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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금 옆집 미용실에서 한 아이가 죽어라 울어댑니다. 악을 악을 쓰고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말입니다. 그 악쓰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제 속에서 화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엄마는 파마를 한다고 앉아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가 다른 곳에 놀러 가면 될 것을 꼭 미용실에서 애를 울려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또 토한 음식을 빨리 치우면 좋을걸 미용실 직원은 손님이 없는데도 안치워 냄새가 저한테까지 옵니다. 참으려다 나가서 좀 치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치우네요.

마음공부 하면서 알게 된 나의 이중적인 모습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보살심이 대단하면 저걸 말없이 치울텐데 분별심만 내고 있구나, 라고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참고 치울때까지 기다릴걸 괜히 말을 했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면 어짜피 자기네 가게 앞이라 어련히 알아서 치울텐데 굳이 제가 싫은 소리를 제 맘도 편치 않습니다.

제가 남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 두고두고 오래 갑니다. 예전에는 남의 시선 신경 안쓰고 확 성질을 잘 냈는데 최근들어서는 자중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제 업이 어디가겠습니까. 그러다 확 성질을 내고 말지요. 그러고 나면 혼자서 끙끙 앓습니다. 왜냐면 전 착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런 소릴 못 들을까봐 좀 두려워 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것도 마음 공부 하면서 알게 된 저의 이중적인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제가 착해서 그런줄 알았죠.

오늘 질문하신 분도 저와 비슷한 성격인가 봅니다.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남한테 싫은 소리를 못하는 분이시라면 귀를 쫑긋해보세요. 이유는 왜일까, 살펴보지요^^ 

질문 

제가 두려움이 너무 많고 눈치를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저에게 하는 싫은 소리도 소화해 내지 못합니다. 스님께서 남편에게 먼저 싫은 소리를 한번 해 보라고 하셔서 해 보았는데, 남편에게 '너는 네가 원하는 것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법륜스님 법문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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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신 분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자기는 남을 배려해서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언제나 손해 보는 인간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이 안 나는 겁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이기적이라서 그렇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본인이 상대를 배려해서 그런 게 아니고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래요. '내가 상대에게 어떤 얘기를 하면 상대가 내 말을 꼭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거예요.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안 들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이건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거예요. 그런데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입을 딱 다물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말이 적고 굉장히 착해 보이지요. '착한 여자 무섭다.' 라는 말이 있어요. 착한 여자는 황소고집인데 그 이유는 자기가 고집이 센 줄 모르기 때문이에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착하다고 칭찬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요. 착한 여자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보따리 싸서 나간다든지 하는 일을 저지릅니다. 착한 여자가 진짜 착한 게 아니에요. 자아가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에 그래요. 남편한테 대들고 싸움을 못 하는 이유가 '너 같은 인간 하고 싸우는 내 자신'이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겉으로는 그냥 입 다물고 있지만 속으로는 '너는 인간도 아니다.' 이렇게 멸시하고 있지요.

내 이야기를 상대가 동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내가 어떤 얘기를 할 때 상대가 내 얘기에 동의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부터 버리세요.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나의 생각이고 나의 요구입니다. 그걸 상대가 들어줘야 할 어떤 이유도 없어요.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는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내 요구에 대한 결벽성과 완벽성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남편이 뭐라고 하든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해버리세요. 그러면 상대방이 싫다고 할 거예요. 그때 상대가 싫다고 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남편이 "너는 너밖에 몰라." 하면 "그래, 당신 말이 맞네, 듣고 보니 나는 나밖에 모르네." 이렇게 받아들이란 말이에요. 그러면서 내일 또 얘기해 버려요. 그러면 "넌 너밖에 모른다고 내가 얘기해줬는데도 계속 그렇게 할래?" 하면 "그래 맞아, 그렇네." 하며 받아들여요. 이렇게 상대를 통해서 내 모습을 찾아가야 해요. 이런 지적을 계속 받으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연습을 하는 거예요.

내가 내 속에 있는 말을 못하는 것은 상대편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내 결벽성 때문에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어나는 생각대로 계속 말을 내뱉어버려요. 그렇게 계속 내뱉으면 상대로부터 비판이 들어오겠죠? 그것을 비판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상대편의 뜻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렇게 교감을 해나가면 상대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본인도 자기 말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상대의 의견도 다 들어줄 수가 있는 열린 자세가 되는 거예요. 지금 마음이 꽉 닫혀 있어서 자꾸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진실이다.

'당신은 이기적이다.'라는 남편의 말에 자책하지 말고, '그래, 나는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야' 이렇게 받아들이세요. 이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밖에 모릅니다. 이게 진실이에요. '나는 남을 위하는 사람이다.' 이건 거짓이에요. 나는 나밖에 모르는 인간임을 인정할 때, 상대도 마찬가지임을 알고 그를 이해하게 되지요. 이렇게 진실을 알아가는 거예요. '좋다, 싫다,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응, 그래. 가만히 살펴보니 내가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네.' 이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계속 부딪쳐 보면서 수행해 나가세요.

아니 이럴수가. 저는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것이 착해서가 아니라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해서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넘어서서 내  말을 꼭 들어줘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말씀이 확 저를 깹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진짜 제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마음이 내 말을 안들어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있는게 맞습니다. 그래서 거절당할까봐 말을 못하죠. 정말 착해서가 아니라요. 특히 남편한테 말을 잘 못해요. 거절당하면 억수로 열받고 자존심 상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그것이 쌓여서 아이들한테도 내 뜻대로 말을 잘 못해요. 

남편한테야 거절당해도 어쩔 수 없이 참겠는데 조막만한 아이들한테 거절당하면 화가 확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과 더 크게 싸움이 붙어요.
네, 제가 좀 사고가 단순해요^^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예전에 친정엄마가 못사는 사람들은 겨울나기가 힘들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생각나네요. 잘사는 인간들 경기는 좋은데, 꼭 서민들 경기만 안좋아서 사람들 마음이 더 춥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다들 힘내세요. 제가 어깨 두드려 드릴게요. 토닥 토닥 토닥...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무엇이든 물어라, #즉문즉설, #날마다 웃는날,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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