제 논에 물대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단다. 내 자식 맛나게 먹을 음식 마련하는데 뭐가 힘들까. 부엌방 불나게 생겼다.


태그:#담양 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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