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라남도 담양군 대덕면 시목마을. 마을 이름 그대로 감나무가 지천이다. 집집마다, 도로변에도, 야산에도, 발길 닿는 곳마다 감나무다.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감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을빛 향연을 벌이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갓난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아낙의 모습도 정겹다. 일반적인 시골마을과 달리 어린아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소득이 많으니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눌러앉은 덕이죠. 귀농도 벌써 여러 가구 했어요."

 

나정채(41) 이장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 지은 집들이 그렇고, 도회지에서나 보이는 고급 자동차들이 즐비하다.

 

"다 유기농 덕분이죠! 도시 사람들 전혀 부럽지 않아요."

 

나 이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이 4000만 원에 이른다니 그럴 만도 하겠다. 단감과 벼농사를 모두 유기농으로 지어 벌어들인 소득이다.

 

시목마을의 경지면적은 50㏊. 이 가운데 50%가 유기농 인증을 받았으며, 20%는 무농약 인증, 나머지는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전라남도가 이 마을을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한 이유다.

 

시목마을의 유기농 재배는 지난 1980년대 중반 주민 나상채(53)씨에서부터 시작됐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나씨는 단감을 선택하고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다. 땅과 일교차 등 지역 특성도 단감 재배를 거들었다.

 

재배기술은 전국에 있는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관련서적도 뒤적였다. 땅심은 소 배설물과 톱밥에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킨 퇴비로 높였다. 병해충은 천연 미생물 제제를 만들어 방제했다.

 

이렇게 해서 딴 단감의 당도가 보통 단감보다 2∼3도 브릭스 높았다. 과육도 사근사근해 소비자들이 좋아했다. 나씨의 성공을 두 눈으로 목격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단감재배를 시작했다. 영농조합법인도 만들어졌다. 공동작업장과 가공시설, 미생물발효 퇴비시설도 갖췄다. 특허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수확한 단감은 연간 350여 톤. 15㎏들이 1만 5000상자에 달했다. 물량이 엄청났지만 판로 걱정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단감은 따는 즉시 생명운동을 하는 '한살림'을 통해 모두 팔렸다. 값도 공판장의 2배를 받았다.

 

올해엔 전에 볼 수 없었던 총채벌레가 극성을 부려 애를 먹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모든 일을 접고 감나무에 매달렸다. 감잎에 숨어있는 해충을 하나하나 손으로 잡아 비닐봉지에 넣어 없앤 것이다.

 

단감 농사로 '재미'를 톡톡히 본 주민들은 벼로 눈길을 돌렸다. 청정미 작목반을 구성하고 우렁이 농법으로 유기농 재배를 시작했다. 같은 품종을 심고 병해충도 공동으로 방제했다. 그 결과 수확량은 70∼8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을 더 받아 손해를 보지 않았다.

 

벼는 수확 전량을 농협에서 모두 사들였다. 지난해엔 40㎏ 한 포대에 찰벼는 8만5000원, 일반벼는 7만5000원을 받았다. 다른 지역의 쌀값보다 1만 원씩은 더 받은 셈이다. 유기농 전문매장에서 쌀을 사가겠다고 나서고 있다.

 

나 이장은 "단감과 벼 외에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한우도 주민소득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벼논에서 나온 볏짚을 소에 먹이고, 그 축사에서 나온 우분을 발효시켜 감나무 과원의 퇴비로 다시 넣어주는 친환경 유기농 재배가 지역 이미지와 주민소득 향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시목마을, #유기농 생태마을, #단감, #담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