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한 날씨에 파란하늘은 더욱 파랗게 변해 있는 아침! 평송수련원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들뜬 마음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와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지 못해 졸린 눈을 비비며 부모님을 쫓아온 아이까지 다양한 표정의 얼굴들이다.
44명의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과 시민들은 오늘 하루 웅포에서 벼수확체험과 고구마캐기체험, 그리고 군산과 서천에서 철새탐조를 하기 위해 일요일 하루를 반납하고 버스에 올랐다. 웅포는 금강변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9시 40분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회원이 탑승한 버스는 익산 웅포로 출발한다. 상쾌한 아침바람을 가르며 웅포로 향하는 길에 '가창오리의 7년간에 기록'이라는 DVD를 시청했다. 우리나라에 99% 이상이 월동하는 가창오리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보호하고 있으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새이다. 가창오리가 우리나라를 찾는 7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DVD시청을 열성적으로 시청하며 철새탐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이는 가족들이 눈에 띈다. 일부는 늦잠을 보충하기 위한 휴식을 취하는 분들도 있었다.
1시간여의 이동시간 끝에 도착한 웅포에는 면장님 작목반원 등 많은 주민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간단한 인사말을 듣고 본격적인 벼수확체험에 들어갔다. 어른들이 낫을 가지고 벤 벼를 홀태라는 농기구를 통해 낱알을 훑어낸다. 떨어지는 낱알들이 신기한지 홀태로 털어내기에 모두들 한창 열을 올린다. 한참을 홀태로 털어낸 후 최신 형태로 진화한 콤바인이라는 기계를 통해 벼가 수확되는 것을 체험한다. 한 명씩 콤바인에 직접 시승하여 벼를 수확해 봤다. 이렇게 벼수확체험을 마치고 고구마 밭으로 이동!
주민이 체험을 허락해준 고구마 밭에는 튼실하 고구마가 땅속에! 아이들 머리보다 더 큰 고구마부터 새끼손까락만한 고구마까지! 고구마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땅 속에 숨어 있는 붉은색의 고구마가 마냥 신기한 듯 호미질을 하고 또 한다. 팔이 아프지는 않은지! 고구마 한 고랑을 파는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고구마를 캐고 난 후 마을 주민들이 차려주신 밥을 먹는다. 점심에는 시골의 넉넉한 인심과 소박함이 묻어난다.
오후에는 수확한 벼의 볏집으로 짚공예를 진행했다. 미리 삶아 놓은 계란을 다섯 섯개씩 볏집으로 묶기도 하고 새끼를 꼬아서 줄넘기 놀이도 했다. 시간은 어느덧 마을을 떠나야 할 시간. 마을에서는 계란꾸러미를 잘 만든 사람에게 커다란 호박과 쌀을, 참가자 모두에게 현미를 선물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여러 가지 농산물들로 작은 간이시장이 열렸고, 참가한 시민들의 양손에는 올 때는 없었던 농산물을, 넉넉한 시골인심과 후덕한 마음을 가슴에 담았다.
군산과 서천을 가로지르는 금강에 철새들을 보러 갈 시간이다. 위협적으로 설치된 군산 철새조망대에 갔다. 위협적인 만큼 실제적으로 새를 보기는 어려운 시설이다. 30분 정도 내부시설을 관람하고, 서천 외항으로 나가 새를 관찰했다. 큰기러이와 쇠기러기가 일찌감치 우리를 반긴다. 무슨 일인지 바다 위에 한가로이 노닐던 기러기무리가 비상한다. 서로 대화하면서 이동하는 기러기소리에 참가자들은 잠시 귀를 기울인다.
기러기무리를 뒤로 하고 금강호변으로 이동했다. 이동한 금강에는 청둥오리가 우리를 반긴다. 아직 이른 시기라서 많은 철새들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망원경을 통해 본 새들의 모습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철새탐조를 마치고, 금강정비사업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금강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금강정비사업을 통해 금강의 새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며 올해 보는 모습이 금강의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설명에 잠시 고개를 떨군다. 금강을 지키기 위해 '걸음보태기'가 진행중이며 오늘 걸은 걸음을 보태기 위해 걸음 수를 합한다. 오늘 17만3844걸음을 참가자들은 보탰다. 오늘 걸은 걸음이 금강을 지키고 금강 주변에 사는 웅포주민들의 넉넉한 삶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