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날리다'(?) 은퇴(!)할 즈음 '홍주선'이라는 이름을 스치듯 들은 적이 있었다. 편집부 선배가 "너처럼 여성 관련 기사를 많이 쓰는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기사를 대여섯 번 읽은 기억도 있다. 내심 흐뭇했지만, 그뿐이었다. 여러 해가 흘러 그녀와 마주앉게 될 때까지 그녀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만나게 된 그는 블로그 미디어 'buoy media'(
http://www.buoy.kr/)를 열고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2030 여성을 타깃으로 '성인지적(性認知的)' 생활문화 웹진을 만들겠다고 했다.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그에게서도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이 묻어났다.
"아주, 아주 아주 작은 언론을 만들고 싶다. 무조건 작아야 한다. 내 일상에 붙박은 미시적 관점에 기반한 언론이어야 한다. 'buoy media'의 오프라인 지면 발행도 구상하고 있는데 지면 역시 손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 좋겠다."2030 여성들을 위한 아주, 아주 아주 작은 언론
- '작은' 언론이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다. "그렇다. 우선 몸집이 작은 언론이란 의미가 있다. 'buoy'가 부표란 뜻이다. 부표처럼 작고 가볍게 떠다니며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는 미디어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하나는 작은 것들의 언론이라는 의미다. buoy media의 모토는 '세상의 모든 작은 것들과 함께 하는 생활문화 웹진'이다. 말 그대로 작은 뉴스들에 주목한다. 동네 작은 구멍가게, 소규모 공방, 지역 농산물 소식 같은 것들.
예를 들어 기성 언론에서 가게 하나를 취재한다고 해보자. 그럼 뭐라도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보이며) 이런 아이스티를 최초로 만들었다 라든가. 그런 게 없는 가게들은? 그냥 스킵된다.
만약 그런 가게들이 언론에 소개되면 당장 '기자가 돈 받았나?' 한다. 그런데 사실 사람이고, 가게고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 이야깃거리가 있고 흥미롭다. 또 그것이 정말 광고라면 무조건 다 무의미한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광고일 경우, 그 정보가 허위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그래서 buoy media에서는 직접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투명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상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나 집단으로 한정한다. 성매매 여성 지원센터 새움터의 자활공방이나 직원 전체가 지적장애인인 쿠키 제조업체 '위캔'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향토 소기업이나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하는 지역 농민들, 공정무역 상품들. 독특한 개성이 있는 디자인 숍이나 아티스트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독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접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buoy media의 역할이다. 나중에는 뉴스를 보면서 관련 물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구글이 구글애드로 하고 있는 걸 나는 콘텐츠로 풀겠다는 것이다."
- 쇼핑몰 기능도 겸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buoy media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아니다. 사회적 책임과 개성이 담긴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상품도 판매하는 통로가 되려고 한다. 홍보와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상인이나 사회적 기업을 보다 타깃화된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다."
- 타깃화된 소비자란 무슨 뜻인지? "buoy media의 주요 타깃 층은 대안적 삶과 생태 등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이다. 물론 이들을 위한 정보는 넘쳐난다. 그러나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제된 정보는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비혼 여성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같은 게 있다. 아무리 유용한 정보라도 이러한 편견이 개입되어 있으면 활용되기 어렵다.
이들은 친환경적이고 가치 있는 상품을 구입하고 싶어하지만 정보의 불편한 표현 하나, 문장 하나 때문에 정보 자체를 차단하게 되기도 한다. 이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원하는 물품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려고 한다. 여성 소비자와 친숙하지 않은 시장의 생산자들에게는 2030 여성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치언론 창간에서 블로그 미디어 창업까지... 실험은 계속된다
- buoy media에 대한 구상은 언제부터 하기 시작한 것인가?"2008년 7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2009년 8월부터 buoy weekly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 블로그 혹은 미디어, 혹은 둘 다에 대한 관심이 죽 있었던 건가?"어렸을 때부터 늘 기성 매체보다는 웹을 통해 소통하길 즐겼다. 대학 때는 학내 여성주의 자치언론 창간에 참여하고 편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오래 활동했다(그녀는 2006년부터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꾸준히 여성 및 소수자 관련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블로그 미디어라는 실험도 같은 맥락에 있다."
- 작은 언론에 대한 소신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인가?"현재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도 언론사 입사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기성 매체와 블로그는 다르다. 작고 유연하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내가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다. 내가 나의 메시지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블로그 미디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도전이지 않은가?"그렇다. 창업에 대해 전혀 무지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뉴미디어창업스쿨을 수강했다. 커리큘럼도 커리큘럼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큰 행운이었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조언을 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인디 음악을 하겠다는 이도 있고, 인디 게임을 하겠다는 이도 있다. 무모하더라도 새 판을 짜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보며 자극도 많이 받았다. 얼마 전에는 뉴미디어스쿨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개최된 창업경진대회에서 창업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사업계획서에 학생 운동 경력이나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쓰며 망설였지만 실제 사업 연결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뻤다."
- 현재 buoy media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 방문자 수도 미미하다. 네이버 오픈캐스트나 메타 블로그를 통해 유입되는 수도 적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쌓이는 것도 뿌듯하다. 무엇보다 내가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작은 생산자와 작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가능성이 인터넷에 있다. 여성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 환경 등을 함께 풀어갈 수 있다. 점점 다원화, 개인화 되어가는 우리 세대 여성운동의 해답 역시 여기에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