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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2009 정기국회, 정부에게 꼭 따져 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들]을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 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0월 20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을 바로 앞두고 알려진 아동성폭력 사건 법원 판결에 대한 질문은 검찰에 대한 국감과 각 지방법원 국감에 이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적절한 양형기준 마련 등을 의원들이 주문하였습니다만, 그 밖에도 중요한 여러 가지 사항들이 지적되었습니다.

 

청와대의 고집 때문에 늦어진 8월 대법관 제청?

 

오전 시간 대법원 국감에서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의 여러 의원들이 각별히 관심을 보인 것은, 최근의 대법관 제청과정에서 대법원장이 제청하려던 후보자를 청와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등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청와대가 무시한 적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박영선 의원과 박지원, 우윤근 의원은 지난 8월 신임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측에서 특정 지역출신을 배제하고 청와대가 희망하는 인사를 제청할 것을 요구하여 갈등이 빚어지지 않았냐고 법원행정처장에게 질문했습니다.

 

특히 박영선 의원은, 대법관제청후보자문위원회가 몇 사람을 지목해서 대법원장에게 명단을 제출하면 통상 2~3일 안에 그 중 한 명을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해왔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제청하기로 결정한 후보자를 알려주기 위한 면담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측에서 면담을 거절해서 보름정도나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평소와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아울러 제청자문위원중의 한 사람으로부터 청와대의 정동기 당시 민정수석이 자신이 나온 학교출신의 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고 하고 전남출신을 배제할 것을 청와대가 바라는 등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는 증언을 직접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답변자로 나온 법원행정처장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명을 하였지만, 대법관 후보 제청이 지연될 때 보수적 신문인 중앙일보(8월22일자)에서도 지적할 정도로 민일영 대법관을 임명하는 과정은 이전 사례와는 달랐다는 점에서 박영선 의원 등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사법부의 혹'이 되어버린 신영철 대법관

 

올해 2월 말 세상에 알려진 신영철 현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시절 촛불재판 간섭파동에 대한 질타도 국감장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춘석 의원(민주당)이 집중적으로 따져물었습니다.

 

이 의원은 신영철 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작년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무작위 배당하지 않고 임의배당한 것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이를 개선하기로 한 뒤에도 광우병대책회의 조직팀장의 보석을 허가한 박재영 판사에게 사건은 사건배당에서 제외한 것이 부당한 것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의원은 박재영 판사가 대책회의 조직팀장의 보석을 허가한 이후 몇몇 재판부에 별도로 지정하여 배당한 10여건의 사건들이 모두 피고인을 구속시킨 상태에서 진행하던 것이었음에 주목했습니다. 이 의원은 혹시 이들 구속자들의 재판이 박재영 판사에게 배당이 되어 보석이 허가되는 것을 막기위해서 박 판사는 사건배당에서 제외시키고 일부 재판부에게만 사건을 배당하는 '지정배당' 방식을 쓴 것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의원은  신영철 현 대법관의 행동은 '재판간섭 소지'가 있는 행동이 아니라 분명한 재판간섭행위로 사퇴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윤근 의원도 지난 몇 달동안 국민들이 신영철 대법관 사퇴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었던 것은 문제를 잊었거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사퇴할 시간적 기회를 주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하였습니다.

 

법원마저 '삼성'앞에서는 작아지나

 

박영선 의원은 법원이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재벌그룹의 영향력에서도 자유로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재벌그룹, 특히 삼성그룹에 매우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올 5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에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를 비롯한 딸과 핵심임원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회사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배임죄가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성토했습니다. 이런 판결 때문에 앞으로 재벌그룹이 경영권을 편법적인 방법으로 재벌총수의 2세와 3세 등에게 넘기는 것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져서 큰 일 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박 의원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의 연장선에서 김천지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담당 재판부가 요청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재판기록이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삼성측의 요청에 따라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삼성의 요청이 없었더래도 그리했겠냐는 박 의원의 지적이 돋보였습니다.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수임, 형편없는 판결문 공개실태

 

한나라당의 주광덕 의원은, 2009년에 퇴직한 고위 법관중 고현철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부산고등법원장이 퇴직한 후 곧바로 로펌에 영입되었고 이들이 곧장 변호사로 활동하여 사건을 수임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주 의원은, 박영수 변호사(전 부산고법원장)은 대법원 사건을 수임했지만 심리불속행 결정이 난 사건이 있는데 반해 고현철 변호사(전 대법관)의 경우는 수임한 대법원 사건중에서 심리불속행 결정이 난 사건이 전혀 없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주 의원은 이런 현상이 전관예우, 대법관출신 변호사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하면서 더 나아가 법원장급 이상 고위 법관들이 퇴직후에 변호사로 곧장 개업해 사건을 수임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지난 해 가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지난 몇 년동안 퇴직한 지방법원장과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이 퇴직 1년 이내에 최종 근무 법원의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로 법정에 출현하는 일을 지적("[이슈리포트]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낯뜨거운 행태, 계속 방치할 것인가")한 것과 같은 맥락의 지적이었습니다.

 

한편 홍일표 의원(한나라당)은 대법원 홈페이지나 '법고을'이라는 판례DVD 등에서 공개되는 판결이 전체 판결의 5% 내외에 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판례해설집'에 실리는 법관들의 논문에 인용된 판결조차 공개되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하였습니다.

이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지난 2006년 1월에 발행한'[사법감시 27호] 판결문 공개실태조사 결과 - 법관들은 보는데 국민들은 왜 못보나요?'에 실린 내용의 일부이며 참여연대 주장과 같은 지적이었습니다.

 

답변자로 나온 법원도서관장은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데, 비실명화 작업을 1명이 맡고 있어서 어려운데 앞으로 인력을 늘여 더 많이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용문제 때문에 판결문 공개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2005년과 2006년에도 했던 설명이었습니다. 4여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비용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법관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

 

우윤근 의원은 법정모니터링을 통해 드러난 이해할 수 없는 법관의 언행을 소개하면서 법관의 언행을 꾸준히 개선할 것을 주문했고, 법원 청사에 비치된 사건검색 시스템을 통해서 수많은 동명이인들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면서 심각한 문제인만큼 조속한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이들 사안외에도 여러 가지 주제에 걸쳐 의원들의 지적과 질문이 이어졌는데, 몇 가지만 더 소개하면, 박지원 의원은 용산참사 사건 수사기록을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를 거부하는 검찰에 속수무책인 법원을 국민이 의지하겠는가라고 했습니다.

 

또 박 의원은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반정부 활동을 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도를 넘는 비난이 일관성 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에둘러 지적했습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 가입건이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의 대상인지도 의문이지만 자신의 정치지향과 다른 조직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손범규 의원과 주성영 의원 등은 법원공무원노조를 맹비난했습니다.

 

이를 보다못한 박지원 의원은,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정책연합을 하였고, 또 그 영향으로 한국노총 출신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한국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괜찮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안되는거냐면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지적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태그:#국정감사, #참여연대, #대법원, #법제사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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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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