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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이 있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탐관오리 변학도를 내친 후 춘향에게 수청을 들 것인가를 묻자 춘향이 대답한 말이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양반들은 다 똑같은가 보우! 차라리 내 목을 베시오!"라고.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왠지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자꾸 초록은 녹색성장, 가재는 한나라당, 게는 MB라는 유추가 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지난 15일 정부의 4대강 사업, 행복4강 홈페이지(http://www.4rivers.go.kr)가 오픈되었다. 추진본부의 설명에 의하면 이 사업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녹색과 뉴딜이라고 한다. 녹생성장 이 얼마나 멋들어지고 쾌적해 보이는 좋은 말인가?

 

 

그런데 추진본부 홈페이지의 홍보자료 중 재미있는 것이 올라왔다. 정부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MB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나치게 영어교육을 강조하며 오륀지니 아륀지니 영어 몰입교육을 외치더니 이제 우리말을 잊어가는 모양이다. 정부부처 홈페이지에서 당당하게 "녹색성자"라고 한다.

 

 

그렇다. 이제 정부는 스스로 녹색성자(Green holy man)가 되어가고 있다. 대단하다. 오타라면 정말로 무성의한 것이고, 계산된 것이라면 정부는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위해 순교를 할 각오를 다진 듯하다. 국어사전에서 성자는 성인(聖人)의 동의어로 기독교에서 "거룩한 신도나 순교자를 이르는 말"이며, 불교에서는 "모든 번뇌를 끊고 바른 이치를 깨달은 사람"을 칭하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교육청은 영문표기를 office education이라고 하더니 간판 수정할 예산이 없다며 아직도 고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중앙부처는 홈페이지에 한글까지 틀리게 쓴다.

 

이제 국민들은 자전거도 즐겨 타야 한다. 운동도구로써의 자전거가 아닌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 분담율이 2020년도에 10%는 되어야 4대강 사업의 타산이 맞을 것이니라고 하며, 이것 역시 타당성을 부풀리기 위한 수단이 되었음은 틀림이 없다. 자전거 분담율이 늘어난 만큼 줄어든 자동차의 운행감소분으로 얻어진 이익이 편익부분만큼 늘어나게 되어 B/C(편익/비용)법에서 분자가 커져 사업의 타당성을 크게 해 주는 것이다.

 

공공임대 자전거를 도입하여 대중교통 연계시스템을 구축, 유비쿼터스하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여건을 구축한다고 한다. 또 추진본부에서 올린 고용창출을 홍보하는 그림을 보면 유람선의 승무원, 굴삭기 기사, 스낵바 점원이 나온다. 유람선을 수천, 수만대를 상시로 운행할 것이 아니라면 그림에 나온 인물들은 정규직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면에는 분명 환경복원비용의 절감이라는 큰 돈뭉치가 사업의 편익에 반영되었을 것이며, 사업이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그린성장, 녹색뉴딜, 그린웨이, 녹색마을센터, 생태관광, 녹색소비, 녹색기술, 녹색 교통체계, 녹색혁명과 같은 알듯 모를듯한 신조어들을 대거 양산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정말 급하긴 급한가 보다.


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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