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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보고서'로 유명한 노마 강 무이코 국제 앰네스티(이하 앰네스티) 동아시아 담당조사관이 다시 한국 인권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이번 주제는 이주노동자다. 지난해 여름 광화문 거리를 누볐던 무이코 조사관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공단지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조사 과정에서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것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이들은 안전장비도 없이 화학물질이나 중장비를 다뤄야 했지만,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20일 오후 6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 장충동에 있는 앰네스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무이코 조사관은 노조에서 활동하다가 단속된 이주노동자를 양심수라고 봤다. '불법체류'가 아닌 인권활동 때문에 체포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 단속을 막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경제에 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만 알던 국제사회, 한국에 놀라다

 

서울에서 태어나 21년을 살았고 한국말도 능숙한 무이코 조사관은 지난 1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상황을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지난해 7월에는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서 "한국에서 집회·언론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문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은 '민주사회' 한국의 인권침해를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무이코 조사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집회의 자유와 관련, '불법'이라고 반드시 폭력적인 것은 아닌데 경찰이 '불법폭력 시위'라면서 두 단어를 묶어서 쓴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은 (앰네스티 측에) 정보를 줄 때 조심스러워 한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국가인권위 독립성 논란과 관련, "인권위원장은 독립적으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안경환 전 위원장이 활동을 잘했는데 새 위원장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오는 22일 출국하지만 한국 인권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 런던에서도 매일 전화를 걸어 한국의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오는 11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UN인권위원회가 한국의 경제사회문화권을 검토할 때 한국 인권단체들과 연대할 예정이다.

 

다음은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 인터뷰 일문일답.

 

- 이주노동자 인권 실태를 조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

"이주노동자들이 장갑·마스크 같은 안전장비도 없이 중장비나 화학물질을 다루는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 노동운동을 하다가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을 '양심수'라고 볼 수 있나.

"한국 정부는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라서 체포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노조 활동가라서 잡혀간 것이다. 같은 시간에 (이주노조 활동가를) 2~3명씩 체포한 것은 이들이 인권과 노동 문제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들이 양심수라고 생각한다."

 

- 정부와 고용주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이주노동자를 차별한다. 한국 사회의 인권감수성을 평가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차별적 경험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경기도 마석이나 안산에 가보면 한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이 상호의존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안산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가 안 하려는 일을 하고 있고, 한국 사람에게 집도 빌리고 한국사람 가게에서 장도 본다. 이곳에서 얼마 전 단속을 막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지역경제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불법폭력 시위... 왜 단어를 묶어 쓰나"

 

무이코 조사관은 지난해 촛불집회 보고서에서 "경찰의 과도한 무력사용 등 인권침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그의 권고는 수용되지 않았다. 올해 1월 용산에서는 강제진압 과정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7월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는 테이저건, 다목적 유탄발사기가 사용되는 등 진압 장비도 강화됐다.

 

- 현재 한국의 집회의 자유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촛불 1주년 집회 당시 명동에 있었는데, 나는 시위대를 한 명도 못 봤지만 경찰은 굉장히 많이 봤다.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야간 옥외집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긍정적인데, 이후 경찰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집회 신청 절차가 투명한지도 의문이다."

 

- 정부나 경찰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한다"는 입장이다.

"집회가 불법이든 합법이든 참석자들에겐 권리가 있다. 불법 시위라고 해서 경찰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켜야 할 국내법과 국제규범이 있다. 상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해야 한다. (경찰 측은) '불법폭력 시위'라고 말하면서 '불법'과 '폭력'이라는 두 단어를 같이 묶어 쓴다. 그러나 불법집회도 비폭력적일 수 있다."

 

- 언론과 한국 정부는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편향적이라고 비난한다.

"정부나 신문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 우리 의견에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걸 시작으로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하려는 노력도 없이 '편향적'이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 한국 정부가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대부분 정부기관이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정보 받기 힘든 곳은 경찰청이다. 유감스럽다. 정보를 줄 때 조심스러워 하고 왜 그런 정보를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주노동자 보고서가 나가고 난 뒤의 반응도 궁금하다."

 

- 한국 인권상황을 설명하면 국제 인권활동가나 언론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한반도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 인권에 대해 잘 알지만, 한국 인권침해를 이야기하면 많이 놀란다. 민주사회에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상황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적하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장, 독립적으로 인권 말하라"

 

- 국내 인권단체에겐 북한 인권이 뜨거운 감자고,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입장이 있다.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한국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인도주의 측면에서 식량 공급이나 의료 건강권 문제가 있고, 시민적 권리 측면에서 고문 등의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 각종 비정부기구들이 다른 일들을 하는데, 이것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인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면 안 된다."

 

- 국내 인권단체들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단체들도 한국 인권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새 위원장도 이전과 같은 (대통령 임명) 방식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퇴임하라고 밝힐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인권위원장은 독립적으로 인권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정부와도 잘 지내면서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인권위는 일을 잘한다고 다른 나라에서도 평가가 좋은데, 안경환 전 위원장이 활동을 잘했다. 새 위원장도 그런 유산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 한국에서 다음에 집중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

"그동안 앰네스티가 많이 캠페인 했던 문제는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굉장히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이를 전면적으로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것은 환영하지만 사형제 자체를 폐지하길 바란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태그:#노마 강 무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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