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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실행 시기를 집행부에 위임해달라고 하는데 지금도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본다. 12월 15일이든, 20일이든 시한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노총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 문제와 보궐선거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에 대해서도 거론되어야 한다."

 

"한국노총이 한나라당에게 토사구팽 당했다. 한나라당과 정책연대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 있나? 국회의원 4명은 배출했지만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다 죽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정책연대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뭐 있나? 11월 6일까지 시한을 두고 변화가 없다면 11월 7일 노동자대회 때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해 달라. 또 한나라당과도 연대를 하는데 같은 노동자끼리 연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자 대의원대회를 여는 것도 검토해 달라."

 

지난 15일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이 잇달아 쏟아졌다. 대의원들이 잇달아 손을 들어 '수정안건'을 제출했다. 격한 분노가 터져나올 때 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노총 대의원대회를 여러 차례 취재한 기자들은 "과거에 보기 힘든 풍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13년간 유예되어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의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단일화'·'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한국노총은 지난 15일 '총파업'과 '정책연대 파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엇보다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 파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긴장관계에 있었던 노·정을 더욱 격랑에 빠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의 협상 요청, 거절... 합의 가능성 낮아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2007년 이후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친기업 정부'라는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또 이를 통해 지난 2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대타협'을 이루는 등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삐걱대던 정책연대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파국을 맞게 됐다.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협상'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취임 전후부터 '국제적 기준'을 언급하며 '법대로 시행 원칙'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노사가 전임자 임금 지급에 합의하는 경우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라는 이화수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합의는 가능하겠으나 건강한 노사관계로 발전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제안했던 양대 노총, 한국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등 6자가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반응이다. 임 장관은 한국노총의 제안에 대해 "시행을 전제로 보완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6자 대표자회의에도 참여할 의향이 없다"며 내년 시행 원칙에 변함없음을 천명했다.

 

지난 15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한국노총 출신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도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짐작케 한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과 이와 관련해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면담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5년 유예'를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강경했다. 우리(한국노총 출신 의원)에게 '이제 노동조합 출신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입장으로 일해달라'고 부탁하실 정도였다. 최근 청와대 정정길 실장에게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

 

민주노총도 총파업 가능성 시사... 96~97년 연대 총파업 재연 가능성

 

결국 노동계와 정부의 충돌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판단하는 1차 시기를 오는 11월 7일 노동자대회로 잡고, 그 때까지 정부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즉각 실행에 옮길 것을 고민하고 있다. 또 총파업과 관련해 다음 달 중 찬반투표를 갖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끝낼 계획이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논의를 통해 문제점이 나온다면 법 시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인데 (노동부가) '법 시행을 전제로 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취임 이후 국제적 기준도 왜곡하고 여론 조작까지 나서는데 노동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느꼈겠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 사안을 노조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쉽게 하지 않았던 만큼 한다고 하면 흐지부지 하지 않을 것, 97년도와 같이 사활을 건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민주노총과의 연대 총파업 가능성이다. 양대 노총 지도부는 오는 21일 회동을 갖고 공조 투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연대 투쟁의 수위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안은 공동투쟁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연대 총파업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제안해놓은 상태. 민주노총은 이에 따라 오는 28일 산별대표자회의, 11월 3일 중앙집행위원 수련회 등을 통해 총파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2월에 간부 1만명 이상 상경해서 국회 앞 농성 투쟁 계획이 있는데 이것이 낮은 수준의 투쟁이 될 것"이라며 "지난 1996~1997년 당시의 양대 노총 연대 파업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공조가 잘 돼 연대 총파업을 한다면) 끝장을 보는 총파업을 할 것"이라며 "(총파업을 하게 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강수를 두더라도 갈수록 우왕좌왕하다 좌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한국노총, #민주노총, #총파업,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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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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