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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쾌적하고 아름다운 문화 공간이 있다. 작심하여 굳이 큰 공원을 찾아 산책과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바로 집 앞을 나서면 만나는 생활 밀착형 공간, 이런 공간이면  더욱 손쉽고 편안하며 즐거울 것이다. 집밖을 나서면 만나는 생활 공간, 우리 집만의 닫힌 공간을 벗어나 집의 공간과  길거리 공간이 하나 되는 공간을 꿈꾼다. 저녁 먹고 가족끼리 시냇물에 발 담그고 오손도손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이웃집 찾아 가듯 울타리 없는 찻집에서 내 집 즐기듯, 가족끼리 이웃끼리 차 한 잔 나눌 수 있으면 바로 이것이 행복 아닐까.

낮은 담장곁에 소규모 화단을 만들었다.
▲ 전주시 한옥 마을의 담장 낮은 담장곁에 소규모 화단을 만들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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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밑에 어항도 만들고.
 담장 밑에 어항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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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생하여 마련한 나만의 소중한 공간을 바깥에 내놓기 쉽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높은 담, 굳건한 대문으로 닫아 버리고서야 어떻게 여유를 논할 수 있을까?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 내어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 한 간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던 선인의 여유가 오늘 날 더욱 요구된다.

내가 사는 집 담장 밖의 여유로운 삶을, 전주시 교동 한옥 마을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집안이 들여다 보이는 담장 위에 꽃 장식물을 얹었다.
 집안이 들여다 보이는 담장 위에 꽃 장식물을 얹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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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뒤의 생활 공간과 담장 위의 화분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
 주름 뒤의 생활 공간과 담장 위의 화분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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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담부터 허물자

10여 년 전부터 도심에 내 집 담장 허물기 사업이 있었다. 각 가정은 물론 관공서도 이에 맞춰 담장을 허물어 개방감을 살렸다. 그런데 가정집 담장 허물기 사업은 그 목적부터 도시 환경꾸미기 사업과는 동떨어진 사업이었다. 바로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었고, 이에 지차체가 사업비를 보조해 주는 식이었다.

그러니 벽돌로 된 담장과 둔한 철제나 목재 대문 대신 상하 개폐식 스테인레스 주름 대문으로 교체되는 식이었다. 울타리 허물기의 본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었다. 그나마 간신히 유지되던 울타리 없애기 사업은, 이제 재개발, 주거 시설 개선사업 등으로 단독주택이 날로 없어져 가는 마당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다행히 중소 도시에 많이 남아 있는 단독주택 단지나 새로이 조성할 단독주택 단지에서는 담장 없는 마을을 적극 만들어 보자. 개인 사생활 보호, 보안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연구 과제로 남겨 놓고, 일단 공동주택이나 단독 주택 할 것 없이, 각기 개성 있게 집을 지어, 담장을 없애는 사업은 도시 환경 사업의 시범적 사업으로 적극 고려되고, 추진해 볼 만한 과제이다. 어울려 사는 인간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므로 인간성 도모에도 도움이 될 거다.

나만의 폐쇄된 공간을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추구해 보자. 외부로 보이는 공간을 이웃과 공유하도록 멋지게 가꾸어 그 집의 특색을 나타내는 이미지 공간으로 만들어 가자.

한옥 찻집에 담장을 허물었다. 지나던 길에 정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 담장 없앤 찻집 한옥 찻집에 담장을 허물었다. 지나던 길에 정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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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도시 정비 이것부터 챙겨라

우리나라 각 지방자치 단체마다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자전거 전용 도로와 산책로 만들기다. 이른바 웰빙과 녹색 바람을 타고 어느 도시건 더 많이 더 빨리 이 사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정작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 쓰레기나, 하수구는 제대로 정비하지 하지 못한 채, 도심 간선도로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내고 저 멀리 도심 외곽에도 큰 돈 들여 길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의문이 있다. 큰 돈 들여 간선도로변에 만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출퇴근 하고 늘 자전거 타기로 여가선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동네 안 담장 곁의 분수
 동네 안 담장 곁의 분수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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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의 골목길 정비가 먼저다. 식사하고 가족끼리 한 바퀴 여유 있게 걸어보고, 집 앞에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그런 도로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동네 산책길에 자연럽게 만나는 '혼불'의 최명희 문학관.
주변 집들과  조화를 이루어 생활 속 문학 체험 현장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문예작품을 늘상 만난다.
▲ 작가 최명희 문학관 동네 산책길에 자연럽게 만나는 '혼불'의 최명희 문학관. 주변 집들과 조화를 이루어 생활 속 문학 체험 현장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문예작품을 늘상 만난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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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린 시절의 간절한 추억 하나 되살려 본다. 우리 집 앞에 빨래터가 있었다. 시냇물을 이용한 빨래터였다. 여름이면 여기서 세수도 하고, 멱도 감고, 풋감도 묻어 두고 삭여 먹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노변정담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바로 도심에 시냇물을 살리자.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냇물을 잘 모아 담아서 동네 가운데를
조금씩 흐르게 하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흐르던 시냇물마저 콘크리트 더미로 관로 개수 공사한답시고 형편없는 시궁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물길 곁엔 소규모 휴식공간을 만들어 집 밖에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 동네 길따라 물길이 흐른다. 물길 곁엔 소규모 휴식공간을 만들어 집 밖에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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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물만 흐르게 하는 게 아니라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고, 물흐름도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하는 등 물의 성질을 강조하는 기능을 갖췄다.
▲ 주변의 조형미와 어울리게. 단순히 물만 흐르게 하는 게 아니라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고, 물흐름도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하는 등 물의 성질을 강조하는 기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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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을 정비하여 물도 살리고, 각종 용수도 확보하고, 삼천리 방방곡곡 자전거로 달리고도보 전용 공원과 문화 센터도 만들어서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여 나간다고 한다. 나는 우리 동네, 나의 집 담장밖에서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다. 내가 사는 이곳을 건강하게 걸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문화를 즐기고 싶다.

소시민인 나는 자동차 타고 멀리 나가서 만나는 그런 큰 공원은 번거롭고 피곤하다.


태그:#전주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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